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남씨는 "스스로 엄격하지 않으면 자유는 없다"고 말한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커피숍에서 만난 가수 조영남(趙英男ㆍ56)씨에게 그의 자유 철학을 듣고 싶다고 했더니 “내 경우는 좋은 보기는 아니지만 참고는 될 것”이라고 했다. 알려진 것처럼 조씨는 두 번 이혼을 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혼은 했지만 두번째 부인 백은실씨 가족과 지속적인 유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 장모는 물론 백은실씨와 그녀의 현재 남편과도 스스럼 없이 어울린다. 조씨는 “내가 얻은 자유의 성취는 가정이라는 굴레로부터 벗어난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남성은 자유롭게 살고 싶어하지만 아버지 노릇, 남편 노릇, 아들 노릇을 하느라 자유의 꿈을 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조씨는 “자유에는 엄청난 희생이 따르기 때문에 어설프게 자유를 찾을 생각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조씨에게는 20대인 아들 두 명과 열세살 짜리 딸이 한 명 있다. 큰아들은 미국 컬럼비아대학을 나와 직장에 다니고 둘째아들은 뉴욕대학에 재학 중이다.
"진정한 자유는 내 의무를 다하면서 자유롭게 살아야 그게 진정한 자유라고 봐요. 나는 심리적으로 조국에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섯살 때 고아원에 버려진 아이를 데려다 키운 딸 아이가 이제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이젠 떳떳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직접 키워보니까 이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그는 자유롭게 살고 싶으면 자유로울 수 있는 직업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씨는 “기자는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직업”이라고 단정했다.
"가수라는 직업은 승부의 잔인한 갈림길이 없는 직업입니다. 서태지 노래가 많이 불린다고 해서 조영남이 졌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박찬호, 타이거 우즈, 박세리는 승부가 분명히 갈리는 프로들입니다. 질 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습니까?"
가수 조영남에게 자유는 사소한 것에서도 샘솟는 것 같다. 생활 속에서 자유를 만끽한다. 그는 집안의 가구를 직접 디자인해 만들어 쓴다. 머리맡에 책을 올려놓을 수 있게 침대를 직접 만들었고 테이블, 식탁 등도 나무를 골라 직접 만든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만들어야 거기서 자유를 느낀다는 것이다. 넥타이나 양말을 살 때도 남이 사다주는 것을 신는 게 아니고 직접 보고 골라야 직성이 풀린다.
그가 일상사에서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기준은 '내가 과연 자유로울 수 있느냐'이다. 조씨는 “스스로를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으면 자유를 맛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생각이 자유롭지 않은 사람, 갑갑한 사람과는 아예 만나지 않는다. 내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나를 스스로의 규제 속에 넣어야 하는 것이다."
기자가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되받았다.
"돈이 많아 불행하고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자유는 누구에게나 같은 분량으로 주어지는 겁니다. 돈이 많다고 자유의 분량이 많다면 세상이 지탱할 수 있겠어요. 아마 진작 뒤집혀졌겠지요. 돈이 없는 경우에도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조씨는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자유인'으로 보는 게 조금은 억울하다고 말한다. 자신은 지극히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보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