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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학과 빛의 산책 원문보기 글쓴이: 신의식
며칠 밭이며 여행 다니느라 못 왔던 산에 다시금 올랐습니다.
역시 산이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산에 와야 제 기가 살아 납니다.
산은 고향이고 쉼터 입니다.
요즘 산에는 흰색 꽃들이 만발을 하였습니다.
층층나무, 말채나무, 찔레꽃 조팝나무꽃 개다래 고광나무 ......
흰색꽃들은 대부분 약꽃으로 칠 때에 간에 좋은 성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뜨는 꿀은 그런 약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모두 다 토종벌들이 좋아하는 꽃이지만
아버지께서 꿀농사를 하시니 이런 것도 신경이 쓰여서
이렇게 꽃이 많이 핀 것을 보면 혼자 괜시리 기분 좋아 합니다.
아버지의 벌이 이 먼곳까지 올것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아무튼지
꽃도 많고 벌도 많아서 올해는 이래저래 산에 나는 열매들이 풍년이 들것 같습니다.
산에 가는 이유는 나물을 하러 가는 것이지만 가고 오는 동안 이렇게
계절을 따라 피는 갖가지 꽃들을 보아주고 사진도 찍으며 가느라고 늘 시간이 부족합니다.
우리부부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해마다 새로 피는 꽃들을 사진 찍어 두는 것을
좋아하는데 같이 다니는 기쁨님도 마찬가지라 산에 가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이 개다래는 꽃이 보이지는 않지만 보나마나 꽃을 피웠을 것입니다.
이렇게 잎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잎사귀 아래 숨은 꽃을 곤충들이 못 알아 볼까봐 잎을 변색시켜 멀리 있는
곤충들의 눈길을 끌어 줍니다.
개다래꽃은 적나라하게 찍는 것 보다는 이렇게 숨어 있는 모습을
살짝 보여 주는 것이 더 개다래 답다고 남편은 올해 이렇게 사진을 찍었습니다.
향 좋은 괴불나무도 찍어 주고
신부 부케 같은 당조팝도 찍어 주고
눈같이 흰 고광나무 꽃들도 카메라에 담아 줍니다.
아직 꽃이 피지는 않았지만 백당나무도 자기도 끼워 달라고 조릅니다.
그러고 가느라고 산에 도착하니 점심 때가 다 되었습니다.
기쁨님네 반찬과 우리 반찬을 합쳐 놓으니 반찬이 열세가지나 됩니다.
산에서 먹는 밥 반찬이 없어도 맛있는데 반찬도 이렇게나 많으니
황제가 부럽지 않습니다.
이 사진을 찍은 날이 어제 였던가 그제 였던가 아무튼지 그렇게 시간만 되면 산으로
소풍을 가듯 일을 하러 다닙니다.
오늘은 오전에 다른산에서 파드득 나물을 한축 해서는 아는 분댁에
다듬어 달라고 맡겨 놓고서 10시는 다 되어서 집에서 출발 했습니다.
나물을 하는 산까지 가는데 한시간이 걸리니 벌써 점심 때가 다 되었습니다.
새벽부터 산을 헤매고 다녔으니 뱃속에서 얼른 밥 달라고 아우성 입니다.
오늘은 간단하게 햇사레님이 해 보내주신 밑반찬졸임과 지난번 희망님댁에서
해 먹고 남은 등뼈탕을 냉장고에 두었다가 가지고 와서 라면을 넣어 먹었습니다.
늘 소풍을 나온 것 같습니다.
오늘도 걷기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차가 들어 가는 곳에서
군락으로 있는 월향초 나물을 뜯고 여기저기 돌아 다니기 좋아하는 저는
골짜기 아래로 내려가 보기로 했습니다.
해마다 다니는 곳이지만 식생이 변하기 때문에 올해는 어떤 나물이 많을까
가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일단 정찰부터 합니다.
그런다음에 우리가 뜯을 것이 많으면 다시 가기 때문에 간단하게 비닐봉지 하나만 챙겨 가지고
골짜기 아래로 내려 갔습니다.
이 산에는 유난히 더덕이 많았습니다.
지나가다가 건드리면 강한 향을 냅니다.
은대난초도 꽃을 피웠습니다.
그 순백의 고운색이 그냥 못 지나가게 합니다.
별로 기대도 안한 곤드레나물이 퍽 실하게 많았습니다.
해발이 높아 이제 한창인 벌깨덩굴도 그 시원한 향을 발하고 있습니다.
산에 다니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이 향기 입니다.
각 꽃이 가진 향기 나무가 가진 향기 산이 가진 향기를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다면 ~
그리고 가장 전하고 싶은 향 가운데 하나는 은방울꽃이고 그 다음이 이 벌깨덩굴 향입니다.
