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작가
1. 박신혜
박신혜 작가는 오랜 시간 바다를 사유했고 그 물결의 운동성을 통해 주어진 그대로를 인정하는 평형성을 배웠다. 어느날, 몸이 정신을 담는 공간이 바다도 정신의 공간이자 성찰의 공간임을 알게 되었다. 순환하는 바다는 치유와 회복의 공간이자 꿈과 기다림과 생명 그리고 시(詩)로서, 작가는 우리 모두에게는 바다가 있고, 바다는 몸이다. 몸이 바다다.라는 깨우침을 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학원 시절의 작업부터 근작까지 출품되었으며 초등학교 시절 판화대회 작품집, 독일 유학 시절 도록 등 다양한 자료가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
2. 하진용
하진용 작가는 사유의 공간이란 테마로 연속적인 추상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언뜻 거대한 지구의 단면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사유의 공간 연작은 우리가 살고 있는 거대한 행성의 에너지를 평면 안에 함축시켜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작가가 연작에서 시도하는 과감한 색채와 형태는 사유의 공간에 대한 신비를 한 꺼풀 덧입히는데 일조한다. 더불어 대학 졸업 작품과 대학 시절 학회장으로 발간한 학회지 등의 자료가 제시되어 근작까지의 이론과 실천의 열정을 두루 살펴보고자 한다.
3. 김현철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는 뜻의 온고지신(溫故知新). 이는 전통과 현재의 틈을 메울 수 있는 가장 건실한 방편으로 여겨진다. 김현철 화백은 옛그림에 대한 철저한 탐구와 분석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현대 동양화 양식을 일구어 냈다. 현재의 시각적 경험들은 동양적인 시공간을 구축해 내는 전통적인 그리기 방식과 지극히 맞아떨어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궁궐에서 정자, 사찰, 한국 곳곳의 절경 작업 등 그의 발길이 기회 닿아 눈으로 담은 한국의 전통과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4. 안예환
나는 누구인가. 안예환 작가의 작품 속에는 존재에 대한 이 물음이 선인장과 보자기, 달과 우주, 버드나무 등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원통형 작업과 보자기는 그러나 텅 비어있다. 안을 채우려는 욕망은 그저 공허할 뿐, 삶은 제 나름의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음을 작가는 보여 주려는 듯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안예환 작가의 첫 개인전 이래 오랜 작업 기간 동안 변곡점이 되어온 작품이 시기별로 출품되어 근작까지의 세밀한 변화의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는 특별함이 있다.
5. 이연실
2003년부터 안산 대부도 종현 마을에 자리를 잡고, 작업과 도예교육을 병행하고 있는 작가는 자연과 우리문화에 나타나는 고유의 색과 선 등 한국문화 속 정체성을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이번 전시에는 부도형 다관 모듬과 <도자, 색동옷을 입다와 함께 벽화 작업이 출품되었다. 도예의 아름다움과 쓰임의 문제에 한쪽으로 쏠림 없이 천착하는 자세는 작가로서의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나 사이에서도 빼어난 균형감을 만들어가고 있다.
6. 이미선
우연한 기회에 사과는 이미선 작가에게 깊이 각인되었고, 그로부터 10년 동안 작가는 사과를 작품의 소재이자 주제로 다루어왔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을 벗 삼아 살았던 작가의 눈에는 들꽃과 산이 일상이자 매일을 버틸 수 있도록 만드는 생명 그 자체였다. 테라코타 작업을 통해 형상화하는 사과 또한 그 단단한 껍질과 과육 안에 삶의 근원이 되는 씨앗을 품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소년 시기, 청년기를 거쳐 근원까지로의 작가의 여정과 관련한 아카이브 자료가 함께하여 미술인이 살아온 발자취를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선보인다.
7. 정운기
정운기 작가는 초등학교 때부터 붓을 잡아 평생 오롯이 문인화(文人畵)를 그려 왔다. 그러던 그가 2010년 이후에는 작업에 조형적 감각을 추가하여 자기의 세계, 삶의 찰나를 드러낸다. 위에서 조망하듯, 잔가지로만 이루어진 나무의 형상은 어느 순간 달항아리 실루엣 위에서 호흡하다. 다시 아련한 균열과 여백으로 모였다 흩어진다. 먼지가 모여 덩어리가 되듯 이름 없는 조각들은 다른 무엇이 되어 이름을 얻으며, 자연에 무수한 나무들 또한 덩어리가 되어 자연을 호흡하게 한다. 파열된 세계가 다시 모여 어떤 세계를 펼쳐내는지 근작을 통해 반추해 보자.
