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지지난 해 어느 날에 오전과 오후 강의시간 시간차가 커서 시내 한복판 대형서점에 들렀다가
눈에 꽂혀 보따리 등에 맨채 열중했던 책, <사피엔스>.
첫 판 부터 너무 우울 해서 소장하고 싶지 않아 그냥 내려 놓고 무겁게 발걸음을 옮기게 했던 그 책이 이 프로의 첫 회를 장식하는 것을 보며 일을 내려 놓고 집중하고 있다.
ㅡ준희야! 너의 숨소리가 안들려!
준희가 어찌나 열중하던지 나는 가끔 한 번 씩 불러
준희가 너무 빠져들지 않게 살짝 살짝 꺼내준다.
우리가족이 아직도 준희에게 집중하는 일 중 하나가
웬만하면 혼자 티비를 시청하지 않게 하는 일이다.
뉴스든 교양이든 심지어는 오락 프로까지 확인하고 넘어가야하는 일이다.
자신이 관심갖는 부분에만 집중하느라
전체적인 맥락을 잘 못 해석해 버리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왜곡된 정보 입력으로 종종 극단적인 표현을 주저없이 펼쳐버리기에 함께 대화 중이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래서 가족이 함께 공유하고 토론하게 된 것이다.
지식을 넓히기 위해 행하는 즐거움을 가진 자연스러운 행위가 아니기에,
준희에게 향한 우리의 목표가 있는 행위이기에
우리가족에게는 고된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모르는 이들은 배부른 투정이라고 한다.
뭐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한다.
하지만 준희가 지금의 준희가 만들어지기까지 우린 이런 노력까지 했음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직장에서 대학 스터디 동아리에서 그나마 비난받지 않고 쫒겨나지 않고 있음이 그 행위의 가장 큰 효과이기 때문인 것이라 주장해도 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