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 바리케이드, 세라마이드의 과학

[라온제나]

세라마이딘, 굳 세라, 세라포커스… 제품명에서부터 ‘세라마이드 스멜’이 확 풍겨오는 보습 제품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세라마이드가 대체 뭐기에? 세라마이드에 숨은 비밀을 알기 위해선 우선 각질층 구조부터 유심히 들여다봐야 한다.

>> 세라마이드, 알고 보니 천연 수분 방위대
우리 피부엔 놀랍게도 자체적인 워터프루프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한번 머금은 수분은 물론 영양 성분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동시에 유해물질이 피부속으로 침투하는 것 또한 막기 때문. 이게 가능한 건 피부의 최외곽 각질층, 더 정확히 말해 각질층 내 세라마이드 덕분이다. 각질층은 벽돌에 해당하는 각질 세포와 시멘트 역할을 하는 각질 세포간 지질이 차곡차곡 겹겹이 쌓인 ‘라멜라’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놀랍게도 각질 세포간 지질의 약 50%를 차지하는 성분이 바로 세라마이드. 세라마이드가 각질 세포를 단단히 붙들어 친수성 층과 친유성 층이 교차적으로 반복되며 바리케이드를 친 형태를 띠기 때문에 그 안으로 수분을 머금고, 각종 세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장벽을 강화한다. 게다가 세라마이드는 피부 표면에서 피토스핑고신으로 분해돼 항균 장벽 역할을 해 염증을 조절하고 상처를 회복시킨다. 보습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보호 장벽을 강화해 비정상적인 피부 기능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하는 성분이 세라마이드인 것. 게다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성분도 아니요, 인지질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성분이라 단언컨대 최고의 안전성과 피부 친화력을 자랑한다는 것이 두 엄지를 척척 세우게 하는 세라마이드의 위력이라 하겠다.

WHERE IS CERAMIDE?
세라마이드가 위치하는 곳은 표피 중에서도 가장 바깥에 있는 각질층! 각질 세포 사이사이를 채우고 있는 각질 세포간 지질 대부분이 바로 세라마이드다.

>> 세라마이드, 보습의 핵으로 급부상
세라마이드, 좋고 안전한 건 알겠다. 그런데 최근 유독 세라마이드가 보습 제품의 전면에 등장하는 데엔 어떤 배경이 있을까? 담피부과 김홍두 원장의 말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아토피는 물론 여드름이나 건선 피부의 각질층에서 세라마이드 함량이 감소돼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입니다.” 환경 오염을 비롯한 불명확한 원인으로 각종 피부 질환을 앓는 성인들의 수는 많아지는 데 반해 ‘피부에 도포하는 것만으로 표피의 정상화를 꾀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성분이 세라마이드’라는 것.

제품에 세라마이드가 1%만 함유되어 있어도 24시간 이내에 손상된 각질층 장벽을 90%가량, 48시간 안에는 100%에 가깝게 복원시킬 수 있음이 검증되었다니 놀랍다. 그 밖에 찬 바람 불고 극도로 건조해지는 겨울 특수 역시 맞물렸으리라. 각질층의 보호막 기능 재건을 촉진하는 세라마이드의 인기에 펌프질을 가했을 테니. 세라마이드 열풍의 선두주자였던 닥터자르트 상품기획팀 홍지완 대리 역시 이 의견에 힘을 싣는다. “워낙 보습력이 탁월하고 장벽을 빠르게 복원시키기 때문에 민감 피부가 많아지는 추세에 맞춰 세라마이드를 부각시킨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의약품이 아닌 이상 진피까지 침투해 드라마틱한 피부 변화를 일으킬 화장품 성분은 지극히 제한적임을 우리는 이미 다 안다. 반면 세라마이드는 굳이 침투력 운운하지 않고서도 피부 겉에 바르는 것만으로 각질층 내 수분 손실을 막아 장벽 역할을 한다. 이미 피부에 존재하는(물론 화장품에 들어가는 세라마이드는 동물 유래 성분 대신 대두, 밀, 쌀 등 식물에서 추출하거나 화학적으로 합성한 유사 세라마이드를 사용한다니 안심!),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각질 세포간 지질의 50%나 차지하는 흔한 성분이 바로 세라마이드라지만 흔해서 더욱 특별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 한겨울 마른 오징어 피부를 위한 맞춤 아이템
누구에게나 똑같은 겨울이지만 세라마이드 손실로 경피 수분을 잃은 피부는 각기 다른 증상으로 아우성을 친다. 본인의 건조 피부에 가장 적합한 세라마이드 화장품을 찾기 위한 가이드라인.

