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지고 개체수 급증, 비오는날 피해 줄어
먹이 풍부한 탓에 말벌피해 19% 증가
"벌초.산행 때 매끄러운 천 소재 옷 입어야"
최근 국내 야외나 산에서 서식하는 말벌의 몸집이 커지고 개체수도 급증해 양봉농가나 야외 나들이객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27일 양봉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대구 팔공산과 서울 도봉산, 북한산, 강원도 원주 치악산, 충북 보은 속리산 등지에서 표본 조사한 말벌의 개체수가 작년에 비해 20~30%, 벌집수는 10~15% 정도 각각 늘어났다.
다 자란 말벌의 일반적인 몸길이는 2.5~3.5㎝ 정도이나 최근 포획된 말벌들은 거의 2배인 4.5~5㎝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말벌의 체격이 커지고 개체수가 늘면서 전국의 양봉장에서는 말벌떼 습격으로 꿀벌들이 속수무책으로 죽고, 야외에서 말벌에 쏘인 사람이 숨지거나 다치는 등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2시50분께 충북 제천시 송학면 도화리 인근 산에서 선산을 둘러보던 박모(71.강원도 원주시)씨가 갑자기 덤벼든 말벌에 머리 등을 쏘여 숨졌다.
앞서 지난 24일 오전 9시 30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하정리 하정교회 인근 산에서 정모(45)씨와 친척 등 벌초객 5명이 말벌 집을 건드리는 바람에 말벌에 쏘여 중경상을 입었다.
김모(52.경북 경산시.농업)씨는 "과수원에서 제초작업 중 말벌에 쏘였는데 밤톨만한 혹과 함께 극심한 통증, 두드러기가 났다"며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올들어 지금까지 대구시ㆍ경북도 소방본부에 접수된 말벌 피해는 807건으로 작년동기의 679건에 비해 18.8% 증가했고 벌에 쏘여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인명피해도 87건 발생했다.
이처럼 말벌이 번성하는 것은 짧은 장마기간으로 비 오는 날이 줄어들어 벌들의 먹이가 풍부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양봉인 안상규(47.안상규벌꿀 대표)씨는 "말벌은 여름, 가을을 거치며 점차 증가하는데 올들어 날씨가 따뜻하고 비가 적어 크게 늘었다"며 "꿀벌을 지키려 잠시도 양봉장을 떠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말벌들이 야산 등에서 포화상태에 이르면 도심 주택과 공장 굴뚝 등에 집을 짓고 피해를 줄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 대표는 "추석을 앞두고 벌초 등 산행이 잦은 요즘에는 말벌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매끄러운 천 소재의 옷을 입도록 하고, 공격을 받을 경우 즉시 현장을 20m 이상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