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겨울보다도 추었던 지난 겨울은 근래 보기 드문 추위였다. 서울지방 영하의 일기 또한 삼한사온은 어느 세계로 날아갔는지 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추었던 지난 겨울을 보냈지만, 찾아온 봄의 나날은 어느 봄날 같지가 않았다. 겨울을 보내기가 그토록 보내기가 싫었는지 봄답지 않은 변덕스러운 일기에다 잦은 돌풍과 함께 봄비 치고는 많은 비가 자주 내려 일부지방에 장마처럼 피해를 주기도 했다. 특히 주말마다 내린 비는 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지만, 사십 여년 전 군대에 입대해 기초훈련을 받을 당시 주말마다 황산벌 교장마다 붉은 진흙으로 전투복은 시뻘겋게 염색 아닌 염색을 해야만 했던 기억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그때는 삼라만상이 생기를 돋으며 꽃피는 봄의 나날이었다.
2년 전 부터 몸 관리 차원에서 시작한 걷기는 일기가 매우 좋지 않으면 잠시 멈췄지만, 올 겨울 -17도 까지 내려갔던 무수골 계곡 산책로를 거닐며 새벽을 깨우며 오르내리고 있다. 이제는 하루라도 걷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죄를 지은 마음이다. 오늘 새벽에도 물론이다. 점심 시간에는 아파트 단지 세 바퀴를 돌며 스스로 고맙고 자랑스럽다. 어느 날 오른쪽 어깨가 약간 아프고 편치가 않아 왜 그런가 생각했더니 작은 가방에 책 몇 권과 템플릿 컴퓨터를 넣고 다닌 것이 화근이 되었나 보다. 물론 어깨에 메는 끈이 있었지만 주로 오른쪽 팔을 많이 사용했던지 오른쪽 어깨가 늘 불편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끈이 짧은 산책용 배낭을 구입했다. 그랬더니 누가 좋은 가방이라고 한 개 주기에 고맙게 받아 메고 다니니 정말 편했다. 배낭이 두 개가 되었다. 그런데 오른쪽 어깨가 감쪽같이 나은 게 아닌가.
보통 새벽 네 시가 조금 넘으면 집을 나선다. 지하철을 타려면 이른 새벽시간에는 간엔 운행을 하지 않는다. 직장에 출근하기 위해 갈아타지 않고 한 번에 시내버스를 타려면 7호선 수락산역 버스정류장까지 걸어야 한다. 집에서 무수골 계곡으로 내려와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산책로를 지나 노원교로 올라와 노원공항터미널 버스정류장까지 딱 16분 걸리며, 도보로 1650보 가량 된다. 동남쪽 하늘에 떠있어 물속을 비치며 달랑 떠있는 대왕별은 마치 나를 안전하게 인도하는 느낌이다. 걷는 모습과 시간은 경보 모습과 보폭은 경보 수준이다. 보폭이 80~85CM 정도다. 보폭을 넓게 걸어야 육신의 에너지 소비효과가 나타난다. 지난 겨울 영하의 기온에서는 15분 정도 걷고 시내버스에 오르면 이마에 땀이 날듯말듯 하는 몸의 컨디션이 좋아져 있다.
13분 정도를 달리면 중계역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한다. 노원문화회관과 공원을 두 바퀴 반(2400보)을 돌고 출근한다. 그러면 20분 동안 육신의 에너지를 생산한다. 요즘 기온이 오르면서 메리야스가 약간 땀으로 젖는 수준이다. 오전 일과를 마치고 점심시간이다. 11:30~12:00은 점심식사시간 12:00~ 12:20 정오뉴스를 청취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한 걷기운동시간이다. 12시 22분 하계역 직장을 출발하여 노원문화회관과 증계동 브라운스톤 상가아파트를 지나고 하계동 학여울청구아파트 사이를 지나면 최근 국철 월계역까지 도보로 중랑천을 건널 수 있게 육교를 설치했다. 육교 끝에서 월계역을 보고 되돌아 건너면 중랑천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통해 중랑천 산책로로 들어선다. 뙤약볕이 따갑다. 매우 얇은 땀복 상의가 햇볕을 막아준다.
상의 소매 끝에 고무 밴드로 가볍게 조여주니 뙤약볕으로 인해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땀이 비 오듯 한다. 동부간선도로 양방향에 자동차들이 경주하듯 달린다. 비온 뒤라 중랑천에 흐르는 물은 많지 않지만 맑은 모습으로 흐른다. 작은 규모에 삼각주도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는 모습이다. 천변에 하얀 나비 대여섯 마리가 마치 유희라도 하듯 나는 모습이 정겹고 평화롭다. 녀석들에 모습에 빠지다 보니 자동차 엔진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잡초와 이름 모를 꽃들 속에 하얀 나팔꽃 한 송이가 가볍게 넘실댄다. 여가를 즐기는 사이클 선수와 팔을 높이 흔들며 자신의 육체를 가꾸는 어느 여인의 모습도, 잠시 벤치에서 이야기 꽃을 피우는 젊은 남녀 한 쌍은 휴일이 아닌데도 그늘막 안에서 턱을 궤고 있는 모습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점심시간이 끝날 시간이다. 핸드폰은 12시 45분.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다시 하계역으로 향했다. 얇은 상의가 거의 다 젖어있다. 오늘따라 더 걷고 싶다. 물이 오른 내 몸이다. 무릎 위에 근육이 형선 되는지 뻐근한 느낌이 온다. 언젠가 회사라는 직장 다닐 때 친한 동료가 한 말이 생간난다. 그 친구는 서소문에서 근무했는데 날마다 점심시간에 서소문에서 옛 중앙청 앞까지 왕복 6개월을 꾸준히 걷기를 했더니 체중이 6Kg이나 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흔히 말하는 유산소운동이라고 했다. 몸이 저절로 상쾌해 진다. 아직 체중의 변화는 별로 없지만, 무릎이 아프거나 힘든 줄을 모르는 나의 몸 상태다. 오늘도 내일도, 아니 내일 아침은 바로 중랑천 육교를 건너 월계역으로 향할 것이다. 상쾌한 아침을 열며 보석 같다고 했던 5월을 보내줘야 갰다. 아니 올해 처음 가는 저녁 7시 음악회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첫댓글 5월도마지막근무기끝났네요 내일이면 6월이고요 음악과대환미 걷기운동많이하시는군요
나도 집에서회사까지는 30분가량걸어서 가끔은 출근한답니다 자전거로는 15분정도걸리고요
마음은 걷기운동많이하고싶지만 마음대로않되네요 술을좋아하다보니 운동량이많이줄더군요
좋은 저녁시간되세요
저녁시간인데도 들어오셨군요.
말일이라 좀 바쁘게 보내고 있습니다.
내일은 본격적인 성하가 시작되는 6월이네요
저도 시골땅님도 유산소 운동 열심히 하자구요.
늘 관심주셔서 감사합니다. 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