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장 고양이 미오
며칠 전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동물농장”이란 프로룰 중간부터 보았는데 감동이 컸습니다. 부산 어느 작은 이층 가정집. 출연자: 3달 된 예쁜 그것도 아주 예쁜(특히 눈!) 깜장 새끼 고양이 “미오”, 20대 딸, 50대 엄마. 엄마가 미오 대용으로 기르는 또 다른 고양이 “초록이”. 3달 전 딸이 온 몸이 새까만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주워 와서 이름을 “미오”라고 짓고 자기 방에서 키우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미오 때문에 일어나는 갈등이다. 미오와 엄마, 딸과 엄마 사이의 갈등이다.
초록이는 누구와도 친하다. 그러나 미오는 다르다. 아주 다르다, 미오는 오직 딸과만 논다. 딸 외에는 그 누구와도 아니 논다. 특히 엄마와는 相剋(상극)이다. 잘 있다가도 엄마 기척만 나면 바짝 긴장한다. 엄마 입장에서는 누구와도 잘 노는 초록이보다 미오와 친하고 싶어 먹이도 갖다 주고 정성을 보이지만 미오는 전혀 아니다. 엄마가 딸 방문을 열면 미오는 재빨리 책장 위로 숨는다. 엄마가 가까이 가면 온 몸의 털을 곤두세우고 아- 르- 르- 떤다. 손을 가까이 대면 사정없이 할퀸다. 엄마 손등에 할퀸 자리 여기저기 피가 맺혀 있다. 딸은 미오가 엄마와도 친해지기를 원하지만, 미오는 아니다. 엄마는 자기의 사랑을 거부하고 딸만 좋아하는 미오 때문에 딸과 엄마 사이에도 미묘한 감정이 생겼다.
제작진이 하이디(동물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전문가, 외국인 여인)를 초청하였다. 하이디가 딸 방에 들어가니, 미오는 커튼 뒤에 숨어 있다. 바짝 긴장하여 꼼짝도 않는다. 하이디는 차분히 앉아 있다. 그렇게 하이디는 미오에게 자기 마음을 전하고 있었던 거다. 한참 후 미오가 커튼 사이로 빼꼼이 하이디를 본다. 하이디는 눈을 깜짝인다. 아, 놀랍게도 미오도 눈을 깜짝인다!....하이디는 엄마에게 미오에게 마음을 전하라고 한다. “미오야, 사랑해. 3달 전 네가 우리 집에 왔을 때 고양이는 왜 기르려고 하니, 내다 버려! 한 건 미안하다. 그 때는 우리 집에서 고양이 기를 계제가 아니었거든...미안해(이 말을 하면서 엄마는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그 옆에 딸도 말없이 눈물을 닦아 내고 있었다)”
그 때 하이디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잠깐, 엄마 등 뒤에 미오가 있어요(엄마 기척만 나도 아—르-르 떨던 미오가 말이다!). 가만 계셔요. 동물도 자기를 버리라는 말을 사람의 말이 아니라, 어떤 에너지 파동으로 감지하는 것 같아요. 엄마가 다가가는 것을 사랑이 아니라, 나를 잡아서 내다 버리려는 것으로 알고 온 몸으로 저항하였던 같습니다. 이제 엄마가 눈물로 마음을 전하니 미오도 알아들은 모양이에요” 합니다.
나로서는 정말 큰 충격이었다. 하이디가 놀라웠다. 하이디의 음성-제스처-눈빛에 반응하는 미오의 모습은 정말 소리 없는 참마음의 대화가 이런 것임을 보았다. 미오가 엄마의 이야기를 다 알아 들은 것 같았다. 정말 놀랐다. 아, 정말 놀라웠다. 하물며, 사람과 사람 사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