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사]
“인간의 생명은 백년을 넘지 못하지만,
피묻은 가해의 역사는 천년을 영생합니다.”
安喜洙(22.2.21), 全玉南(22.9.1), 崔姬順(22.9.11), 金玉順(22.10.16), 朱錦用(23.3.17), 羅花子(23.4.20)
전쟁 중 후지코시로 강제 동원되었다가 최근 3년 사이 별세하신 소송 원고들입니다. 이에 앞서 많은 피해자들이 숨을 거뒀고, 남아있는 고령의 생존 피해자들도 이제 손을 꼽을 정도입니다. 이분들 역시 내일 일을 알수 없습니다.
후지코시는 제국주의 시절 아시아태평양전쟁에 가담해 막대한 이윤을 거뒀습니다. 오늘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그 이면에는 식민지 조선에서 10대의 어린 소녀들을 강제연행해 임금 한 푼 없이 강제노동을 강요한 어두운 역사가 감춰져 있습니다. 후지코시의 또 다른 이름은 전범 기업입니다.
전쟁 중이라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변명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전쟁에 가담함으로써 전시 특수를 누려 온 것입니다.
후지코시의 잘못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반성은커녕 80년 동안 침묵했습니다. 80년 동안 피해자의 눈물과 고통에 등을 돌렸습니다. 면담 요청에도 화해 요청에도 끝내 외면했습니다.
후지코시는 한일 양국이 매듭짓기로 한 문제여서 기업의 관여할 수 없다고 할지 모릅니다. 그것은 가면에 또 다른 가면을 씌우기 위한 핑계입니다. 일본국을 핑계로 전쟁에 가담했던 후지코시가 다시 일본국을 핑계로 그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수작에 불과합니다.
‘인간은 존엄한 존재이며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는 결코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전쟁과 학살을 반복해 온 인류가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깊은 반성 속에서 국적과 민족, 인종을 초월해 영원히 추구해 가야 할 인류 공동의 지향점으로 확립해 온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후지코시가 한국 법원의 배상 명령과 피해자의 절규를 외면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또 다른 범죄입니다. 또한 이것은 후지코시가 전쟁 기간 뿐만 아니라 80년이 지난 지금 현재에도 피해자에 대한 가해 행위를 지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2019년 4월 후지코시를 상대로 한국 광주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朱錦用 할머니 사건은 일본 정부의 방해와 후지코시의 소장 접수 회피로 인해 사실상 재판이 멈춰 있습니다.
후지코시에 충고합니다. 조속히 법원의 명령을 이행하고 피해자의 절규에 귀를 여십시오. 그것이 후지코시가 사는 길입니다.
인간의 생명은 백년을 넘지 못하지만, 피묻은 가해의 역사는 천년을 영생합니다. 피해자들이 죽고 사라진다고 해도 전범기업 후지코시의 오명은 결코 지워질수 없습니다. 비록 할머니는 별세하셨지만,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할머니를 대신해 끝까지 후지코시를 법정에 세울 것입니다. 호쿠리쿠연락회를 비롯해 평화를 사랑하는 도야마의 시민들과도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2025년 2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이국언
근로정신대 이름으로 가장 많은 10대 소녀들을 강제동원한 기업이 ‘후지코시’라는 회사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남자 이외에 전국 각지에서 근로정신대로 최소 1,089명이 동원됐습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나주에서 동원된 주금용 할머니의 소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2019년 광주지방법원에 제소)
주력 공장은 일본 도야마시에 위치해 있는데, 2월 26일(수) 주주총회가 있어 원고 김명배 할아버지와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이 25일 현지로 떠났습니다.
40여 년 가깝게 피해자 소송을 지원해 온 ‘호쿠리쿠연락회’는 내일 원고 및 시민들과 함께 주주총회 안팎에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항의 행동을 가질 계획이며, 이후 오후에는 보고회를 겸해 기자간담회를 가질 계획입니다. 요청에 의해 연대사를 보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