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눈팅만 하다가 오랜만에 글 올립니다.
말씀드리긴 좀 글지만, 7년간을 병원에 계시던 어머니가 이번 여름에 돌아가셨지요. 잘나지도 못한 저를 바보스러울 만큼 자랑스러워 하셨던 터라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주신 사랑에 좀이라도 답해야 욕먹지 않을 것 같아 해외출장 때를 제외하고는 49재 기간을 포함하여 근 네달을 매주 집으로 내려갔었네요… 자주 다니다 보니 과속카메라가 다 파악되데요.… 암튼, 글다보니 이번 여름엔 탐어를 못 가 아들내미 소원풀이용 캠프 파이어 장작도 집 구석에서 계속 그자립니다.
49재를 마치자마자 그 다음주로 탐어를 잔뜩 계획하고 있었는데, 아뿔싸, 아들내미 시험이 목전이라네요… 왜 진작 이야기를 안했냐고 화를 내고 말았는데 아들내미도 이해하겠지요. 어쨌거나 주말을 방구석에 쳐박혀 보내는데 얼마나 허탈하던지 딱 바람맞은 기분입디다.
그리고 바로 다음은 추석... 어머니 돌아가시고 첫 명절인지라 탐어는 절대 불가지요… 근데, 짧은 추석덕에 앞뒤로 연차를 냈는데 어라, 아들내미는 학교를 간다네요. 이거 왠일이야… 본의 아니게 하루가 비게 되었습니다. 고심 끝에(고심은 하긴 했나?) 이번에는 혼자 탐어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맘을 그렇게 먹으니 엄청 바빠지더군요… 수요일 퇴근을 하자마자 짐을 꾸리고 새벽에 떠날 요량으로 일찍 잠을 청합니다. 일찍 일어날수록 일찍 출발이다 싶어 자자, 자자 그러는데, 죽어라고 잠이 안 오더군요… 그게 설레임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그랬던 건지 잘모르지만 은근히 불안해 지더군요. 이러다 늦잠자면 어쩌지 싶어서…. 그래서, 그냥 자정쯤에 길을 떠났습니다.
장소는 영월입니다. 이미 몇 차례나 갔었지만, 다른데 보다도 거길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영월묵납을 보고 싶었거든요… 이젠 길이 익어 네비 없이도 척척 방향을 틀어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고 보니 새벽 세시더군요. 입구에 바리케이트를 쳐서 강변으로 갈수 없었던 걸 빼곤 다 좋았습니다. 깜깜한 밤에도 물소리… 그리고 서늘한 바람에 녹아있는 그 내음이 왠지 고향 같더이다. 잠을 청할까 싶었지만 역시나 잠이 오지 않더군요… 그렇게 힘들게 찾아갔는데, 억지로 잠을 청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가슴장화를 챙겨 입고, 랜턴에 족대, 그리고 그물망을 가지고 강가로 갑니다… 무릎을 채 넘지않는 강에 발을 담구고 담배를 한대 땡깁니다. 괜히 폼납니다. 담배는 이런 맛에 피우나 봅니다.
돌을 들추지도 않고, 그냥 물고기 있는곳에 슬쩍 다가가서 족대로 싸고 올립니다. 밤에는 얘들 경계심이 흐려져선지 이렇게도 잘 잡힙니다. 특히 저같이 족대신공이 형편없는 입장에서 밤의 탐어는 무지하게 재밌지요…
아무도 없는 강변에서 그것도 깜깜한 밤에 고기잡아 불 비춰보고 홀로 감탄하기도 하고, 아슬하게 놓치고 아쉬워하기도 하고… 무아지경이 별게 아닐겁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방해없이 푹 빠져 있는거, 그걸 행복하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별스럽다고 해야하나… 암튼, 시간 가는 걸 몰랐는데, 어는덧 뿌옇게 물안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던거지요… 새벽 6시… 그제서야 피곤이 몰려옵니다. 날밤을 세운거니 그럴만 하지요…
차로 돌아가 잠시 잠을 청합니다. 그래도 잠은 오지 않더이다… 다행입니다. 일을 이렇게 하진 않아서… 자는둥 마는둥 7시 반에 다시 나와서 가슴장화 다시 껴입고 강으로 들어갑니다. 이번에는 물살이 세지않은 여울로 가서 족대를 펼칩니다. 어렵지 않게 잡힙니다… 역시 장소가 중요해…
여울부 첫수는 역시 쉬리…
또 쉬리
꾸구리도 잡히고,
배가사리,
사이즈가 엄청 큰 가는돌고기 처럼 생겼네여?
새끼 꺽지…
참중고기… 이건 밤에 잡은 건데, 여기에서 참중고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영월묵납… 참 죽이지요? 사이즈도, 체색도, 체장도, 체고도 다 완벽합니다…
그리고 덤으로 어름치...
이번 탐어는 아들내미들이 없어 보다 간편하게 즐길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감동이 좀 부족하데요… 옆에서 감탄해주고, 대단하다고 인정해줘야 재미가 더 나는 법인데… ㅎㅎㅎ 그래도 오랜만에 홀로 느끼는 탐어인지라 한편으로 미안하기도 합디다.