8. 정철규
정철규 작가의 그냥 눈을 감기만 하면 되었다는 일제 식민지 시대부터 1960~70년대의 독재시대를 거쳐 1982년 폐쇄되기까지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수천 명의 소년들이 갱생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선감도 선감학원에 수감되어 억눌리고, 짓밟히고, 사라지고 멈춰 버릴 수밖에 없었던 소년들을 기리기 위한 감정을 회화와 텍스트 오브제로 보여준다. 작품이 곧 아카이브로 거대 집단의 폭력을 다룬다. 그냥 눈을 감기만 하면 되었다.
9. 김세중
김세중 작가는 극사실적 형식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초현실적 화면구성과 영원과 순간에 대한 주제를 통해서 작품을 진행해 오고 있다. 영원히 조우할 수 없어 보이는 개념으로서의 극사실과 초현실이 회화에서 어떻게 반목하여 합치되는지 살펴보는 묘미를 공유하기 바란다.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작에서부터 정주해 온 정밀하게 표현한 돌 작업과 김세중 작가의 시그니처로 널리 알려진 몽환적 세계가 함께 출품되었다. 평소 생각하는 자연으로부터 자연의 외연을 확장해가는 작품 세계가 지닌 철학과 방법론을 작품을 통해 느껴보는 기회다.
10. 이동수
이동수 작가는 현대 회화에서 많은 작품들이 형식과 표현방법에서 반복과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한다. 작가가 작품에서 상징화하고 있는 공간성은 현대적 매체인 컴팩트 디스크(Compact Disk)와 과거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동시에 등장시켜서 현재에서의 과거를 사색하게 하고, 단절과 연결이라는 완전과 불완전함을 양가적으로 드러내어 준다. CD의 탈착과 부착의 과정에서 회화적 처리와 맞물려 일어나는 반복에서 오는 의미의 확장성을 함께 고민해 보게 된다.
11. 영케이
몇몇 형상들이 얼핏 감지되기도 하지만, 영케이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추상화라고 소개한다. 어떤 지루한 윤곽선이나 음영도 들어가지 않고, 일정한 매체나 양식으로 범주화될 수도 없지만, 시각적으로는 발랄한 색면들이 전체 화면에 생기를 돋운다. Clouds) 연작은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비춘다. 작가가 말하듯 구름은 불안한 자아의 모습이지만 생명의 근원이 되는 비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12. 양쿠라
양쿠라 작가는 한국의 서울과 경기도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주의를 끌지 않는 버려진 물건이나 이미지를 재해석함으로써 현시대를 반영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이러한 예술방식을 통해 생태계와 환경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예술이라는 방식으로 환경 문제를 제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해결책을 모색중이다. 다양한 환경 단체, 과학 기술 및 예술가 간의 협력을 통해 구축한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를 함께 감상하기 바란다.
옆집에 사는 예술가란?
경기문화재단에서는 예술가의 작업실이라는 공간이 지역사회의 중요한 자산이자 문화적 거점 공간으로서의 문화재생적 가능성을 탐색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경기 지역 예술가의 작업실 오픈 스튜디오를 2015년부터 기획하고 있다. 옆집에 사는 예술가는 창작 공간 시범 사업과 지역 예술 아카이빙, 전문 비평 사업의 의미를 포괄하며 현재까지 대중 참여자 수는 1천 명을 넘어섰으며 회당 평균 참여자는 58명에 달한다. 2015년 경기도 전역의 작가 작업실을 대상으로 시행되었던 사업은 경기 전역 작가의 작업실 발굴과 더불어 2016년부터 지역 특집을 마련하여 2016년 안성, 2017년 화성 작가 편을 거쳐 2018년 안산문화재단과 함께 안산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으며 이 자리에서 예술가 저마다의 이야기와 일상들을 풀어내었다. 이 과정에 대한 결과는 옆집 예술 공식 홈페이지 G-openstudio.co.kr에 아카이빙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