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에서 본 축구 경기
저는 축구를 잘 모릅니다
축구를 몇 명 이서 하는 지도 몰라 맨날 헷갈려 하고 심지어 레드 카드가 엘로우 카드보다 더 강력하다는 것도 2002년 월드컵 때 알았답니다.
전 국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2002년 때도 거리 응원 한번도 안 했으니까요. 이 정도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고 할 수 있죠.
제가 싫어하는 것이 대한민국 남자들 축구 이야기 하는 거죠.
학부 때 우리 과는 남자 여자 비율이 9:1
4년 내내 예비역들한테 군대 이야기와 축구 이야기만 들었으니 얼마나 지겨울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더군요.
이번 2010년 월드컵은 제가 중국에 있을 때 열렸네요.
한국에 있었으면 소 닭 보듯 했을 월드컵이 외국에 있으니 새로운 관심으로 다가왔습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월드컵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 축구가 16강에 올라갔다는 말을 할 때 속으론 느껴지는 자긍심
다음이나 네이버 포털에서 인터넷으로 생중계 해도 외국에 있는 아이피로는 볼 수 없습니다.
음 재외 국민의 서러움
결국 CCTV-5에서 중계 해 주는 중국 방송으로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중국 해설자가 해 주는 방송을 들으니 팅리(听力) 연습 하는 것도 아니고
선수들 이름마저 한국어 발음이 아니고 중국식으로 말해버리니까 정말 중국어 해설로 방송을 들으면서 제 중국어 실력이 얼마나 짧은 지 절감했습니다.
그나마 한국어 발음과 중국어 발음이 같은 사람은 차두리 선수 하나
비교적 발음이 쉬우니까 해설자도 차두리 선수 이름은 많이 부르더군요.
개인적으로 차두리 선수는 독일에서 성장했고 아버지가 유명한 축구 선수이자 감독이라는 이야기도 해주더군요.
어제는 대망의 16강전을 봤습니다.
옆에서 설명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혼자서 열심히 보니까 심심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하지만 축구의 룰도 제대로 모르는 제가 보기에도 부끄럽지 않은 경기였습니다.
역사는 두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또한 역사는 철저히 이긴 자의 것입니다.
이 두 가지의 특성을 제대로 느낀 사람들이 어제의 태국 전사들이 아니었을까요
만약에 다시 경기를 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을 텐데..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만약이 없다는 역사의 특징을 뼈 속 깊이 절절히 느꼈을 것입니다.
역사는 이긴 자의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2:1로 석패를 했어도 경기 내내 잘 싸웠지만 불운도 실수도 모두 진 자의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이제 2010년 유월의 꿈을 접어야 합니다.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것이 없고
잘 싸웠지만 이기지 못한 자의 설움을 안고..
그렇지만 90분 내내 죽어라고 최선을 다한 그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산동에서 혼자 본 경기였지만 그들의 땀과 눈물과 노력을 함께 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나저나 내일 수업 시간에 뭐라고 이야기 할 까요^^
첫댓글 이번 경기 참 재미있었어요 가슴 뿌듯이...16강 올랐을때 조그만놈 학교에서 얼마나 당당하게 자랑했는지 어제는 기숙사에서는 음료수 사다놓고 쌩쑈해 중국애들이 뭔난리냐고...ㅋㅋㅋㅋㅋ
8월에 뵈요 ^^ 드디어 2년이 지났네요
타국에서 오래 잘 지내는 건 맑은 향기님 마음이 맑기때문, 대한민국 축구 대단단 해서 세월이 흘러 늙어도 친구들 끼리 2010 월드컵 이야기를 나눌듯,
그나저나 향기는 언제 오는가?.
대
8월에 가요 ^^ 러시아 맥주 다시 한번 마셔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