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 탄핵 후 여론의 추이는...

[조명래]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후 여론의 추이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간 지지도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줄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일 나왔다.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 12월29~30일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성인 1010명에게 지지하는 정당을 조사한 결과, 민주당 40.4%, 국민의힘 35.7%를 기록했다.

양당 간 격차는 4.7%포인트(p)로 오차범위(±3.1%p) 내였다. 직전 조사였던 11월 둘째 주 조사에서는 양당 간 격차가 11.7%p였는데, 7주 만에 격차가 '오차범위 밖'에서 '오차범위 내'로 줄어든 것이다.

11월10~11일 조사가 실시된 뒤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12월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12월 27일에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도 가결됐다. 이후 국민의힘 지지도는 7주 전 30.2%에서 35.7%로 5.5%p 오른 반면 민주당 지지도는 41.9%에서 40.4%로 1.5%p 줄었다.

이에 대해 에이스리서치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국민의힘 지지율이 대폭 하락했다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국무위원 탄핵 등 정치적 사건들로 인한 보수층의 위기감으로 인해 중도 보수층이 결집한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13.4%p↑), 인천 경기(6.9%p↑), 광주 전라 제주(18.4%p↑), 부산 울산 경남(5.6%p↑)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선반면 대구 경북(25.0%p↑)과 대전 충청 세종,강원(2.8%p↑)에서는 국민의힘 지지도가 민주당보다 높았다.

연령별로는 20대(0.6%p↑)와 30대(3.4%p↑)에서 민주당이 소폭 우세했고, 40대(23.8%p↑)와 50대(20.0%p↑)는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큰 격차로 앞섰다. 60대에서는 국민의힘 지지도가 민주당보다 9.1%p, 70대 이상은 15.8%p 더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은 4.3%, 개혁신당은 3.3%, 진보당은 1.3%로 각각 나타났다. 3.0%는 기타 정당을 지지한다고 했으며, 지지정당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11.5%였다. 0.6%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ARS 조사(무선 RDD100%) 방식으로 응답율 1.9%(1010명),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과유불급 일진데...

의결 정족수 논란을 무시하며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소추한 건 민주당의 무소불위 점령군 행세로 갈수록 가관이나 알아야 할 게 아무리 겁박해도 제2, 제3의 권한대행으로 간다면 민주당은 그들의 권력욕에 입법 폭거로 나라를 벼랑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그렇게 다급한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면 얼마나 좋을까?

한덕수 대행은 민주당 강행 6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이어 헌재의 재판관 임명도 여야가 합의해 오라고 버텼다. 임명을 거부한 게 아니라 정치적 해결을 요청한 것인데 민주당은 즉각 탄핵의 칼을 뽑아들었다. 한덕수 대행으로선 탄핵소추당할 것을 알면서 정면 돌파로 옥쇄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를 거쳐 윤석열 정부까지 두루 중용되며 경제수석 부총리에다 총리 2번을 지낸 화려한 이력에 탁월한 ‘행정 전문가’라는데는 의견이 없는 인물이다.

정치적으론 무색무취하지만 국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선 분명한 자기 철학을 갖고 일관성 있게 주장해온 철저한 시장주의자이자 경제 영토를 넓혀야 기회가 온다고 믿는 개방의 신봉자다. 그의 개방 철학은 정치 환경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았고, 좌파가 집권했다고 물러서는 일이 없었다. 도리어 그가 개방의 신념을 밀어붙여 정책으로 현실화한 것은 좌파 정권 때가 더 많았다.

김대중 정권의 통상교섭본부장 시절 한국 영화 스크린 쿼터 폐지를 주장해 영화계를 뒤집어 놓았고, 노무현 정권의 경제 부총리 때 이를 절반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관철시켰다. 추곡 수매 제도를 폐지하고 쌀 시장을 개방해 성난 농민들에게 ‘볍씨 세례’를 당하기도 했다.

21세기 한국 외교의 최대 성과인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의 숨은 조정자도 그였다. 노무현 정권 당시,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이 협상 전면에 섰지만 막후에서 큰 전략을 짜고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며 그림을 그린 것이 그였다.

한덕수는 대한민국이 생존하려면 미국과 경제의 피를 섞어야 한다고 믿었다. 결국 협정 체결에 성공했고, 그는 이명박 정부의 주미 대사로 기용돼 미 의회의 FTA 비준안 통과까지 마무리지었다. 한 미가 안보에 이어 경제 혈맹을 맺은 데는 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신념을 갖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들었던 사람이다.

김대중 노무현의 좌파 정권에서도, 이명박 윤석열의 우파 정권에서도 오로지 국익 관점만 보는 입장에 서왔던 국무총리였다.

4월 총선 후 거대 야당의 폭주가 본격화되자 한덕수 총리의 입도 거칠어졌다. 좀처럼 흥분하는 법이 없던 그가 야당 공격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곤 해 정가의 화제가 됐다.

민주당이 탄핵 폭주, 입법 폭주, 방탄 폭주를 거듭할수록 한덕수 총리도 투사로 바뀌어갔다. 침묵해선 안 된다고 작심한 듯했다.

변질된 민주당은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까지 탄핵소추해 국정을 혼란으로 밀어넣었다. 정권 탈환을 위해선 경제가 망가지든, 국정이 마비되든 상관없다는 그 무모함이 소름 끼친다. 말 안 들으면 팬다는 민주당의 점령군 행세는 갈수록 가관이다.

두번째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경제 부총리도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또 탄핵으로 겁박할 게 뻔하나 민주당이 알아야 할 것이 폭주를 멈추지 않는 한 아무리 겁박해도 제2, 제3의 권한대행은 또 나올 수 있다는 것과 민의가 돌아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