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지봉[龍池峰] 744m 경남 김해 / 창원
산줄기 낙맘점맥
들머리 장유면 대청리 대청계곡
위 치 경남 김해시 진례면/장유면/창원시 불모산동
높 이 744m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김해와 창원을 가르는 낙남정맥의... 김해 용지봉(744m)
초전에서 평지마을로 가는 길은 포장길이다. 어가는 사람은 없고 가끔 차들이 달려오고 달려간다. 차 뒤꽁무니를 따라 걷는 일은 한가롭기보다는 다소 지루하다. 하늘에는 구름이 흘러가고 흘러온다. 제자리를 찾아 허둥대는 것처럼 몹시 분주한 그 틈 사이로 반짝 햇살이 비친다.
평지마을은 꽤나 깊은 산골인데도 닭백숙, 오리불고기 등을 하는 먹거리촌이다. 마을 끝에는 절이 자리를 잡았다. 절 뒤 산중턱에는 아담한 전원주택이 절과 마을을 내려다본다. 절이 고기 냄새를 풍기는 사바세계를 찾아온 것일까. 사람들이 옷깃을 여며야 하는 경건한 곳을 함부로 넘나드는 것일까. 잠시 혼란스럽다. 절 앞에서 지도를 펴고 가야할 길을 찾는데 얼른 감이 잡히지 않는다. 산마저 비구름에 묻혀 있으니 더욱 그렇다.
등산로에 들어서자 비가 쏟아진다. 안개도 함께 내린다. 산은 뿌연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나뭇잎을 두드리는 빗소리만 '후두둑~' 들린다. 집으로 돌아가라고 채근하는 소리 같다. 그러나 배낭을 메고 산으로 들어섰으니 돌아갈 마음은 없다. 비를 맞으면서 산을 오른다. 다리가 아프면 쉬어간다. 참외도 깎아 먹는다.
능선은 안개가 자욱하다. 탁 트인 전망대에 서도 보이는 것은 안개뿐이다. 함께 걷는 일행마저도 가물거린다. 그러나 왼쪽은 김해, 오른쪽은 창원이다. 뒤쪽에는 정병산(봉림산)과 무학산이, 앞쪽에는 대암산과 용지봉, 그리고 불모산이 산줄기를 뻗어간다. 멀리 부산의 산들과 넓은 바다는 말없이 마주보고 섰다.
안개에 몯혀 보이지 않는 그런 풍경을 마음으로 본다. 그러나 정작 우리 일행이 서 있는 곳은 어디쯤인지 알 수가 없다. 대암산이 가까이 있는 것 같은데 가도 가도 나타나지를 않는다. 희미한 산봉우리가 정상이다 싶어 다가가면 능선 오르막길로 숨만 차다. 안개가 걸음을 더디게 하는 것인지 마음을 조급하게 하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땅만 보고 걷는다. 길 양쪽에 들꽃이 활짝 피었다. 산에서 피는 꽃을 들꽃이라 해도 될까 하는 생각 사이로 산나리가 붉은 얼굴을 내민다. 패랭이꽃, 엉겅퀴도 보인다. 싸리꽃 자주빛이 곱다. 산밤꽃은 냄새까지 진하게 흐드러졌다. 그러나 이름을 모르는 꽃은 더 많다. 어릴 때부터 낯익은 꽃들인데도 이름을 알지 못한다. 그런데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안개 속에서 문득 꽃들의 이름이 궁금하다. 저들에게라도 의지를 하고 싶은 것일까.
대암산 정상에 서니 바람이 강하게 분다. 안개가 산등성이 너머로 풀풀 날려간다. 가던 길을 멈추고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산등성이를 넘어간 안개보다 더 짙은 안개가 몰려오고 장대비가 쏟아진다. 빗속에 서서 안개가 걷히고 비가 그칠 것이란 기대를 접는다. 장마철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땡볕보다는 비가 낫다며 마음을 달랜다. 빗물이 땀방울처럼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다.