이번에는 괴불주머니 군락지를 지나갑니다.
엄청나게 많은 괴불주머니들 그 은은한 향도 좋습니다.
본래는 5월말에 한창인데 올해는 좀 늦었습니다.
이런 천국 같은 곳들을 누리면서 일 할 수 있으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냥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한데 그곳을 더불어 일이 되고 돈도 버니 말입니다.
그렇게 꽤 아래로 내려 갔는데 하나 둘 곤드레가 많아 지더니 어느순간 아주 밭을 만났습니다.
온통 다 곤드레 군락지 였습니다.
재작년에 이곳에 왔을적에 좀 뜯긴 했어도 이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어쩐 일일까 했더니
맷돼지가 곤드레 뿌리를 캐 먹느라고 아예 밭을 만들어 놓았는데 거기에 몇개 남은 곤드레가
꽃을 피우고 씨를 떨어 뜨려서 완전 재배한 밭 같이 된 것이었습니다.
부지런히 손을 놀려 곤드레를 뜯었습니다.
가져 온 비닐 자루가 한 가득 찼습니다.
가방에도 역시 한가득 찼습니다.
나중에는 넣을 때가 없는데 남편이 있는 곳에 갔다가 오려면 한시간은 걸릴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날 뜯을 수도 없는 것이 이제 쇠고 있는 상태이고 이것을 한번 뜯어 주어야
한 열흘쯤 있다가 연한 움곤드레를 뜯을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이 바빴습니다.
아이고 답답해 이럴 때 전화가 터지면 얼마나 좋을꼬~
일단 큰 나무 아래에다 곤드레를 뜯어다 쌓아 놓습니다.
가져 가든 못 가져 가든 뜯어 주는 것이 먼저 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뜯었는지 몸이 땀 범벅이 되었는데 어디서 땀냄새를 맡았는지
쇠 등에 달라 붙어 피를 빨아 먹는 벌 같이 생긴 등에 녀석이 나에게 달라 붙었습니다.
이녀석은 꼭 뒷쪽에 달라 붙습니다.
어릴 때 소를 끌고 장광에 나가 풀을 뜯게 할라치면 이 넘의 쇠파리가
소 등에 달라 붙어 피를 빨아 먹습니다.
소가 그 넘을 쫒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꼬리로 휙휙 내려 치는데
그 꼬리가 한계가 있으니 가죽을 부르르 떨면서 그 넘을 쫒느라고 애 쓰는 모습이
안쓰러웠었습니다.
할아버지 께서는 우리들에게 그 넘에게 물리면 살이 빠진다고 소 등에 있는
쇠파리를 잡아 주라고 길다랗게 고무신 밑창을 잘라 파리채를 만들어 주셨는데
그 넘을 가지고 소 등에 달라 붙은 쇠파리를 찰싹 하고 때리면
툭 힘도 없이 떨어지던 그 넘~
소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듯이 그 큰 눈망울을 굴리며 우리를 바라 보았었죠~
그런데 바로 그 넘이 이 깊은 산중에서 나를 보더니 굶주린 배를 채우겠다고
아우성입니다.
하지만 나는 이 나물을 뜯어야 합니다.
포기하고 갈 수가 없습니다.
두손으로는 나물을 뜯어 연실 나무 밑에 가져다 쌓고
다리로는 트위스트를 춥니다.
누가 멀리서 나를 본다면 완전 머리에 꽃 꽂은 여자꼴 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문제가 있습니다.
잠깐 정찰만 하고 오려고 오늘따라 물도 차에다 두고 그냥 왔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트위스트까지 추면서 하니 목이 안 마를 수가 없지요.
가까이는 물이 없습니다.
할 수 없이 다래나무 하나를 베고 쪽동백나무 잎을 오므려서 물을 받아
목마름을 해결 합니다.
산에 갔을 때 물을 얻을 수 있는 몇가지 방법이 있는데 이것이 그 중 쉬운 방법입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비닐봉지를 활엽수를 감싸 두면 거기에 물이 고입니다.
광합성을 하는 나뭇잎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오늘은 마침 작은 낫이 있어서 이 방법을 사용합니다.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목을 축이고 ......
이제는 저 나물을 남편이 있는 가까이로 나르는 일입니다.
일단 길 가까이에 자루에 있는 나물을 가져다가 쏟아 놓고
다시 내려와서 나무 아래에 뜯어 놓은 것을 가지고 가야 합니다.
온 몸에서 땀이 물처럼 솟아 납니다
얼굴이 용광로 곁에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나 남편이 보이나 불러 보아도 들리지 않는가 봅니다.
그렇게 서너번을 골짜기 아래로 나물을 날랐습니다.
