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지막 오지 남극 탐험여행 다녀오다
2019년 1월 9일부터 2월 4일까지 약 4주간 나의 영원한 동반자 색소폰을 둘러메고 세계의 마지막
오지인 신비의 땅 남극과 태평양의 고도 갈라파고스 등지를 다녀왔다.
남극여행은 오지탐험여행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이자 로망으로 평생을 꿈꾸어 왔던 것인데, 2018년에
북극권 그린란드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나서 바로 여행준비에 돌입하였으며, 이번에 드디어 그 꿈을
실현한 것이다.
북극과 달리 남극은 대륙으로 되어 있으며, 남극대륙의 면적은 1360만 평방키로로 한반도의 60배이며,
지구 전체면적의 9.2%를 차지하며, 제7대륙이라고 부르며, 어느 특정 국가의 소유가 아닌 인류가 영원히
보존해야 할 마지막 신비의 대륙이다. 그런데 최근 지구온난화로 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는 중인데, 남극
빙하가 전부 녹으면 지구 해수면이 70m 상승한다고 하고, 하늘의 오존층 구멍도 엄청 확대되는데,
인류와 지구에 큰 재앙이 아닐 수 없다.
국가의 지원을 받는 과학자, 기업이나 방송매체의 후원을 받을 수 있는 탐험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남극땅을 밟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가장 용이한 방법은 호주나 남미에서 소형비행기를 타고 직항하면 되지만 그 비행기 값이 상상을
초월하고(몇 천만원) 비행기편도 부정기적으로 있어 보통사람들에게는 “해당사항 무” 이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12월부터 3월까지 한시적으로 남극 순항배가 운행되는 남미대륙의 끝자락,
지구의 땅끝마을인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로 달려간다.
그러나 인천 연안부두에서 여객선 타듯이 아무 때나 달려가서는 남극행 표를 살 수는 없다.
남극에 진출한 국가들 간에 성립한 남극협약에 따라 남극으로서는 여름에 해당하는 12월부터 3월까지
남극여행자의 수에 제한을 두고 몇몇의 여행사 및 선사들만이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배로
여행하는 경우 보통 10일 일정으로 우수아이아에서 1000km 이상 떨어진 남극으로 항해하는데 가는데만
만 4일, 남극땅을 오전, 오후 두 차례씩 이틀동안 네지역 정도 상륙하고, 다시 만 4일 항해하여 되돌아
오는 일정이다.
남극여행을 원하는 사람은 최소한 6개월 전에 인터넷 사이트(세계남극여행사협회 www.iaato.org)를
통하여 신청하면 되며, 대신에 여행조건은 까다로와 신체검사, 여권사본 제시는 물론 미리 경비를 다
지불해야 하며 환불도 거의 불가능하다.
여행경비는 여행출발 날짜와 여행 기간, 배의 크기, 선실의 종류 및 숙식 서비스, 가이드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보통 500만원부터 1000만원 사이인데, 선착순으로 신청할수록 조건이 같더라도 가격이
훨씬 저렴한 것은 당연한 이치. 이때 반드시 확인할 것은 남극땅에 몇차례 상륙하느냐?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 아이러니칼하게도 100인승 정도의 작은 배는 만 4일간의 항해 내내 무려 5미터의
파도에 시달려야하는 대신에 조디악(모터달린 10인승 고무보트)을 이용하여 남극땅에 상륙 가능하나,
수백명이 타는 대형크루즈는 파도에 덜 시달리고 선실이나 숙식서비스는 훨씬 호화스러우나 남극에
도착해서는 배를 댈만한 곳이 거의 없어 뭍에는 상륙안하고 주변만 둘러보다가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10개월 전인 2018년 3월에 인터넷을 통하여 신청하였으며, 일단 집결지인 우수아이아의 지정
호텔에 도착하였다. 2인 선실을 신청하였는데 가장 궁금한 것은 룸메이트가 어느나라의 누구인가였는데,
천만다행으로 같은 한국사람이다. 주최측에서 신청자의 국적, 성별, 나이등을 감안하여 룸메이트를 정해
준 것이다. 그는 나보다 17년 연하의 서울 중앙여고 국어교사로서 그 나이가 되도록 자유로운 삶을 위하여
결혼도 포기한 사람이다. 여름방학 및 겨울방학만 되면 6개월치 월급을 몽땅 털어서 세계여행을 떠나고,
게다가 산악자전거 매니아로 뉴질란드만 산악자전거로 7번을 다녀왔다고 한다. 나도 “영원한 자유인” 이
되는 것이 인생의 모토인데, 마누라가 있으니 아무래도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는 나보다 한 수 위다.
그런데 룸메이트는 오히려 나를 부러워한다. 자기가 해보고 싶지만 하지 못한 것이 있으니 바로 “색소폰”
이다. 사실 이번 남극여행의 주목적은 남극의 펭귄무리들을 관객으로 그 앞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것이
아닌가? 만일 색소폰이 없다면 가성비도 형편없고, 왕복 만 8일간 파도에 시달리는 개고생을 하면서 굳이
남극에 가야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일단 땅끝마을 우수아이아에서 시간 여유가 있어 주변의 푸에고국립공원 지역을 반나절동안 둘러보았다.
드디어 남극가는 배에 승선이 시작되었다.
얼마나 꿈꾸어 왔던 여행인가? 배를 보자마자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아문젠, 스코트, 박영석, 엄홍길, 김창호, 하다못해 김병만(비싼 방송출연료 받아 쳐 먹고 한국최고의
모험가로 자처하는, 내가 가장 혐오하는 김제동과 막상막하의 쥐새끼 같은 인간)만 남극에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수아이아 항구에서 남극행 배에 승선을 기다리며
이번에 내가 승선한 남극행 배는 바하마 선적의 OCEAN NOU호로, 승객 65명, 승무원 및 가이드
35명으로 총 100인승이다. 그리 큰 배는 아니지만 선내에 2인승 선실이 약 40개, 뷔페식 레스토랑,
라운지, 도서실등 기본적인 시설과 10인승 조디악 10기, 50인승 구명정 2기가 갖추어져 있다.
선내에 술을 파는 바가 있다지만, 가격도 비쌀 것 같아 우수아이아의 슈퍼마켓에서 1리터짜리 브라질산
브라마 맥주 5병과 아르헨티나산 파타고니아 맥주 5명, 그리고 각종 과일과 햄, 치즈 등 안주류를 미리
구매하였다.