신정산 부근에는 돌탑이 많다. 탑은 하늘에 이르고자 하는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 것이라 했던가. 그러나 돌탑은 모난 것은 모난대로 울퉁불퉁한 것은 울퉁불퉁한 그대로 쌓아올린 것이다. 세상살이에 채여 넘어진 삶의 이력을 있는 그대로 하나 둘 쌓아올려 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투박하다고 할까. 그릇으로 치자면 뚝배기 같은 것이지 싶다. 하여 돌탑에서는 된장찌개처럼 구수한 사람 냄새가 난다. 진솔하면서도 소탈한 삶이 짙게 베여 있다. 내 마음을 터놓을 수 있을 것도 같다.
흠뻑 젖은 채 장유사에 들어선다. 금관가야 김수로 왕비인 허황후의 오빠 장유화상이 세웠다는 절이다. 대웅전 뒤에는 그의 사리탑도 있다. 하지만 절 마당에서도 절이 보이지 않는다. 이천 년 전의 시간을 느낄 수가 없다. 그러나 안개만 걷히면 사리탑에서 장유화상이 걸어 나올 것도 같아 절마당을 서성인다. 절을 한바퀴 돈다. 법당에는 사람들이 불상을 향하여 절을 하고 있다. 저 모습이 안개를 걷어내고 이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몸짓인가 싶다.
안개는 깜깜한 밤보다 더 지독한 어둠인 것 같다. 밤은 총총한 불빛으로 어둠을 밝힐 수 있지만 안개는 불빛도, 시간도, 지금 이 순간까지도 모조리 삼켜버리는 어둠인 것 같다. 오늘은 종일 어둠 속을 헤맨 셈이랄까. 우리의 삶은 온통 안개 속에 속인지 모른다. 허방을 딛고 후회하면서 아쉬움을 곱씹는 순간이 얼마나 많은가. 삶도 안개처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런 안개 속을 걷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판단과 행동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오늘 산행에서는 그런 용기와 믿음을 본다. 함께 걸은 사람들 사이에도 믿음이 자라는 소리가 들린다. 골짜기에 가득한 빗소리처럼 들린다.
*산행길잡이
초전마을-(40분)-평지마을-(40분)-남산재-(1시간10분)-대암산-(30분)-신정산-(40분)-용지봉-(30분)-장유사-(1시간)-폭포휴게소,매표소
초전마을 정류소 옆에 향초슈퍼가 있다. 슈퍼 맞은편에는 할매옻닭 등 많은 입간판이 서 있다. 도로를 건너 그 입간판이 서 있는 길을 따라가면 음식점 거북이집이 나온다. 포장길을 계속 따라가면 진례저수지가 있고 곧 평지마을이 나타난다. 초전마을에서 40여분 걸린다.
평지마을에서는 음식점 대암산농원을 왼쪽에 끼고 직진한다. 두원농장 건물이 나타나면 할매옻닭, 평지백숙, 돌담집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선다. 골목 끝에 관음정사가 있다. 계속 직진하면 평지황토가든 입간판이 있다. 입간판 앞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전원주택 한 채를 지나 포장길을 돌아가면 이정표가 서있다. '남산재 1.4km, 대암산 3.4km' 라고 적혀있다. 이정표를 따라 등산로가 열린다. 가다가 임도를 만나면 임도를 건넌 다음 계속 등산로를 이어간다. 평지마을에서 이정표까지 15분, 이정표에서 남산재(치)까지 25분 정도 걸린다.
남산재는 사거리다. 이정표가 서 있고 의자가 놓여 있다. 대암산 가는 길은 왼쪽이다. 왼쪽으로 올라선 다음에는 계속 직진한다. 제법 가파른 길을 치고 올라가면 부드러운 숲길이 쭉 이어진다. 대암산 정상 부근에는 암릉 구간이 있다. 남산재에서 대암산 정상까지는 1시간10분 정도 걸린다. 대암산 정상에는 제단 같기도 하고 봉수대 같기도 한 둥근 구조물이 있다. 또 일제 강점기 때 반공포 막사로 쓰였던 건물 잔해와 기지 모양이 그대로 남아있다.