CASE 1 무언가 바르는 것조차 무서운 민감성, 아토피성 피부
극도의 건조로 각질층이 손상돼 외부 자극 요소가 그대로 피부 속으로 침투하고 있는 중. 총자루 하나 없이 전쟁터에 내던져진 포로와 같은 신세다. 단순한 건조를 넘어 각종 염증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그 부근 백혈구 수가 급증하면서 트러블에 시달리게 된다.
SOLUTION 토너는 가볍게, 세라마이드 코팅은 확실하게
각질 세포끼리의 결합을 돕는 세라마이드는 기본, 카렌듈라, 알란토인 등 민감해진 피부를 진정시키는 대표적인 진정 성분을 함유한 토너라면 더욱 좋다. 손대지 않고도 미스트처럼 뿌릴 수 있는 워터 타입 토너를 클렌징 직후 가볍게 바른 뒤 외부 자극 물질의 투과를 원천 봉쇄할 수 있는 고농축 밤 형태의 세라마이드 크림이나 오일로 피부를 코팅할 것.

1 엘리자베스 아덴 세라마이드 캡슐 데일리 유스 리스토어링 세럼 90캡슐 13만원.
2 DHC 세라마이드 퀵 120ml 3만9000원.
3 홀리카홀리카 스킨 앤 굳 세라 페이셜 버터 60ml 1만9900원.
4 닥터자르트 세라마이딘 멀티밤 40g 3만2000원.


CASE 2 들뜬 각질이 고민인 건성 피부
각질이 들떠 있다고 섣불리 스크럽에 손을 댔다가는 세라마이드 손실로 무너진 장벽 기능을 아예 파괴시키게 될지도! 들뜬 각질은 무조건 떼어내는 대신 피부 표면을 덮는 유분 성분과 주변 수분을 끌어당기는 습윤제 성분을 통해 다시금 피부에 잘 밀착시키는 것이 좋다.
SOLUTION 콧물 스킨과 세라마이드 크림의 만남
점성 있는 세라마이드 토너를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메마른 피부에 물길을 대주고, 그 다음 세라마이드와 더불어 글리세린, 디메치콘 등 공기 중 수분을 끌어당기는 성분이 복합된 크림을 도톰하게 덧바른다. 프로필렌 글라이콜, 유레아, 라놀린 등은 되레 각질을 연화시키는 작용을 해 외부 자극 요소가 쉽게 침투하는 환경을 형성하니 금물.

1 이자녹스 X2D2 세라마이드 100 크림 50ml 8만원.
2 쏘내추럴 딥 모이스처 세라포커스 부스팅 에센스 135ml 2만7000원.
3 닥터자르트 세라마이딘 리퀴드 150ml 3만9000원.
4 홀리카홀리카 스킨 앤 굳 세라 모이스처 밤 60ml 1만8900원.


CASE 3 유수분 밸런스가 걱정인 속건조 지성 피부
각질 세포간 지질과 피지는 엄연히 다르다. 피지는 피지샘에서 분비되는 별개의 지방으로 왁스 성분이 30%가량이나 차지해 번들거림을 유발하는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속건조 지성 피부의 경우 세라마이드가 부족해도 계속 분비되는 피지 덕분에 상대적으로 수분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
SOLUTION 세라마이드 장벽을 흠뻑 적셔줄 밀크 레이어링
세라마이드로 각질 세포를 촘촘히 이어주면서 동시에 그 사이를 채울 수분 공급에 주력해야 한다. 무조건 리치한 제형만 찾는 대신 유분과 수분의 비율이 적절한 로션, 밀크 또는 라이트한 크림 형태의 세라마이드 함유 제품을 선택해, 한 번만 바르고 말 것이 아니라 건조한 부위 위주로 덧발라 수분감을 높이는 방법을 추천한다.

1 쏘내추럴 딥 모이스처 세라포커스 세라마이드 크림 50ml 3만원.
2 CNP 차앤박 C1 모이스춰라이저 60ml 5만5000원.
3 더페이스샵 라이스&세라마이드 모이스처 에멀전 150ml 4400원.
4 DHC 세라마이드 밀크 80ml 3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