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당직을 선 탓인지 몸이 몹시 뻐근했다.
3월의 햇살이 차가운 창문 안으로 파고 드는 아침이다.
출근시간이 되면 바로 인수인계하고 퇴근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때 담당 과장이 문래동 근처 화물터미널에 가서
울산에서 올라온 자동차 부품 샘플을 사무실에 가져다 놓고 퇴근하란다.
전날 당직을 서서 혹시 피곤할 수 있으니 내 입사 동기인 K군과 함께 가란다.
그날의 운전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H사로 옮길려던 계획도,
장남이니 일찍 장가가려던 계획도,
파견 근무를 신청해서 몇년동안 지사에서 근무하려던 계획도.
잘 됐으면 부부가 같이 갈 수도 있었는데...
내 나이 27살 때의 얘기다.
가는 길은 내가 운전했다.
터미널에 도착해서 샘플을 인수하고 안양시 박달동으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 졸려서 입사 동기 K가 운전하기로 했다.
난 조수석으로 옮겨 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몸을 움직이려고 윗몸을 일으켰다.
상체는 일으켜진다.
다리쪽을 보니 꼭 고무호스 말아놓은것 같다.
앞을 보니 차들이 부서져있고 난 아스팔트 위에 앉아있다.
구급 요원들이 날 앰뷸런스에 실으면서 뭔가를 자꾸 물어보는데
꼭 동굴에서 얘기하는 것 처럼 잘 안들린다.
지금도 기억나는 질문.
"월급이 얼마예요?" - 이건 왜 물어 봤을까?
사고가 났던 동네 작은 병원을 거쳐 며칠 있다가 혜화동 고대부속병원으로 옮겼다.
그렇게 침대에 누웠고 그 누운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6개월 걸렸다.
퇴원 두세달 전의 내 별명은 상감마마였다.
정형외과 병동에서 최고참이었고 전용 휠체어로 시속 30Km 이상의 속력으로 휠체어를 몰았다.
병원 구석구석 안가는 곳이 없었고 다른 병동의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
그 병원에서 퇴원하는데 13개월 걸렸고 두세달 후에 다시 출근했던 것 같다.
퇴원할때는 휠체어를 탔는데 석달 후에 목발 짚고 다시 병원으로 갔을때
의사나 간호사들이 힐끔거리며 보더라.
아마 내가 사람 꼴이 안될거라는데 돈을 건 직원들이 많았나보다.
이렇게 내 불효의 스토리는 일단락 되었다.
나 정도면 안되지만
난 사람들이 조금 아파서 병원 신세를 지고 며칠 입원도 하는 일이
나쁜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잘 먹고 잘 숨쉬고 잘 걷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자신의 삶이 좀 더 소중해지는 충분한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첫댓글 그런 일이 있었네,,,
모임에서 본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크게 다쳤던 사람이라고는 생각 못했어.
병원에 입원 해봄으로해서 자신의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것도 공부라는 거...
백프로 공감~^^
앞으로는 큰사고 내지말고, 또는 당하지말고
건강하게 삽시다 우리 모두^^
난 너에 불편한 다리를 보고 큰 사고를 당했구나하고 추측만했는데.... 오랜 시간을 고생과 재활에 의지로 건강하고 밝은 인화가 되었구나~~~ 몸이 아프고 안좋으면 마음 또한 어두운데... 인화는 항상 긍정적인 모습이 느껴진다.... ""화이팅""
인화. 네게서 설핏 들은 내용보다 대형 사고를 겪었구나. 언제 기회가 되면 사고 이후 네가 겪었을 사연을 듣고 싶어. 널 힘들게 했을 것 같아. 글 잘 읽었다.
젊은 나이에 인생의 큰 산을 넘었구나.
한창 패기가 넘칠 땐데 참 힘들었겠다, 가족 모두......
괜스레 숙연해진다.
그랫군아...전혀 몰랏엇네...지금건강 유지하면서 오래오래 보자꾸...^^
그랬구나~
아주 많이 힘들었을텐데~
다시 말하기도 쉽진 않았을터인데~
아픔은 기억속에 오래 남아 있는것인데~
항상 웃는 얼굴 뒤에 그런~, 두 번 사는 삶~ 그래서인가~?
어쩐지 도사풍~^^
25년전 이야기인데 뭘 그리 심각하게들 듣나.
밤에 술 판 벌이다가(내과 병동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 쫓겨날뻔 했던 일,
휠체어 레이싱 하면서 재미있었던 일도 있었어.
맞아, 두번 살고 있다는 생각은 늘 하지.
난 그저 일상 생활의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친구들이 알았으면 해서 쓴 것 뿐인데...
그때가 86년이였구나...오랜시간동안 병원에 있었고 재활하느라 무척 고생이 많았었지...
다시 재입사하고 결혼하기까지...또 드림레포츠..언제나 열심히 살았던 지난 너의 모습들이 떠 올려진다.
이제 남은 인생을 더 좋게 살아가는것만 생각하기로 하자...다시 운동하고.다시 작은꿈이라도
일깨우자...어제 아들 선생님이 꼭하고싶은일 100가지 써오라고 숙제주었다는데...우리도 꼭 하고싶은일
열가지라도 다시 시도를... 어차피 안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어차피 안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내 머리속에서 맴도는 글.... 책상앞에 큼지막하게 적어두고 항상 생각해야지.
인생에 있어서 위기를 겪은자가 보는 삶의 시야는....깊이가 다름을 알수 있지...
친구의 여정을 존경한다....시간이 지날수록 삶의 앞에 겸손해지는것은...패기와 열정이 식어서 일까?...
아니면 보이는것이 더욱 많아져서 일까............인화야...기왕이면...오래보고..살아야지^^
너의 지난일을 그땐 어떻게 지낸다냐 하면서 물어보던일을 이제야 그한부분을 보고 말았네.....
난 나에게 손가락 다치는것두 오 신이시여 나에게 이런 형벌을 내리시나이까 하면서 절절히 끓었는데 넌 오죽 했겠니...
친구들하구 말이통하구 머리가맑아오며 가슴이느껴질때 내예기를 하면 그일들은 저편한구석으로 없어지지..
인화 네예기 공감한다.. 어느것하나 소중안한게 없어 난 네가 지금보다 더많은 꿈과 희망찬 삶을 영위해 나갔으면 해
왜냐면 넌 네가 제일 소중하니까 .. 사랑하는 친구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