대암산에서 내려서면 갈림길. 조난위피표지판이 쓰러져 있는 왼쪽으로 간다. 돌탑이 자주 눈에 띈다. 신정산에는 돌탑과 '용지봉 1.4km' 라고 표기된 이정표가 서있고 정상 표지석은 없다. 대암산에서 30분 걸린다. 신정산에서 이정표를 따라 15분 정도 가면 또 이정표가 나온다.
액간 내려가는 듯한 용지봉 방향으로 걸으면 곧바로 철탑을 만나고 철탑에서 능선길을 25분 정도 걸으면 용지봉 이정표가 나온다. 약간 내려가는 듯한 용지봉 방향으로 걸으면 곧바로 철탑을 만나고 철탑에서 능선길을 25분 정도 걸으면 용지봉이다. 정상석에는 용제봉, 높이는 723m라고 적혀 있다.
남산재에서 용지봉까지는 낙남정맥 구간이다. 낙남정맥은 왼쪽으로 계속 뻗어간다. 하산은 장유사 방향인 오른쪽으로 한다. 장유사까지 30분 걸린다. 장유사에서는 화장실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면 30분만에 임도를 만난다. 임도에서 날머리인 폭포휴게소까지는 30분 정도 더 걸어야 한다. 장유사에서 바로 임도를 걸어도 시간은 같이 걸린다. 총 5시간쯤 걸린다.
*교통
부산 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진례행 버스를 탄다. 06:10~22:05까지 10~30분 간격(09:00, 09:30, 09:45, 10:00, 10:10, 10:30, 11:00, 11:30)으로 운행한다. 초전마을 하차. 요금 2,000원. 40여분 걸린다.
경부고속도로에서는 양산분기점에서 대동,대저분기점을 지나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탄다. 남해고속도로에서는 냉정분기점을 지나 진례로 나간다. 진례에서 1042번 지방도를 타고 초전으로 간다.
날머리 먹거리촌에서 장유행 버스는 14:40, 18:40, 20:40. 먹거리촌에서 신도시 아파트촌(대청계곡 입구)까지 30여분 걸어나가면 오른쪽에 장유 순화버스정류소가 있다. 장유농협 하차. 요금 800원.
폭포휴게소나 먹거리촌에서 택시(동광택시 055-312-8282)를 불러도 된다. 장유농협까지 5,000원.
장유농협에서는 부산행 김해버스를 탄다. 15~30분 간격. 요금 1,400원.
*잘 데와 먹을 데
사상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 호텔과 모텔이 많다. 산행들머리에 갈비찜을 하는 거북이집(055-345-3362)이 있다. 평지마을은 민박과 음식점을 겸하는 대암산농원(345-6957) 등 마을 전체가 먹거리촌이다. 날머리에도 오리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수랏간(314-4936) 등 먹거리가 풍성하다.
*볼거리
장유사와 대청계곡 장유사는 금관가야 김수로왕비인 허황후의 오빠 장유화상이 세웠다고 전한다. 임진왜란과 6.25동란 때 소실된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가락국 8대 질지왕이 세운 장유화상 사리탑(문화재 제31호)은 지금도 남아있다. 대청계곡은 장유사와 장유폭포를 끼고 있는 6km에 달하는 계곡이다. 흐름이 부드럽고 소가 얕아 물놀이 하기에 좋다. 장유폭포는 자그만하다. 완만하게 흐르던 물길이 바위 아래로 뚝 떨어지니 폭포란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여름철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글쓴이:박미림 1963년 진주에서 태어났다. 2001년도에 화광문학대상(수필부문)을 받았다. 현재 부산 개미산악회 회원이다. 2003년에는 본지 제정 제9회 한국산악문학상 시부문에 당선됐다.