선실내에서 마실 맥주와 색소폰을 들고 포즈를 취하다.
오후 3시에 출발한 배는 비글해협을 따라 동진하여 저녁 8시경에 포트윌리암스 라는 마을에 도착하였다.
포트윌리암스는 비글해협 건너편 섬에 있는 칠레령으로 원래 칠레 해군기지의 군인가족 거주 마을인데
최근 인구가 늘어 실질적인 지구 최남단 마을이다. 우리 일행들은 일단 하선하여 1시간 동안 마을을
둘러보았다. 지구 최남단 마을이라는 것 이외에는 그다지 큰 특징이 없다.






포트윌리암스 마을... 나무기둥에 예쁜 수를 놓은 천으로 옷을 입힌 것이 이채롭다.
포트윌리암스를 둘러본 후 다시 승선하였다. 9시가 넘어서야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선내의 레스토랑에서 뷔페식 저녁식사를 하였다. 그리 호사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메뉴도 다양하고
음식도 입맛에 맞다. 저녁식사 시간의 술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선실로 다시 돌아와 사온 맥주를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남미대륙 부속 섬의 마지막 끝자락 케이프혼 까지는 파도가 비교적 잔잔한 편으로 선박도 큰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나 웬걸, 대서양과 태평양이 만나는 드레이크 해협에 들어서자 상황이 일변한다. 배가
좌우로 앞뒤로 마구 흔들린다. 파도높이가 5미터까지 치솟는다고. 앞으로 48시간 동안 심한 배 rolling과
멀미에 시달려야 한다니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온통 난리다. 선내 스탶 중에 의사가 있으며 특효 배멀미약을
처방하여 준다. 나와 룸메이트는 멀미약을 먹지 않고 버텨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여행의 베테랑이라는
룸메이트는 기어이 오버잇트를 하고 말았다. 나도 속이 무척 메스꺼왔으나 토하지는 않았다. 대신
저녁식사와 다음날 아침식사 두 끼를 건너 뒤었다.
우수아이아 항구를 떠난지 만 4일만에 육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남극이 목전에
다가온 것이다. 모두들 환호하며 사진을 찍느라 법석들이다. 나는 이번 여행에 대비하여 DSLR은
아니지만 40배 줌 기능이 있는 캐논 하이엔드카메라를 별도로 장만하였다.

