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 잊고 있었던 지리산고을을 인산선생땜에 늦은 발걸음합니다.
잘들 계시죠?
이젠 선선한 바람이 아침 저녁으로 부는데 악양고을은 여기보다 좀 더 낮은 기온를
보일거라 생각합니다.
점점 익어가는 악양벌판의 황금 들녁...상상만으로 흐믓해 집니다.^^
인산샘 책 사인회에 갔다가 우연히 접한 막걸리체험.
그저 시키는대로 열심히 주물럭거렸습니다.
만지는 느낌도 묘하여 같이 하시는 분들과 한참을 웃으며 주물락거린 추억이 생각납니다.
'아~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술을 자급자족하게 되는구나
이젠 양껏 마시는거다. 곡주값이 좀 들어가야지...흐흥~~~'
콧노래부르며 갖고 온 막걸리통을 방한구석에 모셔놓고 보니 바라만 봐도 그냥 흐믓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뚜껑열고 휘젖고 냄새 맡아 보고...ㅋ
그래도 샘이 3일정도는 휘젖고 그 뒤는 그냥 두라해서 걍 아쉽지만
침만 꼴깍 삼키고 쳐다 봤더랬습니다.
드뎌 일주일이 지나고 물이 생기더니 청주같은 것이 위부분을 차지해 어느정도 되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샘이 가르쳐준대로 라이타 불을 속에 넣으니 바로 꺼지는 것입니다.
'아~아직 안 익었구나'
그 날 이후 날이면 날마다 뚜껑열고 라이타불 시험하고 ..또 꺼지고..그 다음날 시험하고 ..또 꺼지고..
그리고도 세월은 흘러 20일째 되는 날 .
더이상은 인내의 한계를 느껴 도저히 못 참겠더라구요.
이미 맛을 보니 시큼한것이 도를 넘어 식초의 단계로..'아니 그런데 왜 불은 안꺼지는 거야?'
혼자 꺄우뚱하며 주신 메모지를 보니 맑은 물이 위로 받치면 익은것이다..아니면 라이타로...된것을
저는 너무 라이타불 시험에 충실했던겁니다...그것이 또 재미가 있고서리...ㅋ
결심했습니다.
드디어 그날을 d.day로 잡고 혼자 흥분된 마음과 퍼뜩 한잔하고픈 마음에 술을 거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마땅한 거름방이 없어 둘러보니 양파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빠알간 양파주머니.
됐다싶어 막걸리를 붓고 찌꺼기를 짰습니다. 마지막 한방울까지 쥐어짜고...
아까워 아까워...손에 묻은건 핱아먹고...
이윽고 저만의 밀주가 탄생..흥분..써스펜스..빨간빤스...야튼 얼른 맛보고 싶었습니다.
엥? 예상은 했지만 너무 시큼 했습니다. 아마도 식초수준이 아닌가...
이건 아니다싶어 혼자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 너무 오래 놔두었어...' 자책...실의에 빠진 저는 다시 샘의 메모지를 보니 시큼할땐 뭐?
꿀을 가미하면 된다고 써 있었습니다...아싸 !
저는 마트에 가서 꿀과 사이다를 사가지고 왔습니다.
꿀은 시큼한것을 없애고 사이다는 좀 톡 쏘는 맛을 만들고자는 나만의 생각으로...
꿀을 조금씩 넣고 휘휘 저었습니다..그리고 맛보고..또 꿀을 넣고 맛보고..휘휘젓고...
얼쭈 맛이 달달하니 시큼한 맛은 없어진것 같았습니다.
이젠 사이다다...한통 다 붓고 맛을 보니 달고 톡 쏘는것이 맛이 기가 막혔습니다.
'아~ 나도 이제 당당히 밀주제조 달인의 경지에 섰구나'
뿌듯했습니다...얼른 지인에게 연락하여 시험주한잔하자고 연통을 넣고 냉장고에 한이틀 숙성을 위해...
그래 모든것은 숙성을 시켜야 맛이 나지...차가운 냉장고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거라
그리하여 명주로 탄생하거라...냉장고 깊숙히 밀어넣고 또 하루.
근데 다음날 맛을 보니 톡 쏘는 맛이 좀 약한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사이다한병을 더 사서
1/3쯤 붓고 다시 하루를 더 숙성시켰죠.
무슨 뜻을 세우려면 이 정도의 고생과 기다림은 필수다..그래 참아야지..양껏 먹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드디어 개봉 날...
막걸리에 파전이라고 꼴에 안주발은 맞춘 후
꽐꽐꽐...한잔 시원하게 쭈욱~~~마신 지인 왈
'이게 뭐야..막걸리야 음료수야 너무 달아...다신 막걸리담지 마슈~'
이 무신....개고생에 주신을 모독하는 발언.
아 그런데 제가 너무 꿀이다 사이다다 넣다보니 도수도 떨어지고 막걸리본연의 맛을 상실한...
사제 막걸리제조 달인의 꿈은 음료수로 전락한 막걸리의 색깔만으로 위로를 받고
쓸쓸히 날아갔습니다.
그래도 속으로 '이게 발효된 효소인데..자슥이...'
저 혼자 식전에 한잔씩 먹기로 했습니다...으앙;;
'다음엔 잘할 자신이 있는데...'
첫댓글 재미있네요,, 시작은 미약하지만 나중은 창대하리라.
조만간 맛있는 막걸리를 드실 수 있겠네요^^
그럴까요? 자급자족의그날까지 밀어부쳐보죠..^^
몸에 좋은 거라고 막 쎄우세요. 글이 재미있습니다. ^^
우기라꼬요? ㅋㅋㅋ 그러다 빰맞으면...ㅎ
역쉬~너무 신경을 쓰셔서 그럴수도 있어요^^
전 깜빡하고 뚜껑도 닫아놓구 한달이나 지나서
깜짝놀라서 부랴부랴 열면서도 식초가 됐겠거니
포기하고 맛이나 보자했더니 왠일입니까
꺄오~환호성이 절로 터지는 깊고 고급스러운 맛
캬~ 운이 좋았던거겠죠?^^
다음번엔 꼭 성공하세요~~^^
고맙습니다..^^
ㅋㅋㅋ...첨부터 성공하면 굶어 죽는 사람 많심더
글게..ㅋ..인제는 담그지 말라네...ㅎ
아하하하!!!! 재밌는 글이예요~~ 막 막걸리통을 열었다 닫았다 라이터를 켰다 껐다 하는게 상상이 가요~~
그렇죠? 애지중지 명주의 탄생을 기대했건만..너무 공을 들이는 바람에...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