참조:용지봉
참고:월간<사람과산> 2005년 8월호
***************************************************************************
국제신문
근교산&그너머 <608> 김해 용지봉
용지암릉 벼랑 끝 `확~` 트인 조망
새해 각오 다잡기 안성 맞춤이네
낙남정맥 김해쪽 관문역할 핵심 분기점
장유폭포 대청계곡 말발굽 모양 휘감아
3시간 남짓 걸으면 돼 가족산행지 적격
장유화상 전설 밴 장유사 남방불교 유적
김해 용지봉(742m) 하면 산꾼들은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머리속에 떠올릴 게다.
우선 대간과 정맥을 타는 산꾼들은 낙남정맥의 핵심 분기점으로 기억한다. 독수리바위를 품은 정병산과 진달래산으로 유명한 비음산을 거쳐 김해지역으로 넘어오는 관문 역할을 하는 것이 용지봉이다.
야생화를 전문으로 찍으러 다니는 산꾼들에게 용지봉은 여름 야생화의 천국이다. 확 트인 산사면과 꽤 넓은 정상 주변에는 20여 종의 다양한 야생화가 자태를 뽐낸다. 계요등 까마중 자주꿩의다리 고추나물 오이풀 닭의장풀 쥐손이풀 며느리밥풀꽃 백리향 패랭이 마타리 금불초 등이 주로 눈에 띄는 대표적 야생화들이다. 한여름 계곡산행지로도 빼놓을 수 없다. 어디로 올라가든지 장유폭포로 내려오는 하산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가야 문화와 남방불교에 관심이 많은 사학도에게도 용지봉은 놓쳐선 안 될 필수 코스이다. 말발굽 모양의 용지봉 기슭에 둥지를 튼 장유사는 가락국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전설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산행팀은 올해 첫 산행지로 용지봉을 택했다. 김해 장유면과 창원 진례면의 경계에 위치한 용지봉은 부산서 가까운 데다 산행 시간도 3시간대로 길지 않아 연초 몸풀기 산행으로 제격이다.
전체적으로 육산이지만 일부 구간에는 근육질의 암릉도 있다. 일명 용지암이라 불리는 암릉구간에 접어들면 확 트인 조망과 함께 제법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 있다.
산행은 장유면 대청리 대청계곡 산불감시초소(주차장·용지봉 등산안내도)~윗상점 갈림길~장유사 갈림길~용지암~장유사 갈림길~용바위 갈림길~돌무지언덕~장유사 삼거리~용지봉 정상~육각정자~사거리 안부(용신재)~능동소류지 갈림길~임도~능동소류지 갈림길~용지봉 등산안내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30분.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어 길찾기에도 큰 무리가 없기에 가족산행지로도 가능하다.
대청계곡 주차장 정면에는 대형 용지봉 등산안내도가 서 있고 그 옆에는 옛 매표소인 산불감시초소가 위치해 있다. 여기서 등산로는 둘. 산불감시초소 우측 나무계단으로 올라서는 것이 하나요, 등산안내도 좌측 폭포휴게소 뒤로 열려 있는 산길이 또하나다. 두 등산로 입구와의 거리는 불과 30m 정도.
산행팀은 들머리로 후자를 택했다. 처음부터 30분 정도 끊임없는 계단길인 전자와 달리 쉬엄쉬엄 올라가는 후자가 산행하기 수월할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등산안내판 좌측 폭포교를 건너면 정면에 폭포휴게소. 다리 옆에 '장유사 4㎞, 용지봉 4.2㎞'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이 이정표는 정면 포장로를 따라갈 경우에 해당되는 것.
폭포휴게소 좌측 공터에서 우측으로 크게 돌아 나무계단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계단이 끝나면 부드러운 송림길이 이어진다. 솔향 그윽한 산길은 오르막과 평길이 반복돼 산행하기에 그저 그만이다.
20여 분 뒤 벤치가 둘 있는 첫 쉼터. 좌측으로 군부대가 위치한 불모산이 보인다. 7분 뒤 벤치가 둘 있는 두 번째 쉼터이자 첫 갈림길. 왼쪽은 윗상점 방향, 무시하고 직진한다. 산길 우측 나목 사이로 장유계곡을 중심으로 말발굽 모양을 한 용지봉의 전체 산세가 확인된다.
