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석촌동, 송파동, 방이동 빌라들은 여전히 거래가 살아날 기미가 없어요. 하지만 삼전동은 달라요. 모아타운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투룸 빌라 가격도 반년 사이 5000만원은 올랐어요”(송파구 A공인중개사무소)모아타운을 준비 중인 삼전동 일대. 서영상 기자
송파구 석촌호수 바로 아래 삼전동이 소규모 정비사업 추진 소식에 투자자들의 문의가 줄잇고 있다. 잠실동 레이크팰리스와 길하나를 사이에 둔 삼전동은 9호선 삼전역과 석촌고분역을 끼고 있으며, 잠실 생활권으로 불린다.
모아타운을 추진 중인 삼전동 상단은 면적만 약 18만㎡에 가구수도 3800여호에 이른다. 당초 삼전동 하단까지 포함해 약 43만㎡에 1만 가구의 모아타운 조성계획이 추진됐지만 올해 초 이를 분리해 상단이 우선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7일 찾은 삼전동은 곳곳에 21일 열리는 ‘삼전동 상단 모아타운 설명회’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주민들에게서는 재개발에 대한 기대가 엿보였다.
모아주택은 신·구축 건물이 혼재돼 있어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저층주거지에 적용되는 정비모델이다. 기준에 못 미쳐 재개발이 어려운 지역은 흔히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택하는데 오세훈 시장은 이들 사업지를 묶어 개발할 경우 국·시비를 지원하는 모아주택 개념을 도입했다.이러한 모아주택 여럿에 함께 추진되는 지역은 한 그룹으로 묶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모아타운’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했다. 모아타운으로 조성되는 경우 노후도 요건이 67%에서 57%로 완화되고, 필요시 용도지역의 종상향, 주차장 통합설치 지원 등의 혜택도 주어진다.
삼전동 사업지를 A구역과 B구역으로 나눠 가로주택정비조합을 각각 6~7개씩 만든 뒤 이달 말부터 주민동의를 받는 절차에 나설 계획이다.
삼전동에서 만난 한 모아타운 추진위원은 “삼전동은 서울시에서 반지하 거주비율이 가장 높은 13%에 이르러 이를 해소할 방안 또한 필요하다”며 “동의율 30%를 빠르게 마쳐 6월에는 서울시에 공모신청서를 낼 예정”이라고 했다.
정비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집값도 상승 기류가 감지된다.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는 “지난해 중순만 해도 대지지분 15㎡ 내외 투룸의 가격이 2억 5000만원에서 3억원 하던 것이 최근 3억원에서 3억 5000만원으로 5000만원 가량 올랐다”며 “1억원 내외로 갭투자를 문의하는 손님이 많지만 그 마저도 매물들이 자취를 감춰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실제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지어진 삼전동 상단 전용 36㎡ 다세대 주택이 지난달 2억 6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는데 같은 해에 지어진 인근 전용 27㎡에 대지지분 19㎡인 다세대 주택은 올해 1월 3억 8000만원에 거래됐다. 전용면적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전세를 끼고 1억원 내외의 자기자본을 투자해 분양자격을 가진 다세대를 살 수 있는 구조다.하지만 장밋빛 미래 만을 보고 무작정 투자에 나서는 데 대해선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이어진다. 삼전동의 성공적인 사업을 위해선 노후도 요건 충족과 동의율 확보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다른 가로주택 사업지들의 선례를 살펴봐도 토지 소유자들이 지가가 급등하면 빌라를 새로 지어 주택을 분양하는 경우가 많아져 결국 노후도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난 바 있기 때문이다.
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삼전동이 대상지 선정 공모 요청이 있어 노후도를 조사했으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올해도 문의는 있지만 아직 접수된 것은 없다”고 했다. 이를 놓고 추진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노후도 요건이 완화(바닥면적 660㎡ 이하 공동주택 30년→20년)되면서 지금은 충족할 수 있다”며 “다만 일부 월세를 받는 다세대 주택 소유자들이 동의에 나서지 않아 동의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