초등학교 4학년 사회과 단원에 가족의 의미와 다양한 가족을 살펴보는 내용이 10차시 넘는 분량으로 배치되어 있다. 4학년 성취수준에서 학생들은 반드시 다양한 가족의 의미와 종류를 이해하여야 한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과 연계하여 가족의 의미 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정에 대해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책을 발견하였다. 아롬주니어 출판사의 <김수로왕도 다문화가정이라구?> 라는 책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사회 변화의 속도가 빨라져 세계 여러 사람들이 함께 교류하는 빈도가 많아졌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외국 선수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선수 생활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영화, 공연을 넘어 우리가 즐겨먹는 음식도 다문화라고 봐야 할 정도로 세계적 수준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마음가짐도 이제 자연스러워질 정도가 되었지만 유독 편협한 사고로 마음의 빗장을 굳게 닫아 좀처럼 활짝 열려고 하지 않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다문화 가정' 즉 부모의 한 쪽이 외국인일 경우 색다른 관점으로 본다는 점이다. 핏줄이 다르다는 이유로 나와 다른 사람 취급하고 피부색,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 불편함을 넘어 불쾌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김수로왕도 다문화 가정이라구?>에서 서로 다른 집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결혼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가족'이라고 할진대 우리의 엄마, 아빠나 외국에서 살다가 온 이웃집 아주머니나 모두 똑같은 '가족'임을 강조한다. 한국에서 태어난 부모나 외국에서 태어난 부모나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점이나 살아온 생활방식이 다른 점, 서로 다른 문화를 접해 온 것은 대동소이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태어난 부모가 한 분이 있다고 해서 '다문화' 라고 꼭 집어 이야기한다면 그것 자체가 왜곡된 시각이 아니냐고 강조한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가야국의 시조 '김수로왕'은 인도 여인을 황후로 받아들였다는 기록이 전해오고 있다. 허황옥이라는 황후는 가야국과 인도가 교류했다는 확실한 증거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달랐지만 황후의 자리까지 올랐다는 기록을 보면 당시 가야의 사고방식이 지금의 우리의 사고보다 상당히 유연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만약 현재 대한민국의 대통령 영부인이 인도 이주민 여성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글 속 주인공 '소민'이네 가족도 인도에서 온 엄마를 새엄마로 맞이한 소위 '다문화가정'이다. 초등학교 6학년인 소민이는 아빠가 외국 여인을 새엄마로 맞이한 것도 불만인데가 새로 태어난 동생 유민이가 자신과 모습이 달라 동생으로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방학 과제 해결을 위해 김해박물관에서 자료를 찾던 중 동생 유민이와 함께 과거로 돌아간다. 가야국말이다. 그곳에서 자신의 새엄마와 같은 인도인 여성 '허황옥' 황후를 만난다. 허황옥으로부터 자신의 고민거리가 해결되는 기쁨을 맛본다.
"원래 가족은 다른 핏줄의 사람들이 만나 시작되는 것입니다. (중략) 가족은 애초에 다른 핏줄의 사람들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핏줄 운운하고 국적 타령을 하면서 서로 다른 점만 찾아낸다면, (중략) 온전히 같은 또 다른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허황옥의 입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재정의한다. 다른 점만 찾아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면 성격도 다르고 입맛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면 결국 하나가 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될거라고 이야기한다.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고 함께 하겠다는 생각이 앞서야지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을 때 결국 외로워지고 영영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다문화가정은 우리와 다른 가정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 속에 살던 이들이 함께 하는 가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