이어지는 오르막길. 15분 뒤 그간 안 보이던 크고 작은 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바위 위로 앙증맞은 공덕탑도 눈에 띈다. 몇 걸음 더 오르면 아예 바윗길로 변해버린다. 잠시 제일 높은 경사진 바위 꼭대기에 올라선다. 좌측으로 불모산 군부대로 가는 꼬불꼬불한 임도와 불모산과 용지봉을 이어주는 상점령이, 우측 저 멀리로는 향후 오를 능선과 그 낙남정맥 산줄기가 펼쳐진다.
여기서 한 굽이 오르면 시야가 더 넓어져 창원 쪽 신정산 대암산이, 그 뒤 진해 쪽으로 장복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는 119 구조대 표지목이 서 있다.
곧 장유사(0.6㎞)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기다린다. 장유사는 천태산의 부원암, 무척산의 모원암, 지리산의 칠불사와 함께 가락국의 전설이 서려 있는 암자.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사리탑이 세워져 있다. 시간이 날 경우 잠시 다녀오도록 하자.
이어지는 바윗길의 연속. 좌측으로 근육질의 깎아지른 암릉이 벼랑을 이루고 있다. 암릉 길이는 대략 100m, 최고 높이는 50m 정도. 등산안내도에 용지암이라 적힌 곳이 바로 이곳인 듯하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풍광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좌측으론 불모산이 손에 잡힐 듯하고, 우측으론 장유사와 팔각정이 보이는 용지봉 정상 그리고 그 뒤로 낙남정맥 능선이 헌걸차게 뻗어 있다. 발아랜 차량들이 창원터널로 쏙쏙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철계단을 내려서면 당분간 암릉길이 잠잠해진다. 8분 뒤 용바위 갈림길. 안내판이 있어 놓치진 않는다. 첫 인상은 고릴라. 왜 용바위인지 자뭇 궁금하다. 세게 밀어보니 약간의 미동이 있다. 차라리 흔들바위라고 명명했으면 그 명성이 오래 그리고 널리 퍼졌을 텐데. 아쉽다.
용바위 좌측 소로를 따라 10m쯤 가면 벼랑 끝에 신기하게도 '제단'이라 적힌 대리석 판이 있다. 발아랜 장유사. 모처럼 스피커 소리가 아닌 진짜 목탁소리가 들린다.
마른 억새가 사각사각 노래하는 너른터에 올라선다. 일명 '돌무지언덕'이란 이름을 지닌 곳이다. 정면으로 낙남정맥인, 신정산 대암산 비음산(우측부터)이 낙타등처럼 솟아 있다.
이제 능선길이 오른쪽으로 자연스럽게 휘면서 내려선다. 곧 장유사 삼거리. 불과 0.4㎞ 떨어져 있다. 앞선 장유사 갈림길에서보다 더 가깝다. 이어지는 오름길. 봄이었으면 진달래가 만개했을 터널길을 상상하며 몇 걸음 더 오르면 정자가 보이고, 어느새 평상을 지나 용지봉 정상에 닿는다. 뜻밖에도 '용지봉'이 아니라 '룡제봉'이라 적힌 정상석과 용제봉의 유래를 설명한 비석 그리고 상세하게 적힌 이정표가 나란히 서 있다. 넉넉한 터인 정상의 조망은 일품이다. 북으로 드넓은 진례 벌판과 이를 가르는 남해고속도로가, 서북쪽으론 낙남정맥인 신정산 대암산 비음산 뒤로 독수리바위로 유명한 정병산(봉림산), 남으론 올라오면서 계속 봐 온 불모산과 화산 장복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산은 전경부대 방향인 정자 좌측 침목계단으로 내려선다. 여기서부터 낙남정맥길이다. 10분 뒤 우측 발아래로 장유계곡이 보이며 이번 코스가 말발굽 형태로 시계방향으로 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절반쯤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내달려도 될 만큼 산길이 아주 편안하다. 정상에서 30분이면 안부 사거리에 닿는다. 예부터 장유면 장유계곡과 산너머 진례 벌판을 오가는 고갯길로 일명 용신재로 불리는 지점이다. 이정표 상의 직진 방향인 전경부대 능동약수터 쪽 대신 우측 장유폭포 갑오마을 능동소류지 방향으로 내려선다.
