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cafe-editor-text">206P<br /> <br /> 코스케가 묻자 그녀는 엷은 미소를 띄우며 스툴에서 내려왔다.<br /> "그렇지 않아요. 일단 12시까지 영업시간이니까요."<br /> "그럼, 한 잔 마셔볼까." 코스케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카운터 가장 끝 자리에 앉았다. <br /> "그렇게 구석에 앉지 않아도..." 마담이 쓴 웃음을 지으며 물수건을 내 왔다. "오늘은 이제 다른 손님들이 더 오지는 않을 테니까요."<br /> "아뇨, 괜찮아요. 한 잔 마시면서 할 일이 있어서요." 물수건을 받아들고 손과 얼굴을 닦았다. <br /> "할 일이라면?"<br /> "뭐 그냥 좀..." 말끝을 흐렸다. 설명하기 어려웠다.<br /> 마담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br /> "그러세요? 방해 안할 테니까 편하게 하세요. 술은 뭐로 드시겠어요?"<br /> "네. 그럼 맥주로 할게요. 흑맥주 있나요?"<br /> "기네스 괜찮으세요?"<br /> "물론이죠."<br /> 카운터 안 쪽에서 마담은 몸을 웅크렸다. 거기에 냉장고가 있는 모양이다.<br /> 기네스 병맥주가 나왔다. 그녀는 마개를 따고 텀블러에 흑맥주를 따랐다. 술 따르는 솜씨가 능숙했다. 크림 같은 거품이 2센티 정도 생겼다. <br /> 코스케는 꿀꺽 꿀꺽 마시고는 손등으로 입가를 훔쳤다. 독특한 쓴맛이 입 안에 퍼졌다.<br /> "괜찮다면 마담도 한 잔 하시죠."<br /> "감사합니다." 그녀는 땅콩이 든 접시를 코스케 앞에 놓은 후 작은 잔을 꺼내 와 거기에 흑맥주를 따랐다.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br /> 그러시라고 코스케는 답하고 편의점 봉투 속에 든 것들을 꺼냈다. 편지지와 수성 볼펜이었다.<br /> 그것들을 카운타 위에 올려 놓았다.<br /> 마담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편지를 쓰시는 거예요?"<br /> "네, 보다시피."<br /> 마담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조금 떨어진 곳으로 옮겨갔다. 눈치있게 신경을 써 주려는 것이리라.<br /> 코스케는 기네스를 한 모금 마시고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br /> 쇠퇴해져 가는 도시의 술집 치고는 촌스럽지 않다. 의자와 테이블의 디자인도 심플하면서 세련되었다.<br /> 그리고 벽에는 포스트랑 일러스트가 장식되어 있었다. 사십여년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했던 네 명의 젊은이를 표현한 작품이다. 팝 디자인의 노란 잠수함을 그린 것도 한 점 있었다.<br /> Fab4 란 'Fabulous4' 를 줄인 말이다. 일본어로 번역하면 '멋진 네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비틀즈의 별칭이다.<br /> "비틀즈 전문 음악 바라는 건가요?" 코스케는 마담에게 물었다.<br /> 그녀는 어깨를 조금 들어 보였다.<br /> "음, 일단 그걸 내세우고 장사를 하고 있죠."</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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