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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호피(羊質虎皮)
본바탕은 양인데 껍데기는 호랑이 무늬라는 뜻으로, 거죽은 훌륭하나 실속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사람의 본질을 갖추지 않고 겉만 그럴싸하게 꾸민다는 의미의 말이다.
羊 : 양 양(羊/0)
質 : 바탕 질(貝/8)
虎 : 범 호(虍/2)
皮 : 가죽 피(皮/0)
(유의어)
구밀복검(口蜜腹劍)
구유밀복유검(口有蜜腹有劒)
동상각몽(同床各夢)
동상이몽(同床異夢)
면종복배(面從腹背)
사시이비(似是而非)
사이비(似而非)
사이비자(似而非者)
소리장도(笑裏藏刀)
소면호(笑面虎)
소중유검(笑中有劍)
양두구육(羊頭狗肉)
양봉음위(陽奉陰違)
표리부동(表裏不同)
출전 : 양웅(揚雄)의 법언(法言)
이 성어는 한(漢)나라 때 양웅(揚雄)의 '법언(法言)'중 '오자(吾子)'에 처음 보인다.
어떤 사람이 말했다. "여기 제 입으로 성이 공(孔)씨이고 자는 중니(仲尼)라는 사람이 있다 칩시다. 그 문에 들어가고 그 집 마루에 올라 그 책상에 앉아 그의 옷을 입는다면 중니라 할 수 있겠습니까?"
或曰 : 有人焉, 曰雲姓孔而字仲尼, 入其門, 升其堂, 伏其幾, 襲其裳, 則可謂仲尼乎?
답하기를, "겉만 그렇지 바탕(質)은 아니다."
曰 : 其文是也, 其質非也.
다시 묻기를, "바탕이란 게 뭔데요?"
曰 : 敢問質.
답하기를, "양의 바탕에 범의 껍질을 쓰니 풀을 보면 기뻐하고 승냥이를 보면 벌벌 떤다. 제가 범의 껍질을 뒤집어쓴 것을 잊은 게지."
曰 : 羊質而虎皮, 見草而說, 見豺而戰, 忘其皮之虎矣.
중니를 자로 쓰고 성이 공씨라 해서 다 공자가 아니다. 보통 때는 겉만 보고 대단하게 여겼다.
막상 하는 짓을 보니 고작 승냥이 앞에서 두려워 납작 엎드리고 풀만 보면 침을 흘리며 달려가더란 얘기다. 그 모습을 보고도 여전히 벌벌 떨며 그 앞에서 꼼짝 못 하는 여우 토끼도 딱하기는 한가지다.
한여유(韓汝愈)는 양절반씨자치통감총론(陽節潘氏資治通鑑總論)에서 이렇게 썼다.
겉은 은인데 속은 쇠이거나(外銀裏鐵), 바탕은 양인데 껍데기만 범인 자(羊質虎皮)들은, 평소에도 착하지 않아 못 하는 짓이 없고, 제멋대로 굴며 사치하여 거리끼는 바가 없다. 이를 두고 소인이라고 한다.
若夫外銀裏鐵, 羊質虎皮, 閒居不善, 無所不至, 放僻奢侈, 無所忌憚. 是所謂小人也.
이런 자들에게 높은 지위를 맡기면, 충신과 어진 이를 배척하여 몰아내고, 백성을 벗겨서 제 이익만을 취한다.
如是者當路, 則斥逐忠賢, 剝民興利.
아래에서 사람이 원망하고, 위에서 하늘이 노해, 해침이 동시에 이르고, 세상은 탁해져 어지럽게 된다.
人怨於下, 天怒於上, 菑害竝至, 海內濁亂.
김조순(金祖淳)이 자기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애초에 의리(義利)의 공교로움을 따져 살피지 않고 그저 듣기 좋은 소리와 웃는 모습으로 공손하고 삼가며 바르고 중도에 맞는 듯한 태도를 짓는 자는 또한 양질호피의 부류일 뿐이라며 큰 바탕이 서지 않았는데 스스로 세속과 다르다고 여기는 자는 망령된 사람이라고 적었다.
성호사설 제14권 인사문(人事門) 소이천(邵二泉)
명 나라 학자로 자는 국현(國賢)인 소이천보(邵二泉寶 )의 말에, “차라리 진짜 사대부(士大夫)가 될망정 가짜 도학자(道學者) 되기는 원하지 않는다” 했으니, 이는 뜻은 옳으나 말은 그릇된 것이다.
