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는 지난 10년 사이 불자 300만 명이 감소하는 참담한 현실을 맞이 하고 있다. 청정 수행공동체라는 우리 종단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여러 불미스러운 추문과 무분별한
편 가르기로 인해 화합승가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종단은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고 있다. …수행과 전법 중심의 종단 운영으로 1000만 불자시대를 다시 열겠다."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이 조계종 35대 총무원장 선거에 공식 출마했다. 18일 오전 후보등록을 마친 수불 스님은 같은 날 11시 서울 가회동 안국선원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1000만 불자시대를 다시 열겠다”고 선언했다.
수불 스님은 현 자승 총무원 집행부를 비판하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조계종 적폐청산 운동에 답하지 못하는 총무원을 ‘종도와 소통부재’로 평가했다. 또 36대 총무원장 선거는 직선제 시행을 기대했다. 기자회견에는 전 불교광장 대표 종삼스님(전 화엄사 주지), 전 선운사 주지 법만 스님, 전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 전 해외교구장 휘광 스님, 중앙종회의원 정산·선광·태관·환풍·덕산·설암·화림 스님, 전 종회의원 의연 스님, 전 재무부장 원범 스님, 쌍계사 승가대학장 대각 스님, 해인사 승가대 학감 각정 스님 등 20여명이 배석했다. 종삼 스님은 수불 스님 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 종단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억압 불이익 감내”
수불 스님은 기자회견에서 “참회와 화합으로 종단을 바로 잡아야 할 분들도 남을 탓하며 기득권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종단 집행부는 35대 총무원장 선거에도 개입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등 종헌종법에서 규정한 교역직 종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심대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납은 이러한 종단의 부끄러운 현실을 보고 들을 때마다 통탄의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며 1700년 한국불교의 역사 속에 면면히 이어져 온 조사스님들의 위법 망구 정신을 봉대하고 위기에 빠진 종단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수많은 억압과 불이익을 감내하며 총무원장 선거에 입후보했다.“고 했다.
수불 스님은 종단 운영의 기본을 교구 중심, 수행, 그리고 전법으로 보았다.
스님은 “많은 종도들이 총무원이 자기중심적인 입장에서 군림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청정승가는 조계종의 정체성이다. 지계 정신이 엄정하지 못하고 수행에 태만하면 불자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한국불교는 위기를 맞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무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종헌종법을 공정하게 집행하고 수행과 전법의 현장인 교구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소납은 생각한다.”면서 “총무원은 부처님 법과 종헌 종법에 의거해 행정 절차를 집행하고 사부대중의 수행과 전법, 복지를 뒷받침하는 본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구분담금 줄이고, 신도시 전법도량 적극 개설”
이어 “종단운영의 방점을 교구 및 수행, 전법의 현장에 두어야 한다.”며 “교구분담금을 줄이고 보시 모연을 통해 교구의 신도시 전법도량을 적극 개설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수불 스님은 “한국사회는 앞으로 30년 뒤 농촌인구가 절반으로 줄고 상당수 지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어 산중사찰은 존립 기반이 무너지고 신도가 급감하고 있지만 도시는 더 규모가 커지고 신도시 개발 역시 활발하다.”며 “총무원이 적극 대책을 강구해 교구본사들이 신도시에 전법도량을 세우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분담금 등을 받기만 하는 총무원이 아니락 포교 일선을 지원하는 총무원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포교원과 교육원 기능 확장도 역설했다. 승가교육, 수행 전법 기관 단체 등 현장 중심 인력과 예산 조정이 이루어여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300만 불자 이탈에 근본적 성찰과 대안을 마련, 총무원이 종단 정치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수행과 전법, 교육, 문화, 사회복지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인력과 재정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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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이 18일 오전 11시 서울 가회동 안국선원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가졌다. 수불 스님은 "수행과 전법 중심의 종단운영으로 1000만 불자시대를 다시 열겠다"고 선언했다. ⓒ불교닷컴 |
수행위원회 및 수행 연구소 고려…승가복지시스템 완비해야
수행과 전법 중심의 불교를 강조했다. 전통적인 불교 신행은 물론 불법을 배우고 실천해 복을 짓고 생로병사의 괴로움에서 해탈하는 ‘수행불교’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불 스님은 “제방 선지식을 중심으로 조계종 수행위원회를 발족시켜 바른 수행지침과 교재,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보았다. 또 국내외 수행 흐름을 보고 대안을 제시할 연구소 설립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승려복지시스템 완비도 주요 종책으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수불 스님은 “수행자들이 수행과 전법의 본분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승가복지의 성과에 더 나아가 질병과 노후를 걱정하지 않고 지계와 수행, 전법이란 본분에 전념할 승려복지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노후 걱정이 없이 스님들이 전법 실현과 수행에 진력하도록 하는 것이 종단의 의무”라고 보았다.
수불 스님은 종단 재정 기반을 보시와 시주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종단의 재정기반을 제사, 불공, 복전함, 문화재구역입장료나 국고보조금이 아닌 스님들의 지계와 수행, 그리고 사부대중의 전법행을 통한 보시와 시주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단이 보유한 다수의 문화재와 그로 인한 문화재보수비와 입장료 등이 종단 재원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 의존도가 종단의 자립을 저해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며 “백장청규와 봉암사 결사 정신을 되살려 수행과 전법 중심으로 자작자수하는 종풍을 되살려 나가야 한다.”고 했다.
