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이 "어쩌다 여기까지"라는 제목의 시집을 내셔서
제목이 그렇게 마음에 들어 구독하였다.
그 속에 가득한 시 한 편 한 편이 삶의 여정을 그대로 옮겨 놓은 시(詩)였기에 공감하며 읽었다.
말 그대로 이제 내 나이가 미수(米壽)가 옆구리를 간지럽히는 나이가 되다 보니
"어쩌다 여기까지"라는 말이 그렇게 내 머리에 가득히 앉아 있다.
그러면서 그간 함께해온 친구들 면면이 머리에서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그런데 이제 만남을 가져도 "좀 앉았다 가자" 하는 친구가 늘고 있고,
자리에 앉아 술 한 잔 돌리려 해도 "나 이제 술 못 먹어" 하는 친구도 늘었다.
그러더니 점차 하나 둘 요양원 소식이 오고 얼마 있다 보면 "따르릉" 소리에 "먼저 가셨어요" 소리다.
허망한 마음을 안고 달려가서 자리에 기다림의 시간을 가져도 그 많던 친구들 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아니 그 친구가 남긴 발자취를 그렇게 깡그리 잊을 수 있는 것이 우정이었나 싶어
허전한 마음으로 돌아 오며 "주식형제 천 개유 급난지붕 일개무(酒食兄弟千個有 急難之朋一個無)란
말이 입 속에서 뛰어 다닌다.
그래서 아래 글을 옮긴다.
명심보감(明心寶鑑) 교우 편)(交友編)에 있는 말
부결자화(不結子花) 휴유종(休要種)
무의지붕(無義之朋) 不可交(불가교)
열매 맺지 않는 꽃은 심지 말고,
의리 없는 친구는 사귀지 말지니라.
명심보감(明心寶鑑) 교우 편(交友編)에 나오는 말이다.
이 얼마나 좋은 글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열매 맺지 않은 꽃이란 부화(浮華)하고 무실(無實)함을 말한다.
겉만 화려할 뿐 실속이 없는 일은 하지 말라는 뜻이다.
명함(名銜)에 수많은 직함(職銜)을 나열해 자신을 과시(誇示)하는 이가 있다.
그 대부분은 유명무실(有名無實)한 단체나 전혀 실익(實益)이 없는 자리의 장인 경우가 많다.
이는 허장성세(虛張聲勢)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스스로를 아무개 박사라 자칭하는 사람이나 잡문을 써 놓고 자신의 이름 밑에 굳이 수필가라 써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치고 박사 다운 박사, 수필가 다운 수필가를 보지 못했다.
꽃이 아름답긴 하지만 열매를 맺지 못하면 꽃의 사명을 다 하지 못함이다.
꽃은 보기에 아름다우나 열매가 없으면 한 때의 아름다움에 지나지 않는다.
열매 맺는 꽃은 씨앗으로 그 꽃의 아름다움을 시간의 제약 없이 계속 전할 수 있다.
씨앗은 생명이다.
생명을 창조하지 못하는 삶은 안개나 바람처럼 허망하다.
꽃이 피면 지듯이 인생은 유한(有限)하다.
인생은 누구나 살다 가지만 열매 맺는 삶을 산 사람은 그 자취가 영원하다.
그러나 쭉정이 같은 삶은 산 사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의리(義理) 없는 친구는 제 이익(利益)에 반하면 언제고 배신(背信)한다.
의리 없는 친구와 사귀면 결국 손해 보고 가슴 친다.
무능(無能)한 친구, 빈궁(貧窮)한 친구는 덕(德)은 볼 수 없어도 손해를 끼치진 않는다.
아무리 유능해도 의리 없는 친구는 삼가 멀리 할 일이다.
[출처] 부결자화(不結子花) 휴유종(休要種) 무의지붕(無義之朋) 不可交(불가교)|작성자 kim seong gyun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