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말 좋은 영화를 보았다.
- 이웃집 소년과 까칠한 할아버지의 진한 우정. 영화 '그랜 토리노'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할아버지 월트(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내 장례식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월트의 노년은 정서적으로 그리 풍요로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의 까칠하고 예민한 성격과 막말 때문입니다. 가족과도 매끄럽게 소통이 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72년산 그랜 토리노
‘그랜 토리노’는 차종입니다. 월트가 1972년, 직접 부품을 끼워 넣은 차로, 차고에 모셔두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웃집 소년 ‘타오’가 갱단의 협박으로 이 차를 훔치려다 월트에게 발견되면서 이들의 인연이 시작되고, 이웃과도 교류를 하게 됩니다. 타오에게는 누나 ‘수’가 있습니다. 수 역시 월트와 개인적으로 친분을 형성하면서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보여줍니다.
우정의 상징이자 결정판이 바로 월트의 그랜 토리노입니다.
나이를 초월한 우정
동양인 아이들과 백인 할아버지의 우정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습니다. 이들 사이에 나이로 인한 장벽이 전혀 없습니다. 몽골인 아이들은 갱단의 위협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상황이고, 이에 화가 난 월트의 행동은 과감합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인생의 끄트머리를 사는 할아버지의 속 깊은 생각과 따뜻한 애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는 월트를 집 파티에 초대합니다. 모두 동양인들입니다. 타오와 수 또래 아이들과는 물론이고 그들의 가족과 지인들과도 어울려봅니다. 월트는 가족과도 따뜻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는데, 이웃과 어울려 끼어있는 모습이 어색하지만 흐뭇합니다. 가족에게도 느껴볼 수 없었던 정을 이웃에게서 느끼는 월트. 월트 또한 꼭꼭 감춰두었던 정을 이웃에 펼칩니다.
그늘이 있는 사람들
타오도 수도 이들의 가족도 월트도 모두 그늘이 있습니다. 외적 환경도 거칩니다. 몽골인으로 미국 내에서 척박하게 살아가는 타오와 가족들, 한국전쟁 참전 당시 사건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월트 등, 모든 인물들의 삶의 모습이 밝지 않습니다.
월트는 자신의 마지막을 타오와 그 가족에게 기꺼이 내어줍니다. 몽골 갱단은 급기야 타오의 집에 총질을 하기에 이르는데, 이를 본 월트는 작심을 하고 이들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최후를 맞이합니다. 월트가 이웃과의 우정에 바치는 마지막 헌사입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주연 작품입니다. 여유 있게 흘러가는 일상 속 장면들, 각자의 사연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깊이 있는 감정들을 녹여내 담담하게 표현하며 감동을 주는 영화 ‘그랜 토리노’입니다. (사진출처:네이버영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감독으로써의 역량은 영화 밀리언달러베이비에서 처음 느끼게 되었고, 그 후에도 허드슨 강의 기적도 꽤 감명 깊게 봤으며, 또 최근에 인터빅스도 흥미롭게 보았지만, 그랜토리노의 감동을 따라오진 못한다.
클린트이스트우드는 진정한 미국 보수의 신념과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영화에 담아내는 정말 멋진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뉴스를 좀 찾아보니 올해 초에 블룸버그를 지지했더라, 트럼프가 더욱 고상하게 행동하길 바란다면서. 물론 블룸버그는 이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포기했지만. 품격있는 보수라면 응당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보수가 좋고 진보가 나쁘고, 진보가 좋고 보수가 나쁘고 이런 것은 없다. 시대마다 필요한 가치가 다른 것이고, 무엇을 가장 중심에 놓느냐가 중요하다. 바로, '사람'을 중심에 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 목적은 같은데, 접근법이 달라서 보수와 진보가 갈리는 것이다. 못 잡아 먹어서 안달박달 하는 것들은 다 권력을 탐하는 탐관오리들이다.
품격있는 보수의 가치를 느끼기에는 클린트이스트우드 영화가 참 좋은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클린트이스트우드의 영화는 서부극이나, 전쟁 이야기 등도 많다.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는 이라크 전이 등장했고, 그랜토리노에서는 한국 전쟁이 등장한다. 한국 전쟁에 참전했던 한 노인이 자신이 평생 짊어지고 살아오던 죄의식을 참회하는 이야기랄까. 진정한 어른으로써, 한 인간으로써 자신만의 참회 의식을 치르는 이야기.
인물 캐릭터들도 정말 매력적이다. 몽족 아이들, 몽족 깡패들, 신부님, 아들 및 손주들 모두 하나하나 캐릭터들이 살아있다. 몽족 소년 소녀와 월터 코왈스키의 교감 그리고 우정은 이 나이만 잔뜩 먹고 퉁명스럽기 그지 없는 노인이 실상 얼마나 가슴 따뜻하고 순수한 사람인지 영화 내내 깨닫게 해준다.
조곤 조곤 슬프기도 하고 간혹 웃기기도 하고 간혹 기쁘기도 하고 간혹 화나기도 하는 그런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은 책이나 영화를 좋아하는데 클린트이스트우드 감독의 이 영화 또한 그랬다. 소설책 한 권을 읽은 기분이 드는 영화를 특히 좋아하는데, 이 영화가 그랬다.
정말 오랜만에 묵직한 감동을 느낀 영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젊은 시절 너무 잘생긴 배우였는데 나이 먹어서는 이렇게 거장으로 늙어가다니 다 가졌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