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우보(虎視牛步)
호랑이처럼 노려보고 소처럼 걷는다는 뜻으로,
예리한 통찰력으로 꿰뚫어 보며
성실하고 신중하게 행동함을 이르는 말이다.
虎 : 범 호
視 : 볼 시
牛 : 소 우
步 : 걸음 보
호랑이같이 예리(銳利)하고 무섭게 사물(事物)을 보고
소같이 신중(愼重)하게 행동(行動)한다는 뜻으로,
모든 일에 신중(愼重)을 기(期)함을 뜻하는 말이다.
호랑이의 눈초리처럼 날카로운 통찰력과
소걸음과 같은 신중하고 꾸준히 행한다는 뜻으로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생활을 다짐해본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어린시절의 시간은 더디게만 갔다.
군 복무기간은 더욱 그랬다. 이제 나이드니,
진달래꽃, 개나리꽃이 피는걸 보고 나면
어느덧 눈이 내리고 있다.
나이들어 빨리 가는 시간 느긋하게 늘려야 하는데,
오히려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보려고 욕심부리고 있다.
昔日齷齪不足諺
(석일악착부족언)
지난날 아등바등 살았던건 자랑할건 없고,
今朝放蕩思無涯
(금조방탕사무애)
이제야 자유로운 생각 거칠 것이 없구나.
春風得意馬蹄跌
(춘풍득의마제질)
봄기운 만끽하며 말 타고 내달리며,
一日看盡長安花
(일일간진장안화)
하루 만에 장안의 꽃을 다 돌아보았네.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맹교(孟郊)가 지은 시 등과후(登科後)이다.
그는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글을 지으며
청렴하게 살던중 어머니 뜻에 못이겨
41세의 나이에 과거에 응시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바람과는 달리 낙방하고
온갖 수모와 냉대를 받다가 5년 뒤인 46세때 급제했다.
과거급제 후 얼마나 기뻤겠는가.
주체할 수 없는 환희가 시구 전체를 감싸고 있다.
두어 번 낙방의 고배를 마셨지만
이제 지난날의 고생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도 꺼내기 싫다.
장안의 봄기운을 만끽하며
의기양양하게 말을 몰아 내달리듯
지금부터 거침없이 기개를 펼쳐보리라.
당나라 때는 과거급제한 진사를 위해
수도 장안의 유명 화원을 유람하는 행사가 있었다.
장안이 아무리 넓다해도 이 기세라면
하루아침에 다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준마를 타고 그냥 휙 둘러본다면야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그건 제대로 된 꽃구경이 아니다.
시의 3,4구에서 '주마간화(走馬看花)'라는 성어가 유래했다.
말을 타고 달리면서 꽃구경을 한다는 뜻으로,
분주하고 어수선하여 사물을 대충 훑어보고 지나간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쓰고 있다.
요즘 ‘꽃과 나무’의 글을 쓰면서 절실히 느낀 것인데,
꽃과 나무는 완상(玩賞)해야만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천천히 보고 또 느껴야 비로소
그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는데,
말을 타고 다니면서 어떻게 꽃을 감상한단 말인가.
빨리 달리다 보면 놓치는 것이 많고
천천히 걸어야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다.
호랑이의 눈처럼 통찰력을 갖고
소걸음 같이 한걸음 한걸음씩
차근차근 나가는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
호시우보(虎視牛步) 또는 우행호시(牛行虎視)라.
호랑이의 눈초리처럼 날카로운 통찰력과
소걸음과 같은 신중하고 꾸준히 행함을 뜻하는 말이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