올라 올적에 30분이 걸린다면 내려 갈 적에는 5분도 안 걸립니다.
완전 날아 가는 것이지요.
오랫만에 처녀적에 쓰던 축지법을 써 보았습니다.
처녀적에 설악산 근처 오색이라는 동네에 잠깐 살았는데 그곳에서
전국의 산을 백번씩 오른다는 청학동에 사는 산사나이를 만났습니다.
내가 그를 만났을 때 설악산을 벌써 일흔번째 오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남들은 왕복 일곱시간 정도 걸리는 시간을 이 분은 두시간 반이면
다녀 오셨습니다.
그래서 그 때도 산에 가기 좋아 했던 터라 그 비결을 가르쳐 달라고 졸랐더니
하루 저를 산에 데리고 가셨습니다.
그러면서 하강법을 가르쳐 주시는데 일단 발을 옆으로 뛸 자세를 취합니다.
그리고 몸은 아래로 향하고 뛰어 내려 오면서 주위에 나무를 브레이크로
사용을 하는 것이지요.
그럴려면 팔 힘도 좋아야 합니다.
그래야 시속 몇키로로 뛰어 내려 오다가 나무를 턱턱 잡으면서
조절을 할 수가 있는 것이지요.
몇번 저를 데리고 가시더니 제자 삼아도 되겠다고 만족해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오색에서 대청봉을 다른 사람 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내려
가끔 산 가이드도 했었지요.
그리고 귀농하고 혼자 산에 다니면서 그 축지법을 잘 써 먹었습니다.
아침에 남편이 차로 멀리 산 아래에 내려 주면 하루종일 개 한마리와
약초를 캐고 나물을 뜯고 다니다가 산을 몇개 넘어 다른 동네에서
다시 남편을 만나 집에 오곤 햇었지요.
남편은 그런 저를 잘 알기 때문에 산에 가서 함께 다닐 생각을 안합니다.
아무튼지 그러다가 팔을 다쳐서 한 2년 또 오십견 때문에 2년 정도를
한팔만 쓰고 산에 다녀서 실력발휘를 못하다가 오늘 오랫만에 그 실력이 나왔습니다.
나중에 만난 남편이 입을 딱 벌렸습니다.
오늘 오랫만에 축지법을 쓰고 실력발휘를 했노라고 했더니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주었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나물을 했는지 이 손을 보면 알 수 있겠지요.
내려 오는 길에 친정에 들려 아버지께서 떠 놓으신 꿀도 싣고
읍내에 들려 수수 모종할 상토도 사고 호박이며 오이덩굴 올려 줄
와이어매쉬도 사고 했더니 트럭이 가득 찼습니다.
일단 저장고에 가져 온 나물들을 모두 집어 넣고......
남편이 씻을 동안 저장고에 쌓여 있는 나물과 효소재료들을
흐믓한 마음으로 바라 봅니다.
내 눈에는 그 나물들이 금고에 쌓인 금은보화로만 보입니다.
오늘은 오랫만에 백금자 실력발휘를 한 기념으로 오리고기를 먹자고 햇더니
남편이 흔쾌히 그러자고 했습니다.
가까운 영춘으로 가게 되어서 가는길에 가까운 곳에 사시는 하오님에게
나물을 좀 가져다 드리려고 들렸더니 하오님은 그렇잖아도 낚시로 잡은 바닷고기를
좀 주고 싶어 어찌할까 하였는데 잘 되었다고 좋아 하셧지요.
물물교환으로 나물 드리고 생선으로 바꾸어 왔습니다.
하오님과 같이 오리고기를 구어 먹고......
힘들게 산을 뛰어 다니며 일할 때는 무조건 사흘에 한번은 고기를 먹습니다.
별로 느끼하지 않고 개운해서 한마리분을 셋이서 다 먹었습니다.
이 댁에는 오리고기와 더불어 메밀싹을 주는데 상큼하니 괜찮았습니다.
밥을 다 먹고 이번에는 남편 아무렴이 돌판에다가 해 주는 볶음밥 누룽지를 해 주는 중입니다.
누룽지를 눌려서 이렇게 도르르 말아서 인절미처럼 잘라 주는데요
정말 기가 막힙니다.
남편도 오랫만에 실력 발휘를 했습니다.
옛날에 식당을 하던 때에 하던 실력이지요~
남편의 표정이 진지 합니다.
표정만은 일류 쉐프 저리가라 인데요~
오랫만에 남편도 저도 실력발휘하고 기분 좋습니다.
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 지네요~
다른 어느 때 보다 일 할 수 있는 건강 있음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첫댓글 누룽지 구미가 당기네요 ㅎ ㅎ ㅎ
자연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
부럽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