“종도-집행부 갈등은 소통과 협력의 부재 탓”
수불 스님은 최근 조계종 적폐청산 운동 등을 바라보는 자승 종권의 태도를 비판했다. 스님은 “종단의 대표인 총무원장은 ‘종도들과의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며 “최근 종단 지도부와 종도들의 갈등은 바로 소통의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종단의 오랜 구조적 병폐해소를 위한 고언도 무시하고 폄하하는 종단 지도부의 행태에 많은 종도들이 절망하고 있다.”며 “‘소통과 협력’은 시대적 가치‘”라고 말했다.
수불 스님은 “종단과 종도들 간의 상시적인 소통구조를 확립하고 논의과정에서 나오는 의견들을 종책에 충실히 반영해 명실공히 사부대중에 의한 화합 종단을 구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수불 스님은 시대 변화에 민감히 반응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준비를 강조했다.
수불 스님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가 열리고 있고, 인구 고령화, 저출산, 농촌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와 결부해 우리 종단 역시 출가자 감소, 산중 사찰의 존재기반 붕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또 “북핵개발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고, 10년 넘게 자살율 1위라는 오명이 한국사회의 현실을 대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교는 현대인들에게 정신적 공허와 혼돈을 위로하고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게 하는 영원한 자유와 행복의 길을 제시할 수 있다.”며 “실제 선진국은 불교의 참선수행이 각광받고 불자 수 역시 늘고 있는 추세로, 미국에서 참선효과는 과학적으로 연구해 의학, 심리학, 경영, 스포츠 산업에 까지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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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대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한 수불 스님.ⓒ불교닷컴 |
“국제선센터를 간화선 홍포 전문기관으로…”
때문에 “이런 흐름은 국내에도 영향을 줘 이제 여러 기업이 명상센터를 건립하여 운영하는 상황”이지만 “우리 종단은 ‘간화선’의 위대한 수행전통을 세계적 참선명상 붐에 걸맞는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수불 스님은 “미래지향적 종책으로 한국불교의 찬란한 수행전통을 세계화하는 것은 종단의 시급한 과제이자, 우리 조계종의 미래 활로”라며 “이렇게 하다가는 불교의 찬란한 가르침조차 외면 당하고, 우리종단은 문화재구역입장료와 국고보조금에 의존해 연명하는 문화재 관리인으로 처지가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불 스님은 “포교당으로 전락해 버린 국제선센터를 간화선을 세계에 홍포할 전문기관으로 바로 세워야 할 것”이라며 “종립선원 봉암사 세계명상마을과 전국 총림과 시민선원, 세계 선센터들과 연계해 선 명상 한류의 인프라로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보았다.
“달라이라마 비롯해 세계불교 지도자 초청”
간화선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재,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역설한 스님은 “2021년은 종조 도의국사가 조사가 되어 한반도에 선법을 전한지 1200주년이 되는 해”라며 “이 뜻 깊은 해를 맞아 세계불교지도자대회 개최”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수불 스님은 달라이라마 방한을 자연스럽게 요구했다. 스님은 “세계불교지도자대회에 달라이라마를 비롯 세계 불교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인류가 스스로 지혜와 능력으로 생로병사의 괴로움을 해탈해 영원한 자유와 행복의 길을 전해 온 위대한 여정을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되길 기대”했다.
수불 스님은 36대 총무원장 선거는 직선제를 희망했다. 총무원장 직선제를 원하는 81%의 종도들의 뜻을 받든 셈이다.
36대 총무원장 선거는 직선제로
수불 스님은 “소납은 35대 총무원장 선거는 종전 방식대로 진행하되, 다음 36대 총무원장 선거부터는 직선제 등 종도 다수의 뜻이 반영되는 선거제도가 시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번 총무원장 선거가 종헌종법에 의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 종도들의 축제의 장이 되기를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수불 스님은 종도들의 화합을 희망했다. 수불 스님은 “적폐청산을 외치는 종도들이 서로 존중 협력해 화합승가의 본래 면목을 속히 회복하고 청만 불자시대를 다시 열어가는 길에 함께 나아가기를 발원”했다.
수불 스님은 출마의 변을 밝힌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선거대책위원회와 종책은 차후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밝히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입후보자 자격 심사 이전에 종책 등을 설명할 경우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데 따른 것이다.
수불 스님은 지명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75년 범어사에서 지유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77년 고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1978년 범어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1979년부터 10년간 제방 선원에서 수선안거를 성만했다. 1989년부터 안국선원장을 맡고 있으며 제14교구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부산불교연합회장, 불교신문사 사장, 사단법인 불국토 상임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불교미래포럼 통섭, 문경세계명상마을 공동추진위원장, BBS불교방송 이사, 부산 불교방송 사장, 동국대 국제선센터 선원장, BTN불교TV 이사를 맡고 있다. 조계종 종정 표창(2009년, 2012년)과 종정상(2013년), 대원상 포교대상(2015년), 부산지방경찰청장 감사장(2015년), 국가보훈처장 국방부장광 감사장(2014년), 보건복지부장관상(2003년), 문화관광부장관상(2004년)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황금빛 봉황이’ ‘흔적 없이 나는 새’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