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는 안전 예외 지역이 없다. 단속 카메라 앞에서만 속도를 지키도록 유도하는 내비게이션 안내도 바뀌어야 한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요즘 내비게이션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내에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활용 길이 열리면서, 내비게이션 활용 환경이 새롭게 바뀔 조짐이 보인다. 길 안내라는 단순한 기능에서 출발했지만, 내비게이션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영역을 넓혀 나간다.
내비게이션은 자동차 생활을 혁신적으로 바꿔놓은 발명품이다. 나이 든 사람들은 기억하겠지만, 예전에는 지도책을 가지고 다녔다. 판촉물로도 널리 쓰여서 보험사 등 자동차 관련 업종에서는 지도책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새로운 도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업데이트된 지도책을 사야 했다. 요즘 지도책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자체 관광안내소에서 주는 관광 지도나 볼까.
내비게이션이 길을 다 안내해주니 거추장스럽게 지도책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심지어 스마트폰이 길을 안내해주기 때문에 내비게이션 기기를 사지 않아도 된다. 자동차업체도 옵션에 내비게이션을 마련하는 등 길 안내는 필수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내비게이션 기능도 날로 발전해서 단순 길 안내에 그치지 않는다. 내비게이션의 지형 정보와 연동해 차의 움직임을 제어해서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기능도 나왔다. 전기차는 내비게이션에서 충전소 위치 정보를 얻고 주행가능 거리 내에 있는 가까운 충전소 위치를 확인하기도 한다. 자율주행차가 다니려면 지도 정보 활용이 중요하고 내비게이션의 역할도 커진다.
첨단 기능이 계속해서 발달하지만 기본 기능 역시 중요하다. 길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알려주느냐에 따라 운전하는 시간과 운전자의 피로도에 차이가 난다. 과속 단속 카메라 위치를 알려줘서 단속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기능도 유용한 기본 기능이다. 그런데 과속 단속 카메라 안내 기능이 정말 필요한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내비게이션 기능에 포함해서 나오고 내비게이션 초창기 때부터 있던 기능이라 필요성 자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을 줄로 안다.
과속 단속 카메라 안내가 내비게이션 고유의 기능은 아니다. 내비게이션 이전에는 GPS 단말기가 과속 단속 카메라 안내 기능을 담당했다. 내비게이션도 넓게 보면 GPS 단말기의 확장판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과속 단속 카메라 안내 기능이 내비게이션으로 들어갔다. 내비게이션에 당연히 포함한 기능으로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나라마다 과속 단속 카메라 안내 기능을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적용 여부도 제각각이다.
자동차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내놓는 내비게이션에도 단속 안내 기능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수입차 내비게이션 중 일부는 과속 단속 카메라 안내 기능이 없어서 운전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포털이 지도에 부수적으로 제공하는 내비게이션도 전부 과속 단속 카메라 안내 기능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과속 단속 카메라 안내 기능에 대해 논란이 없지는 않다. 찬성과 반대 의견이 나뉜다. 찬성하는 쪽은 안전운전을 돕는다는 이유를 든다. 과속 단속 카메라를 설치한 곳은 주의 운전이 필요한 곳이기 때문에 내비게이션 안내가 위험 구간을 알려주는 신호와 같다고 본다. 반대하는 쪽은 내비게이션을 과속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여긴다. 제한속도를 넘어 달리다가도 카메라 앞에서만 속도를 맞추면 단속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카메라 앞에서 급하게 속도를 줄이는 바람에 사고 위험이 오히려 커지는 것도 이유다.
양쪽 주장에는 다 일리가 있다. 한 쪽이 바르다고 규정 지을 수 없는 문제다. 내비게이션 과속 단속 카메라 안내에 관한 문제 제기는 종종 있었지만 크게 공론화되지는 않았다. 자연스럽게 교통 시스템에 녹아들었다. 당연한 기능이라고 여겨서 있어야 할지 없어야 할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중요한 점은 내비게이션 안내 여부와 상관없이 제한속도에 맞춰 달리는 습관이다. 도로에서는 항상 긴장하고 제한속도를 넘기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과속 단속에 대한 불안이 없어지면 의도했든 안 했든 과속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과속 의도와 무관하게 내비게이션 안내에 익숙해져서 속도감에 무뎌지기도 한다.
내비게이션 과속 단속 카메라 안내를 하루아침에 없애기는 힘들다. 모두가 익숙해진 만큼 순기능을 잘 활용해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기술 발달에 맞춰서 안내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과속 단속 카메라 위치 정보 안내보다는 제한속도 안내에 초점을 맞추면 어떨까? 물론 제한속도 현실화라는 전제를 만족해야 한다.
평상시 제한속도에 맞춰 달리는 습관이 배는 게 특정 지점에서만 속도를 지키는 것보다 안전 운전에 훨씬 도움이 된다. 요즘 자동차는 제한속도 경고 기능을 갖춘 차들이 늘어난다. 운전자가 원하는 속도를 맞춰 놓고, 그 속도가 넘으면 경고한다. 도로 표지판 정보를 읽어서 제한속도를 지속해서 인식하게 하는 기능도 일부 차종에서 선보인다. 내비게이션에 이런 기능을 강화한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안전 운전을 유도할 수 있다.
과속 단속 카메라는 사고 방지 효과에 목적을 둔다. 그 지점에서는 특히 주의하라는 신호다. 그런데 도로는 어느 곳에서든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내비게이션의 특정 지점 안내 방식도 변해야 할 때다.
기사를 생각해 보고 쓴 건지..ㅠ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evo> 등을 거쳤다. 현재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으로 일한다.
첫댓글 댓글에서도 지적한 게 나오지만 진짜... 미친 기자!!
면허증이나 있나? 쯧쯧...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