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귀신과 몽달이 귀신 옛날 광주의 북촌에 사는 어느 부잣집에 딸이 한 명 있었다. 그 딸은 원래 용모가 단정하고 예뻐 마을에서는 평판이 아주 좋은 아가씨였다. 그런데 이 처녀의 방에 매일 밤마다 자주색 옷을 입은 남자가 자고는 새벽에 떠나가는 것이었다. 딸은 이 일을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딸에게 긴 실을 바늘에 꿰어 그 남자의 옷에 찔러두면 거처를 알 수 있으리라 했다. 그리하여 딸은 그날 함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했다. 다음날 아침 그 실을 따라가 보니 북쪽 담 밑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곳에는 커다란 지렁이가 허리에 바늘이 찔린 채 죽어 있었다. 이 딸은 그 후 배가 부르기 시작하여 열 달이 되자 사내아이를 낳았다. 바로 이 아이가 15세가 되었을 때 견훤이라고 스스로 칭하였다 한다. 옛날 횡성 읍내에 한 처녀가 살고 있었다. 그녀가 시집을 가서 살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홀연히 몸집이 큰 남자가 들어와서 몸을 범하는데 아무리 거절을 해보려고 힘썼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런 일이 있고부터 매일 밤 찾아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남자의 모습은 그녀에게만 보일 뿐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았으며 또 그 옆에 그녀의 남편이 있어도 조금도 서슴지 아니하였고, 또 매양 몸을 범하면 고통스럽기 이를 길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 여자는 귀신의 저주인 줄 알고 물리치려 애를 쓰는데, 그것이 점점 심해져 나중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왔고 또 다른 사람이 있어도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오촌 당숙을 보면 그 귀신은 반드시 피해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녀가 오촌 당숙에게 이 일을 숨기지 않고 죄다 말하였다. 이를 들은 당숙은 내일 그 남자가 오거든 몰래 면사에 바늘을 꿰어 옷깃에 꽂아 놓으면 그 행방을 알 수 있으리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이튿날 그녀는 시키는 대로 하여 바늘의 실을 그 남자의 옷자락에 꽂았을 때 그 당숙이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그 남자는 깜짝 놀라 뛰어 도망갔다. 실올은 남자가 달릴 때마다 풀러 나갔다. 당숙은 서둘러 그 뒤를 쫓아가 본즉 앞산나무숲으로 들어가서 땅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곳을 파헤치고 보니 썩어빠진 절굿공이가 하나 있고 한쪽 끝에 바늘이 꽂혀 있었으며 머리부분에는 자주빛의 구슬 하나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당숙은 그 구슬을 주워서 주머니에 넣고 그 절굿공이를 태워 버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그 여자의 숙소에서 괴이한 남자가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얼마 지나자 어느 날 밤 당숙의 집 대문 밖에 웬 사람이 찾아와 애걸하기를 「제발 그 구슬을 도로 내어주면 부귀공명을 당신 소원대로 해드리리다.」 고 했다. 그러나 당숙은 끝내 이를 거절하였기 때문에 밤이 되도록 애걸하다가 돌아가곤 했다. 그 후 날마다 이러하기를 4,5일간 계속하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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