명(明) 나라 2백년 동안에 유도(儒道)의 풍교(風敎)가 침체된 것은 반드시 이런 자들이 그르친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진짜 사대부 관속은 내면은 충실하나 외면은 허술한 자이고, 가짜 도학이란 겉치레만 하며 속은 허망한 자를 뜻함이니, 두 가지를 비교해 본다면 속이 충실한 것이 나을 뿐이겠는가?
그러나 속이 충실하면 외면도 점잖아지는 것이 군자의 인(仁)이며 의(義)인데, 어찌 외면이 허술한 자가 도리어 나을 수야 있겠는가?
내가 요즘의 사풍(士風)을 보건대 몸가짐을 단정히 할 것으로 지도한다면 양질호피(羊質虎皮)라는 기롱을 면하지 못하지만 오래 습속이 되면 오히려 단아(端雅)한 기풍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유에만 맡겨 절제가 없는 것으로 지도한다면 외면은 비록 탄솔(坦率)하여 자연스러운 듯하지만 오래 습속이 되면 너 나할 것 없이 안팎을 모두 다 잃어 난잡하고 행실 없는 무리가 될 것이므로, 그 옳고 그른 것은 여기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공자가, “너는 군자의 선비가 되고, 소인의 선비는 되지 말라.”고 하였으니, 이 같은 말이라야 비로소 결함이 없는 것이다. 소보(邵寶)와 같은 자는 천하 사람을 그르치기에 알맞을 뿐이다.
▶️ 羊(양 양)은 ❶상형문자로 양의 머리를 본뜬 글자이다. 양의 머리 모양을 도형화한 것이며 牛(우; 소)자와 비슷하다. 아주 옛날에 양은 신에게 바치는 희생의 짐승 중에서도 특히 존중된 것이었다. ❷상형문자로 羊자는 ‘양’이나 ‘상서롭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羊자는 양의 머리를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을 그린 것으로 구부러진 뿔이 특징되어 있다. 양과 소는 인간이 가축으로 기른 가장 최초의 동물이었다. 특히 양은 뛰어난 고기 맛과 유용한 털로 인해 상서로운 짐승으로 인식되어 제사에 쓰이는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고대의 권력자들은 양의 뿔을 상서로움이나 권력의 상징으로 삼았다. 羊자가 부수로 쓰이는 글자들이 ‘양’이나 ‘양고기’, ‘상서로움’, ‘권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羊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하단의 획이 생략된 형태로 결합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羊(양)은 (1)면양(綿羊) (2)의지(依支)가 없이 약하다는 뜻에서 신자(信者)를 비유하는 말 (3)성질(性質)이 퍽 온순(溫純)한 사람의 비유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양(羊: 솟과의 동물) ②상서(祥瑞)롭다 ③배회(徘徊)하다 ④바라보다 ⑤자세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양의 털을 양모(羊毛), 양의 젖을 양유(羊乳), 양의 가죽을 양피(羊皮), 양털로 촉을 만든 붓을 양호(羊毫), 양의 무리를 양군(羊群), 양고기를 양육(羊肉), 양 뿔을 양각(羊角), 양가죽으로 만든 옷을 양구(羊裘), 양의 머리를 양두(羊頭), 양을 가두어 기르는 우리를 양사(羊舍), 털빛이 흰 양을 백양(白羊), 털빛이 검은 양을 흑양(黑羊), 소와 양을 우양(牛羊), 개와 양을 견양(犬羊), 양을 기름을 목양(牧羊), 양의 수컷을 저양(羝羊), 양의 암컷을 빈양(牝羊), 우리 안에 갇힌 양이란 뜻으로 자유롭지 못함을 함양(檻羊), 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은 훌륭해 보이나 속은 그렇지 못한 것을 양두구육(羊頭狗肉), 양의 창자처럼 구불구불 휘고 좁은 길이라는 뜻으로 대학 입시나 입사 시험 등의 합격의 어려움을 양장소경(羊腸小徑), 속은 양이고 거죽은 호랑이라는 뜻으로 거죽은 훌륭하나 실속이 없음을 양질호피(羊質虎皮), 양을 잃고서 그 우리를 고친다는 뜻으로 실패한 후에 일을 대비함을 망양보뢰(亡羊補牢), 달아난 양을 찾다가 여러 갈래 길에 이르러 길을 잃었다는 뜻으로 학문의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어 진리를 찾기 어려움을 다기망양(多岐亡羊) 등에 쓰인다.