150m 뒤 갈림길. 대청계곡 방향 대신 좌측 능동소류지 방향으로 따라 간다. 1시 방향으로 보이는 봉우리의 산허리를 따라 돌면 10분 뒤 임도. 좌측은 낙남정맥길, 우측은 장유폭포 장유암 방향, 산행팀은 임도를 가로질러 직진한다. 낙엽 수북한 산허리길을 20분 정도 걸으면 능동소류지 갈림길로 평상과 벤치 운동기구가 있는 너른터다.
직진한다. 오름길이지만 봉우리를 우회해 그리 힘들지 않다. 갈림길도 한 번 만난다. 이땐 우측 대청계곡 방향으로 내려선다. 사실상 산행 막바지. 벤치가 놓인 쉼터를 지나면서부터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급내리막 침목계단과 조림한 듯한 잣나무 및 향나무숲 터널 그리고 나무계단을 내려오면 정확히 용지봉 등산안내도 앞 주차장에 닿는다. 능동소류지 갈림길에서 33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산명은 용 발자국 전설 담긴 '용제봉'의 변이
혹자는 용지봉 정상에 서면 잠시 어리둥절해진다. 정상석에 '룡제봉(龍蹄峯·사진)'이라 적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옆 '용제봉 유래'라 적힌 비석에 그 답이 적혀 있다. 잠시 살펴보면 이렇다. 조선시대부터 비를 관장하는 용에게 기우제를 지내는 봉우리라 하여 용제봉(龍祭峯), 산아래 진례면 신안리 무송마을의 용소에서 용이 승천하면서 잠깐 쉬었다 간 발자국이 바위에 남아 있다 하여 용제봉(龍蹄峯)이라 불리게 됐다고 적혀 있다. 용지봉이란 이름은 용제봉의 발음이 자연스럽게 변이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한다.
장유면 대청리 용지봉 중턱에 위치한 장유사는 천태산의 부원암, 무척산의 모원암, 지리산의 칠불사와 함께 가락국의 전설이 서린 곳. 특히 이곳은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전설이 서려 있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때 불에 타 소실돼 방치돼 오다 1990년대 완공, 가락불교의 가람으로 거듭났다. 김해평야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경남 문화재자료 제31호인 장유화상 사리탑이 위치해 있다. 가락국 제8대 질지왕이 세웠다고 전해지나 제작기법은 고려말이나 조선초의 수법으로 보인다. 탑이 세워진 지 1400여년 동안 수차례의 방화로 전각은 소실됐으나 이 사리탑만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 교통편
- 남해고속도로 장유IC 나가 대청계곡 방향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장유행 시외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내린다. 오전 6시부터 15~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700원. 장유농협 앞에서 들머리 대청계곡 입구 '대청계곡' 정류장행 버스는 26번이 있다. 배차시간은 12~15분. 1000원. 들머리까지는 걸어서 30분 걸린다. 대청계곡 정류장에서 장유행 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내린다. 여기서 길을 건너 정학프라자 앞에서 서부터미널행 버스를 타면 된다. 10~15분마다 출발한다. 버스 시간이 맞지 않으면 택시(055-329-3311)를 이용하면 된다. 6000원 안팎. 승용차로는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북부산TG~(냉정분기점서)서부산 창원터널 장유 방향~장유IC~수가 무계 우회전~수가 율하 우회전~수가 율하~(삼거리에서) 우회전~장유사 장유폭포 창원 좌회전~장유 대청계곡 좌회전~장유암 4.5㎞ 우회전~주차장 순.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