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반 고기 반이라더니!!
잘 놀던 손주와 잘 뒹굴던 사위를 일으켜 딸이 부축하고
지 어미가 추진하여 일어선 어거지 발길이었죠.
화순국화축제.
도통 축제라면 근처도 얼씬 안 하며
지 아무런 맛집이라도 줄 서지 않는 저는 비축제적 인간형이 맞죠.
십년 전엔 회원님의 너른 정원에서 한 번,
오년 전엔 제 집 뜰에서 한 번 치르고는 인자는 거짐
가게 문을 닫다시피 해요.
들꽃연구회 15년차가 되었지만 오롯 약초로만 사팔뜨기가 되어
꽃빛은 콧등으로 넘기고 저 향기며 잎사귀 효며 뵈지도 않는
뿌랭이 짓에 열매나 종종 흘기는
편식 편향 편정 편집 편파로 달려가고 있어요.
오롯 화려한 색깔의 카펫 잔치와 토피어리의 이벤트성,
그 둘레를 순례하는 번잡 번다 소음 정체 피로 행진...
오직 손주 하나에 의지한 기분 흥청 웃음 셔터 뿌듯...
잃어버린 다섯살 아이와 가족 찾는 노인 방송,
틈틈이 사라지는 동행인과 영화처럼 기다리는 만남,
쉴 수 없는 벤치, 깔린 꽃, 모를 예산, 귀를 찢는 엠프공연...
운주사 근처 산다고
운주천탑 운주꽃탑만 몽땅 찍었답니다.
관광객 머리 위를 찍느라 꽃탑의 아랫도리는 담을 수가 없었어요.
한 모퉁이를 돌아서 다시 보니
아랫도리가 시원하군요.^^
제가 운주꽃탑에 팔렸다면
우리 손주는 꽃공룡에 꽂혔을 겁니다.
좋아하는 티라노사우로스 밑에서 파랗게 박수를 칩니다.
꽃탑과 꽃공룡과 꽃손주라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