빙하와 빙산의 남극대륙 전경 일부


남극대륙 전경의 일부. 펭귄의 무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1월의 남극기온은 남극점을 포함하여 내륙쪽은 영하 몇 10도이지만 해안가는 영상 5도까지 올라가며,
최저 영하 10도에서 0도 정도로 우리나라 겨울기후와 비슷하다. 대신 바람이 많이 불고 하늘의 구름도
수시로 변한다. 파란하늘이 금새 흐려지더니 눈발이 날리기도 한다.
배가 상륙을 위하여 정박할 지점을 찾는다. 파도가 비교적 잔잔한 지역에 배를 정박하고 10인승
조디악들을 물에 띄어 하선준비를 한다. 순서대로 조디악에 가이드와 여행객들를 태우고 뭍으로 향한다.
상륙하여 3시간 가량의 자유시간을 준다고 하기에, 나는 조금이라도 더 남극에 머물기 위하여 색소폰을
둘러메고 선착순으로 조디악에 올라탔다.
아! 드디어 평생동안 꿈에 그리던 남극땅을 내가 밟아보다니!
남극땅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의 흥분과 감격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해안가에 펭귄들이 한두마리 보이기 시작하더니 여기저기 펭귄의 무리들이 보인다.
펭귄들이 떼지어 몰려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선내에서 미리 특수 방수장화와 방수바지를 준비해
주었다. 해안가인데가 일부러 눈이 없는 곳을 찾아 상륙하였는지 아무튼 돌아다니는데는 큰 문제없었다.




남극땅에 첫발을 내딛는 사람들을 환영하는 펭귄의 무리들



여기저기 펭귄의 무리들이 보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붉은색의 똥밭에서 서식하고 있다.
그런데 펭귄들이 무리지어 있는 곳이 가까워오자 이거 웬걸, 온통 새똥 냄새와 생선썩는 비린내가 코를
진동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당연하다. 펭귄은 날지 못하는 새인데 수천년 아니 수만년, 수백만년 동안
펭귄들 서식지의 똥오즘, 먹다버린 생선찌꺼기들을 누가 치워줄 수 있단 말인가? 펭귄서식지에 폭우라도
쏟아져 내린다면 다소 완화될 수 있겠지만 과연 남극에 눈 대신 폭우가 가능할까?
그리고 펭귄무리들이 여기저기서 짹짹거리는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다른 사람들은 시끄럽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합창소리로 들린다.
드디어 회심의 카드, 색소폰을 꺼내 들었다. 원래 남극에서 나팔을 불 사람도 없겠지만, 분다고 하여도
아무 때나 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가이드가 알려준다.
펭귄의 번식시기에는 아무리 새들이라도 소리에 민감할 수 있는데, 마침 번식시기가 끝나고 갓 태어난
어린 새끼들을 키우는 시기라서 색소폰 연주가 가능하다. 그런데 사람도 아닌 한낱 새들 앞에서 색소폰
연주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꽃나무도 그 앞에서 욕만 한다면 빨리 시들어버린다고 하는데, 하물며 동물들도 그 앞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준다면 좋아할 것이 아닌가?
어쨌든 나는 남극에서 색소폰을 연주한 최초의 사람이고, 기네스북 감이다.
게다가 내 나이가 몇이냐? 예전 같으면 고려장터는 아니더라도 요양원이나 경로당에서 있을 나이 아닌가?
아직까지 활동할 수 있도록 체력을 물려준 부모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드디어 펭귄을 관객삼아 색소폰을 연주하다. 곡명은 Amazing Grace와 애국가
첫댓글 대단합니다...
무사 귀국!!을 축하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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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진아, 남극 방문을 축하하고 명문 잘 읽었다.
미주 동기 WhatsApp Chat Room 에 share 할려고 한다.
아름다운 인생이 향기가 색스폰의 원음에 어우러집니다.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