▶️ 質(바탕 질, 폐백 지)은 형성문자로 貭(질)의 본자(本字), 貭(질), 貭(지), 贄(지)와 통자(通字), 质(질), 质(지)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조개 패(貝; 돈, 재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斦(은, 질)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斦(은, 질)은 날붙이를 두 개 가지런히 한 모양으로, 나무나 풀을 자르는 도구(道具)에서 잘라서 가지런히 하는 일을 뜻하고, 貝(패)는 돈이나 물건을 뜻한다. 質(질)은 물건과 비등한 돈을 빌리다, 인질(人質), 성질(性質) 따위의 뜻으로도 쓰인다. 그래서 質(질, 지)은 (1)타고 난 성질(性質) 됨됨이의 바탕 천성(天性) (2)어떤 사물의 유용성(有用性), 내용의 좋고 나쁨, 가치(價値), 등급(等級), 속성 따위의 총체 (3)어떤 사물 현상의 본질적인 특성과 속성의 유기적인 통일에 기초한, 그 사물 현상을 다른 대상과 구별하는 특색으로 되어 있는 것 양(量)에 대응하는 말임 (4)논리학(論理學)에서는, 판단이 근정 판단이냐 부정(否定) 판단이냐 하는 차별을 판단의 질이라 한다. 바탕, 바탈, 등의 뜻으로, ①바탕 ②본질(本質) ③품질(品質) ④성질(性質), 품성(稟性) ⑤저당물(抵當物), 저당품(抵當品) ⑥맹세(盟誓) ⑦모양 ⑧소박(素朴)하다, 질박(質樸)하다(꾸민 데가 없이 수수하다) ⑨대답하다 ⑩솔직하다 ⑪이루다 ⑫정(定)하다 ⑬저당(抵當)잡히다, 그리고 ⓐ폐백(幣帛)(지) ⓑ예물(禮物)(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성씨 박, 칠 복, 성씨 부(朴), 순박할 박, 나무 빽빽할 복(樸), 바를 정/정월 정(正), 본디 소/흴 소(素), 재물 자(資)이다. 용례로는 의문이나 이유를 캐 물음을 질문(質問), 의심나는 점을 물어서 밝힘을 질의(質疑), 갈피를 잡고 헤아려서 작정함을 질정(質定), 책망하여 바로잡음을 질책(質責), 겉으로 꾸미거나 공교로움이 없음을 질박(質樸), 재질에 따라 달리 느껴지는 독특한 느낌을 질감(質感), 사리의 옳고 그름을 물어서 의논함을 질의(質議), 질박하고 예스러움을 질고(質古), 묻거나 따지거나 하여 바로잡음을 질정(質正), 물건의 본바탕을 물질(物質), 사람이나 동물이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마음의 바탕을 성질(性質), 사물이나 현상에 내재하는 근본적인 성질을 본질(本質), 실상의 본바탕을 실질(實質), 물건의 성질과 바탕을 품질(品質), 질이 달라짐을 변질(變質), 타고난 성품이나 소질을 자질(資質), 몸의 성질이나 몸의 바탕을 체질(體質), 재주와 타고난 바탕을 재질(才質), 바탕을 이루는 성질을 기질(氣質), 사람을 볼모로 잡아 두는 일을 인질(人質), 인질을 서로 바꿈을 교질(交質), 재목의 질을 재질(材質), 땅의 성질이나 흙의 성질을 토질(土質), 물건의 품질이 나쁜 상태에 있는 것 또는 그 질을 저질(低質), 개인의 개성을 특징 짓는 경향과 태도를 소질(素質), 사람으로서의 좋은 바탕이나 물품 따위의 좋은 질을 양질(良質), 부드럽고 연한 성질 또는 그러한 물질을 연질(軟質), 꾸밈없이 착실하고 심신이 건강함을 질실강건(質實剛健), 속은 양이고 거죽은 호랑이라는 뜻으로 거죽은 훌륭하나 실속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양질호피(羊質虎皮), 얼음같이 투명한 모습과 옥과 같이 뛰어난 바탕이라는 뜻으로 용모와 재주가 모두 뛰어남을 빙자옥질(氷姿玉質), 소나무와 잣나무는 서리를 맞고 더욱더 무성해 진다는 뜻으로 건강한 체질을 이르는 말을 송백지질(松栢之質), 외견이 좋고 내용이 충실하여 잘 조화를 이른 상태를 이름을 문질빈빈(文質彬彬), 용과 같이 위엄 있는 모양을 하고 있으나 실은 물고기라는 뜻으로 옳은 듯하나 실제는 그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어질용문(魚質龍文) 등에 쓰인다.
