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Ⅲ-32]동물생태학자 ‘최재천’ 박사의 경고?
흔히 ‘개미박사’로 불리는 최재천 박사, 이름 석 자는 많이 들어보셨겠지요?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라는 책을 펴낸 게 2001년이니, 강산이 두 번 변한 세월입니다. 정말, 정말, 정말, 대단한, 세계적인 곤충학자이지요. 지금 추천하는 이 책 『최재천의 곤충사회』(2024년 2월 열림원 펴냄, 279쪽, 18000원)의 표지사진에 보듯, 1954년생인데도 여전히 동안童顔이고 개구쟁이처럼 해맑게 생겼죠. 세상에 개미와 2mm도 안되는 ‘민벌레’라는 동물만 연구하여 세계적인 학자가 된 분입니다. 오죽하면 세계동물학자 600여명을 이끄는 총괄편집장이 되어 『동물행동학 백과사전』을 편찬했을까요?
그는 학계에 ‘통섭通攝(consilience)’이라는 단어를 처음 선보였지요. 지난 25년 동안 영양가 있는 책 100권을 펴냈다는군요. 그중에 대표적으로 널리 알려진 책이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인데, 당시 대단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지요. 자연과학자로서 인문학적 소양이 엄청 풍부하고, 글쓰기의 내공도 고수급입니다. 이 책은 그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여러 곳에서 강연한 내용과 지난해 출판사와 한 밀도있는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읽기가 편합니다. 전문적이면서도 비전문적인, 보통사람들이 듣고 읽어서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내용들이 몽땅 담겨 있습니다.
그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은 ‘동물의 세계가 너무 아름답다’(심지어 2mm도 안되는 민벌레의 사회도)는 것이고,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가 그들에 비해 잘난 체 할 것이 ‘1도’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계속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게 죽어가고 있는, 우리가 사는 초록별 지구의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화두와 대안을 연속적으로 던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이나믹한 사람은 도올 김용옥이나 얼마 전 돌아가신 이어령 박사 등을 제외하곤, 솔직히 몇 분 안계시지요. 무엇보다 책 100권을 펴낸 학자가 얼마나 있을까요? 그가 열정이 넘치다못해 ‘죽을 지경’인 것은 순전히 호모 사피엔스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지구적으로 ‘생태적 전환’을 해야 하고, 우리는 ‘호모 심비우스 home symious'로서 다른 생명체들과 이 지구를 공유하겠다는 겸허한 마음을 가지고 거듭 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가 난데없이 벼슬아치(공직자)를 잠깐 한 것이 국립생태원(충남 서천 소재) 초대원장이었습니다. 2년 원장을 하면서 이룩해놓은 업적들을 찬찬히 훑어보세요. 그의 애정의 시작과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있습니다. 틀림없이 그가 주장해 복원해놓았을 데이비드 소로의 ‘오두막집’을 보고 살풋 감동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잘나가는 사람을 보면 질투와 시기가 본능인 것처럼 ‘깨부수는(씹는)’ 못된 습성이 있습니다. 학자의 이론이나 결론 그리고 주장이 잘못되었으면 학문적으로 비평을 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정도일 터인데, 논리적이 아니고 감정이 앞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요. 이리저리 검색을 하다보니 최박사에 대하여, 아니 최박사의 주장에 대해 논란을 위한 논란이 눈에 띄더군요. 그래서 그가 최근 『숙론熟論 』 이라는 책을 펴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자연과학에 대해선 완전히 문외한입니다. 다만, 그가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풀어내는 이 지구의 최대 위기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100% 공감하고, 우리가 지금 천착하고 넓혀가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는 알 것같기에 하는 말입니다.
최박사가 작년 서울대 하계졸업식(코스모스 졸업)때 한 15분짜리 축사를 한번만 정독한다면(이 책 98-105쪽 전문 게재), 그의 진정성이 고스란히 전달될 것을 믿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21세기를 살아내려면 ‘통섭형 인재’가 되어야 하고, 쉼없이 배우고 일해야 하는 이유가 다 들어있습니다. ‘진정한 공정’이란 것이 무엇인지도, 왜 지식인이나 지성인이 ‘따뜻한 리더’가 되어야 하는지도 말입니다.
저는 최재천 예찬론자는 아니지만, 그의 모든 글을 통틀어 ‘그른(잘못된) 말’이 한 마디도 없는데, 이 정도의 칭찬도 못해줄까요? 그의 저서 한두 권만 통독한 독자라면 ‘꽃길’을 떨치고 번번이 힘든 연구와 글쓰기를 하는 그의 인간에 대한 ‘애정’을 생각하며 눈물겨울 것이 틀림없습니다. 학자의 미션이라는 게 그런 것이겠지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가들의 미션도 그러할진대, 지금은 세상이 온통 뒤죽박죽, 거꾸로 가고 있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것은 5년 임기로 끝나는 게 아니고, 뒷세대들이 공정과 상식, 법의 정의를 지금처럼 잘못 알고 배우고 체화할까, 그것이 두렵습니다.
아무튼, 그는 말합니다. 기후변화, 즉 이상기온의 현상들을 우리도 피부로 느낄 때가 많지요. 굉장히 위험하고 무서운 일인데, 어쩌면 이보다 더 직접적이고 빠른 시일 내에 우리 인간을 괴롭힐 게 '생명다양성의 감소'라는 겁니다. 따라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과학연구(climate change science)와 생명다양성 생태학(diversity ecology), 이 두 주제의 연구를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명다양성 감소는 피부에 와닿지 않지요? 하지만, 이게 더 시급할 수도 있는 문제라는데 공감하시나요? 팬데믹, 에피데믹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과 경고를 잊어버리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해답은, 정답은 ‘자연보호’이랍니다. 오죽하면 프란시스코교황이 2019년 ‘생태적 죄(Ecological Sin)’를 인류의 원죄에 포함시킨다고 선언했겠습니까? 최종 결론은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부기1: 이 책을 수원-오수간 무궁화호 열차(왕복 6시간 30여분) 속에서 쏘옥 빠져 읽었습니다. 기차여행은 이런 행운을 안겨줘 좋아합니다. 집에 도착하니, 마침 좋은 책 한 권이 와있더군요. 『기후변화 첫 번째 수업』(집현네트워크 지음, 위즈덤하우스 2024년 7월 펴냄, 461쪽, 3만원)은 지난 2년간 ‘기후환경’과 ‘감염병’ 에 관한 ‘집현문서’ 각 20화를 묶어 펴낸 것입니다. <집현네트워크>는 세계적인 국내 과학자 21인이 집단지혜, 즉 ‘집현集賢’의 필요성에 동의하여 과학과 기술에 바탕한 믿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자 만든 비영리법인입니다. 하지만, 너무 전문적인 책이어서 이 방면 문외한인 저는 책을 떠들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심각성을 알긴 알지만. 휴우-.
부기2: 『 곤충사회 』와 함께 가볍게 읽은 또 한 권의 책은 『 제주 세레나데-어느중년부부의 제주 한 달 살이 이야기 』 (김동익-박성희 글 사진, 2024년 7월 비아아트 펴냄)였습니다. 정년퇴직을 앞둔 제주 출신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역시 제주 출신이인 아내와 한 달 동안 고향인 제주에서 산 이야기를 알록달록하게 썼더군요. 수구초심의 마음으로, 정작 토박이이면서도 몰랐던 제주의 속살들을,메스 대신 펜을 들고 써내려가는 것은 아름다운 마음이겠지요. 제주살이를 꿈꾸는 이들은 한번쯤 훑어봐도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