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9일 (백)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
-조재형 신부
복음; 마태1,16.18-21.24ㄱ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하였다.> 16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는데,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다. 18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탄생하셨다.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19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 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20 요셉이 그렇게 하기로 생각을 굳혔을 때,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말하였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21 마리 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24 잠 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하였다.
고인이 되신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현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모티브로 한 두 교황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전통을 지키려는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변화를 꿈꾸는 프란치스코 교황(당시 베르골료 추기경)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단순히 두 교황의 차이점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자 하는 두 사람의 깊은 고민과 신앙의 여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교회를 지키려 했지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반면, 베르골료 추기경은 교회가 좀 더 가난한 이들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젊은 시절 독재 정권 아래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들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졌지만, 하느님 앞에서 같은 고민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베네딕토 16세는 전통을, 베르골료 추기경은 개혁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결국 두 사람 모두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았습니다. 교회는 변해야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하느님의 진리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구약과 신약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구약은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드러나는 예표라면, 신약은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현장입니다. 오늘 저는 구약과 신약에서 볼 수 있는 두 요셉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 의지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시대, 다른 환경에서 살았지만, 하느님의 계획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먼저 구약의 요셉을 떠올려 봅시다. 그는 열한 번째 아들로 태어나 형들에게 미움을 받아 이집트로 팔려 갔습니다. 어린 시절, 그는 하느님께서 보여주신 꿈을 믿었지만, 현실은 혹독했습니다. 종으로 팔려 가고,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는 등 숱한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는 꿈을 해석하는 능력을 인정받아 이집트의 총리가 되었고, 흉년으로 고통받는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형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들은 나를 해치려 하였지만,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선으로 바꾸셨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고난과 시련을 통해 더 큰 계획을 이루신다는 것입니다. 요셉의 인생은 단순한 성공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고통과 배신 속에서도 하느님의 섭리가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신약의 요셉은 다소 조용한 인물입니다. 성경에 그의 말이 한마디도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행동하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마리아가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꿈속에서 하느님의 계시를 받고, 마리아를 아내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합니다. 헤로데 왕이 아기 예수님을 해치려 하자, 또다시 꿈에서 하느님의 지시를 받고 가족을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합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라는 명을 받고 나자렛으로 가서 예수님을 양육합니다. 신약의 요셉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그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느님께 순종했습니다. 우리는 종종 하느님께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하느님, 왜 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납니까?" "왜 저는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합니까?" 그러나 요셉은 묻지 않았습니다. 그는 조용히 하느님의 뜻을 따랐고, 그 순종을 통해 구원의 역사가 이루어졌습니다.
구약의 요셉이 "꿈을 해석하는 자"였다면, 신약의 요셉은 "꿈을 실천하는 자"입니다. 신약의 요셉은 행동하는 신앙과 침묵 속의 순종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실천적 지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신약의 요셉을 통해 "가장 큰 사랑은 말보다 행동에서 나온다"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두 요셉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째, 둘 다 꿈을 통해 하느님의 뜻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둘째, 둘 다 고난을 겪었지만, 하느님의 섭리를 믿고 따랐다는 것입니다. 셋째, 둘 다 중요한 순간에 용서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차이점도 있습니다.
구약의 요셉은 하느님의 계획을 해석하고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반면 신약의 요셉은 그 계획을 믿고 침묵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두 요셉과 같은 순간이 있습니다. 때로는 구약의 요셉처럼 고난을 겪으며 하느님의 섭리를 깨닫는 시간이 있습니다. 또 때로는 신약의 요셉처럼 조용히 순종하며 하느님의 뜻을 실천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든,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우 리가 이해할 수 없는 순간에도,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선으로 바꾸실 계획을 세우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삶을 하느님께 온전히 맡기고 신뢰하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오늘, 두 요셉의 이야기를 마음에 새기며, 우리도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 의지에 응답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요셉은 파혼하기로 작정하며 고뇌하지만, 천사를 통하여 하느님의 뜻을 깨닫게 되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미주 달라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성당/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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