▶️ 虎(범 호)는 ❶상형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갑골문의 호(虎)자는 머리는 위로 향하고 꼬리는 아래로 향하며 몸에는 무늬가 있다. 중국인들은 호랑이의 머리에 왕(王)자가 크게 쓰여 있어서 호랑이가 바로 동물의 왕이라고 생각하였다. ❷상형문자로 虎자는 '호랑이'나 '용맹스럽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호랑이는 예나 지금이나 용맹함을 상징한다. 그러나 고대인들에게 호랑이는 두려움의 대상이자 신비의 영물이었다. 이러한 인식은 문자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虎자가 쓰인 글자 대부분은 '용맹함'이나 '두려움'이 반영되어 있다. 갑골문에 나온 虎자를 보면 호랑이의 몸집과 얼룩무늬가 그대로 표현되어있었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획이 변형되면서 지금의 虎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참고로 虎자는 폰트에 따라 다리 부분이 儿자나 几자가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虎(호)는 虍(범호 엄)부수로 ①범, 호랑이 ②용맹스럽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범의 꼬리를 호미(虎尾), 용맹스러운 장수를 호장(虎將), 호랑이와 이리를 호랑(虎狼), 털이 붙은 범의 가죽이라는 호피(虎皮), 범에게 당하는 재앙을 호환(虎患), 범의 위세란 뜻으로 권세 있는 사람의 위력을 호위(虎威), 매우 용맹스러운 병사를 호병(虎兵), 범과 같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사방을 둘러 봄을 호시(虎視), 사나운 범을 맹호(猛虎), 큰 호랑이를 대호(大虎), 엎드려 앉은 범을 복호(伏虎), 다른 산에서 온 호랑이를 객호(客虎), 용맹스럽고 날래다는 비유를 비호(飛虎), 소금처럼 흰 눈으로 만든 호랑이를 염호(鹽虎), 범이 죽으면 가죽을 남긴다는 뜻으로 사람도 죽은 뒤에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말을 호사유피(虎死留皮), 범이 먹이를 노린다는 뜻으로 기회를 노리며 형세를 살핌을 비유하는 말을 호시탐탐(虎視眈眈), 용이 도사리고 범이 웅크리고 앉았다는 뜻으로 웅장한 산세를 이르는 말을 호거용반(虎踞龍盤), 범과 용이 맞잡고 친다는 뜻으로 영웅끼리 다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호척용나(虎擲龍拏), 범에게 고기 달라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어림도 없는 일을 하려고 함을 이르는 말을 호전걸육(虎前乞肉), 구사 일생으로 살아 남은 목숨을 일컫는 말을 호구여생(虎口餘生), 잡았던 범의 꼬리를 놓기가 어렵다는 뜻에서 위험성이 있는 일을 비롯한 바에 그대로 나가기도 어렵고 그만두기도 어려움을 가리키는 말을 호미난방(虎尾難放), 범의 꼬리와 봄에 어는 얼음이라는 뜻으로 매우 위험한 지경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호미춘빙(虎尾春氷), 범의 굴에 들어가야 범의 새끼를 잡는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지 큰 위험을 각오하지 않으면 큰 수확을 얻지 못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호혈호자(虎穴虎子), 호랑이같이 예리하고 무섭게 사물을 보고 소같이 신중하게 행동한다는 뜻으로 모든 일에 신중을 기함을 이르는 말을 호시우보(虎視牛步), 매우 위험한 참언이라는 뜻으로 남을 궁지에 몰아넣는 고자질이나 헐뜯는 말을 이르는 말을 호구참언(虎口讒言), 용과 호랑이가 서로 싸운다는 뜻으로 비슷한 상대끼리 맹렬히 다투는 것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용양호박(龍攘虎搏) 등에 쓰인다.
