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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케가 묻자 여자는 살짝 미소를 띠며 의자에서 내려왔다.
“아니에요. 열두 시까지 영업해요.”
“그럼 한 잔 마실까.” 고스케는 가게로 들어가 카운터석의 가장 끄트머리에 앉았다.
“그렇게 구석까지 안 가셔도.” 여자가 쓴 웃음을 지으며 물수건을 가져왔다. “이제 더 이상 손님이 안 올 것 같으니까요.”
“아니, 괜찮아요. 마시면서 좀 하고 싶은 일이 좀 있어서요.”
“하고 싶은 일요?”
“예. 뭐, 좀.” 말을 흐렸다.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여자는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세요. 방해 안 할 테니 천천히 하세요. 마실 건 뭘로 하시겠어요?”
“맥주 주세요. 흑맥주 있나요?”
“기네스, 괜찮으세요?”
“물론이죠.”
여자는 카운터로 들어가더니 쭈그리고 앉았다. 그쪽에 냉장고가 있는 모양이었다. 여자는 병맥주를 꺼내 오더니 마개를 따고 큼직한 유리잔에 흑맥주를 따른다. 솜씨가 능숙했다. 크림 같은 거품이 2센티미터쯤 떠올랐다.
고스케는 단숨에 들이켜고 손등으로 입가를 닦았다. 맥주 특유의 쌉싸래한 맛이 입 안에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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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시면 한 잔 드세요.”
“고맙습니다.” 여자는 견과류가 담긴 접시를 고스케 앞에 놓고는 작은 컵을 가지고 와서 거기에 맥주를 따랐다. “그럼 잘 마실게요.”
예, 드세요. 고스케는 대답하고 나서 편의점에서 사온 봉투에서 내용물을 꺼냈다. 편지지와 수성 볼펜이다. 그걸 카운터에 놓았다.
여자는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편지 쓰시려고요?”
“예, 비슷해요.”
여자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갔다. 나름대로 배려를 해주는 것이겠지. 고스케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한적한 소도시의 술집 치고 촌스럽지는 않았다. 의자와 테이블의 디자인도 단순하지만 멋스러웠다.
벽은 비틀즈의 포스터와 일러스트로 장식되어 있었다. 사십여 년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했던 네 명의 젊은이를 표현한 것이다. ‘Yellow Submarine(노란 잠수함)’이라는 노래의 포스터도 한 장 있었다.
‘Fab4’란 ‘Fabulous4’의 약자다. 일본어로 번역하면 ‘멋진 네 사람’이다. 비틀즈의 별명이다.
“비틀즈 전문 음악 바(bar)라는 건가요?” 고스케는 여자에게 물었다.
여자는 작은 어깨를 움츠렸다.
“어쨌든 비틀즈를 포인트로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