이제 또 언제 탐어를 갈지 모르겠군요. 큰놈이 중 3이라 마냥 놀러가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도 사둔 장작은 빨리 소진을 해야하는데… 기회가 오겠지요.. 그럼 그때 또 글 올릴게요. 다들 건강하시고요…
첫댓글 어름치ㅋ
어름치는 요즘엔 여러수계에서 꽤 보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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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 죽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방해없이 푹 빠져 있는거...'무아지경이지요. 모친상을 당하셨군요. 슬픔을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보니까 이성진님이 가장 열심 출근이시더라고요... 항상 밝은 모습, 가슴이 훈훈해집니다...
좋은 탐어기 잘 보았습니다. 저도 언제가 영월에 함 들러야 겠습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강원도는 뭔가 다르군요. 묵납발색한번 끝내줍니다~
하늘이 내린땅 강원도라고 하지 않습니까..ㅎㅎ
와 역시 유빈아빠님의 탐어기네는 희귀종이 많준요^^ 재밌게 보고 갑니다^^
산이 깊고 물이 맑아선지 휘귀종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묵납이 좀 줄은 것 같아 좀 걱정이 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예, 서강입니다..
저도 얼마전 가본 영월이 그립네요...^^; 정말 잠을 뒤로하고 채집에 열중하시는 모습이 부럽네요. 글도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__)
영월은 정말 강의 도시같아요... 왠지 그곳에만 가면 잠이 안오더러고요...
참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연이네요. 영화의 한 장면 같군요. 그림같은 탐어기 잘 보고갑니다^^.
그림같은 탐어기... 왠지 우쭐해집니다... 감사합니다.
그간 일이 있으셨군요 오랜만에 보는 탐어기네요.. 아름다운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물고기들이 정말 귀엽습니다. ^^
예, 정말 오랜만에 쓰는 탐어기였습니다... 물고기는 언제나 봐도 아름답죠...
어머님의 선물로 보이십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ㅎㅎㅎㅎ 감사합니다...
절경을보니 지난번에 자제분들과 다녀오신곳인듯합니다..
역시 고수는 모든걸 그냥 보시지 않으신가 봅니다... 예전 다녀온 곳이랑 그리고 약간 하류쪽으로 다녀왔는데, 하류쪽은 예상외로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발도 넣지를 못하고 사진만 찍었습니다.
한편의 잔잔한 수필을 읽는듯 합니다 고맙습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저또한 2년반의 부친병간호와 올봄 편히 잠드시게하시고 아직은 양심에 찔려 물가에서 허한 담배한대나 피우고있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빕니다. 유빈아빠도 물가나갔으니 저두 올해가기전에 탐어한번 허허~! 귀한사진 잘 보았습니다.
그러셨군요...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그래도 양심에 찔리시기까지... 보리싹님의 탐어기도 참 인상이 깊었는데, 글고 보니 그뒤로 탐어기 읽은지 오래된 것 같네요... 탐어가셔서, 물고기 보면서 허한 마음 달래시기 바랍니다...
운치있는 탐어기 잘 보았습니다. 경관이 훌륭하네요.
운치있는 탐어기 잘 보았습니다. 경관이 훌륭하네요.
운치있는 탐어기라... 솔직히 경관에 비해 탐어기는 부족하지요... 워낙에 이쁜 동네라서...
고려청자 빛깔 묵납 죽이는군요!
고려청자... 이거 퉁사리님의 표현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닌가 보네요...
탐어기 잘 보고 갑니다.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음엔 저도 함께탐어 하고 싶습니다. 잘봤습니다.
기회가 되면 저도 꼭 딱정벌레님과 탐어가서 배우고 싶습니다...
슬픔을 이겨내시고 앞으론 항상 좋은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강수계가 낙동강과는 차이가 많이 나네요
그런것 같아요... 수계마다 사는 종이 달라서 좋기도 하고, 돌아다니자니 힘들기도 하고...
오랜만에 올리셨네요...역시..묵납이네요 ... .....힘내시구요 홧팅
옙... 실속이 없어서 그러지만 항상 힘내고 살고 있습니다....
요즘 도통 안보이신다 했더만 힘든일이 있으셨군요.....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언제고 기회되면 유민아빠님과 탐어를 가보고 싶네요...^.^ 늘 좋은 탐어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그러고 싶네요... 애들이 커서 같이 놀기 싫다고 하기전에 많이 다녀보고 십습니다... ㅎㅎ
영월로 또 다녀오셨군요^^ ㅋㅋ 늦었지만 어머님 삼가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카님, 근데 올해 다 지나가요... 국수는 언제 먹나요?
파주에 한번 놀러오시지요~ 기똥차게 맛난 국수집이 있습니다^^;; ㅋㅋ
영월은 제 고향인데.. 정말 탐어 하기 참 좋은 곳인것 같아요.. 어종도 풍부하고...반갑습니다. ㅎㅎ
영월이 고향이라니 부럽네요... 직장만 아니라면 거기서 평생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