▶️ 皮(가죽 피)는 ❶회의문자로 又(우; 손)으로 가죽(又를 제외한 부분)을 벗기는 것을 나타내어, 벗긴 가죽을 뜻한다. 革(혁)과 자형(字形)이 비슷한데, 나중에는 皮(피)는 짐승으로부터 벗긴 채로의 가죽, 革(혁)은 털을 뽑아 만든 가죽, 韋(위)는 다시 가공(加工)한 무두질한 가죽으로 구별(區別)하고 있다. ❷상형문자로 皮자는 '가죽'이나 '껍질', '표면'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皮자는 동물의 가죽을 손으로 벗겨내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皮자가 가죽을 뜻하는 革(가죽 혁)자와 다른 점은 갓 잡은 동물의 '생가죽'을 벗겨내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皮자와 결합하는 글자들은 대부분이 '껍질'이나 '표면', '가죽'과 같은 '겉면'을 뜻하게 된다. 상용한자에서는 부수로 쓰인 글자는 없지만 波(물결 파)자나 被(입을 피)자 처럼 부수가 아닌 글자에서는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皮(피)는 (1)물건을 담거나 싸는 가마니, 마대, 상자(箱子)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가죽 ②껍질, 거죽(물체의 겉 부분) ③겉, 표면 ④갖옷(짐승의 털가죽으로 안을 댄 옷), 모피옷 ⑤얇은 물건 ⑥과녁 ⑦(껍질을)벗기다 ⑧떨어지다, 떼다 ⑨뻔뻔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뼈 골(骨)이다. 용례로는 척추동물의 몸의 겉은 싼 외피를 피부(皮膚), 날가죽과 무두질한 가죽의 총칭을 피혁(皮革), 가죽과 살을 피육(皮肉), 살가죽과 뼈를 피골(皮骨), 피부속이나 살가죽의 밑을 피하(皮下), 가죽으로 물건을 만드는 사람을 피공(皮工), 파충류나 곤충류 등이 성장함에 따라 낡은 허물을 벗는 일을 탈피(脫皮), 털가죽으로 털이 붙어 있는 짐승의 가죽을 모피(毛皮), 식물체 각 부의 표면을 덮은 조각을 표피(表皮), 털이 붙은 범의 가죽을 호피(虎皮), 탄환이나 처란의 껍질을 탄피(彈皮), 땀이 나고 허한을 거두는 데 필요한 한약재로 쓰이는 계수나무 껍질을 계피(桂皮), 껍질 또는 거죽을 벗김을 박피(剝皮), 가죽과 비슷하게 만든 것으로 인조 피혁을 의피(擬皮), 게나 소라나 거북 따위의 몸을 싸고 있는 뼈처럼 단단한 물질로 된 껍데기를 경피(硬皮), 겉으로만 알고 속을 모르는 것 진상까지를 추구하지 아니하고 표면만을 취급하는 모양을 이르는 말을 피상적(皮相的), 쇠처럼 두꺼운 낯가죽이라는 뜻으로 뻔뻔스럽고 염치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철면피(鐵面皮), 깨달은 바가 천박함을 이르는 말을 피육지견(皮肉之見), 살가죽과 뼈가 맞붙을 정도로 몹시 마름을 일컫는 말을 피골상접(皮骨相接), 옛 모습에서 벗어남을 이르는 말을 구태탈피(舊態脫皮), 범이 죽으면 가죽을 남긴다는 뜻으로 사람도 죽은 뒤에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말을 호사유피(虎死留皮), 속은 양이고 거죽은 호랑이라는 뜻으로 거죽은 훌륭하나 실속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양질호피(羊質虎皮), 얼굴에 쇠가죽을 발랐다는 뜻으로 몹시 뻔뻔스러움을 두고 하는 말을 면장우피(面張牛皮), 호랑이에게 가죽을 내어 놓으라고 꾀다라는 뜻으로 근본적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을 이르는 말을 여호모피(與虎謀皮), 살갗은 닭의 가죽처럼 야위고 머리칼은 학의 털처럼 희다는 뜻으로 늙은 사람을 이르는 말을 계피학발(鷄皮鶴髮), 수박 겉 핥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어떤 일 또는 물건의 내용도 모르고 겉만 건드린다는 말을 서과피지(西瓜皮舐), 주견이 없이 남의 말을 좇아 이리저리 함을 이르는 말을 녹비왈자(鹿皮曰字), 염치가 없고 뻔뻔스러운 남자를 일컫는 말을 철면피한(鐵面皮漢), 풀뿌리와 나무 껍질이란 뜻으로 곡식이 없어 산나물 따위로 만든 험한 음식을 이르는 말을 초근목피(草根木皮)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