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울산을 휩쓸고 지나 간 태풍 `하이선`이 남긴 피해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 정전으로 인한 것이다. 정전 피해는 겉으로 들어나지 않은 채 속을 멍들게 한다. 비 피해는 물자와 인력을 동원하면 그런대로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정전으로 인한 냉동기 고장, 단수, 인터넷 등 정보기기 고장은 시민 생활을 단숨에 마비시켜 당장 심적 고통부터 야기한다. 지난번 태풍 ` 마이삭`에서도 비 피해보다 강풍으로 인한 정전 피해가 훨씬 심했다. 태풍 피해에 정전이란 새로운 양상이 추가된 것이다.
태풍 하이선으로 울산지역 3만 7천 가구가 정전됐다. 1가구당 구성원을 4명으로 잡으면 줄 잡아 15만 여명이 정전피해를 입었다. 정전되면 당장 냉장시설이 마비돼 상당수 가정들이 냉동식품을 통째로 내다 버린다.
또 수돗물이 끊겨 해당 지역 주민들이 생활에 큰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전기장치로 작동되는 보안설비, 정보기기들이 먹통이 돼 잠시 도시 기능일부가 마비된다. 이번 태풍에서도 그랬다. 무엇보다 길거리 신호등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곳곳에서 교통 혼란이 야기됐고 아직도 일부 지역은 혼란상태를 그대로 이어가는 중이다.
이번 태풍도 지난번 `마이삭`처럼 동구 이덕서의 경우 초속 42m의 강풍을 동반했다. 40m이상이면 달리는 기차가 탈선할 위험이 있고 승용차가 뒤집힐 수 있다고 한다. 때문인지 폭우보다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훨씬 컸다. 단전, 단수, 신호기 고장, 정보시설ㆍ장비 불통 등 소위 도시의 `소프트 웨어`가 결딴이 났다. 이런 피해는 인적ㆍ물적 동원 대상이 아니다. 전문기술 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자연 재난재해에 대비하는 방식을 극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재난 피해형태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 태풍 `하이선`도 폭우 못지않게 정전에서 큰 피해를 냈다. 따라서 기상이변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자연재난에 대비해 보다 폭 넓게 그리고 전문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주일 동안 연이어 발생한 태풍피해 결과가 그를 반증한다. 게다가 이번 태풍 기간 월성원전 2ㆍ3호기 터빈이 잠시 멈췄다니 정전의 심각성을 실감케 하고 있다.
이제 태풍이라면 으레 하천 범람, 도로유실, 산사태, 교량 붕괴, 저지대 침수에 초점을 맞추던 기존 대비상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때가 됐다. 정전이란 새로운 복병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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