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지방을 강타한 폭설의 영향으로 정선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
그렇다 하여 마을이 고립될 정도는 아니고 발목을 넘게 쌓였으니
치우기에도 그리 어렵지 않고 설경이야 참으로 볼 만 하다.
게다가 한 동안의 가뭄으로 먼지만 풀풀 일던 땅이 촉촉히 젖어
쌓인 눈 밑으로 봄은 기지개를 켠다.
눈이 내리는 동안 마당의 소나무에는 가지가 휘어지게 눈이 쌓였다가는
그 무게를 이기지 못 한 눈덩이가 폭포처럼 쏟아져내리고,
눈이 그쳐도 마당의 눈은 두어두고 본다 생각하니 치울 일 없다.
해마다 겨울의 눈내리는 날이면 소복소복 쌓이는 그 모습이 좋아
숨죽이며 창 밖을 바라보는 낭만을 즐겼는데,
경로당의 총무를 맡고나서는 더 이상의 낭만을 즐기지 못 하니
한밤중에도 경로당의 눈을 치우라는 노인회장의 엄명 때문이다.
눈이 쏟아지고 있는 와중에도 그 동안에 어느 노인이 나서다 넘어지면 아니 된다는
노인회장의 걱정 때문에 조금만 쌓여도 치우고 또 치워야 한다.
하기사 아이들도 눈에 미끄러져 다칠세라 초등학교 오가는 길도
새벽을 도와 손수 길을 터는 심성고운 분이기에
두 말 없이 동참할 수 밖에...
설이 한참이나 지났어도 멀리서 다녀간 자녀들이 경로당에 이런저런 음식이며
여러 선물들을 두고 가니
세상살이 고단하다 하여도 산골의 경로당은 마음도 함께 풍요를 누린다.
그 동안 날도 춥고 경로당의 광에는 쌀도 넉넉하니
해뜨면 할머님들은 삼삼오오 경로당에 모인다.
맛나거나 별난 반찬이라도 있으면 으례 한 그릇 들고와서는 나누기를 즐기고
맛있다 간이 잘 맞는다 한 마디씩 치사를 한다.
이래저래 따뜻한 경로당에서 이내 일어서지 못 하니 십원짜리 고스톱판이 벌어지고
어쩌다 동참한 판에 할머님들은 그리도 좋아하신다.
대보름날이다.
때마침 동계올림픽 실사단이 숙암 중봉의 활강경기장을 찾기에 이장은 마중가고
경로당에서는 윷놀이 한 마당이 펼쳐진다.
그 많은 어르신들이 두 편으로 나늬어 윷을 던지는 모습들이 진지하고
윷이야! 모야! 아이들처럼 환성들이 터져나온다.
예로부터 정월 대보름은 긴 겨울을 쉬고 보내는 농사의 시작이라
설에 못지 않은 명절로 여겼으니
지금도 산골에서는 그냥 보낼 수 없는 날이다.
정학유의 농가월령가 중 1월령에 보면,
보름날 먹는 약밥
신라 때 내려온 풍습이라
묵은 산나물 삶아내니
고기 맛에 바꿀소냐
귀밝히는 약술이며
부스럼삭히는 생밤이라
먼저 불러 더위팔기
달맞이 횃불켜기
내려오는 풍습이요
아이들 놀이로다
아이들 없는 산골에서야 내려오는 풍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고,
옛사람들은 정월 대보름의 달을 보고는
가뭄과 장마를 안다 했거늘
구름 사이로 희미한 달을 보고 가늠하기는 어렵겠다.
첫댓글 창밖으로 눈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겨울의 낭만을 즐기고 계시는군요..
전 고립되어 꼼짝 못하시는 줄 알았습니다...ㅋㅋㅋㅋ
우와 ~~경로당 총무님으로 완장 차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마음과 함께 산골 경로당의 곳간은 풍요롭기만 하군요...
아직 나이가 되지 않아 경로당 총무는 아니 한다 하여도 막무가내로...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돈 많이 벌게 해달라고 빌었다니 현세에 맞게 제대로 빌었다는...ㅎ
영동지방에 내린 폭설로 인해 삼척시장은 지붕이 내려 앉아 다친사람도 있다지요...
또 고립된 지역의 노인들에게 물자공급이 원할하지 않을까 염려도 되구요...
나그네님 댁에 별 피해가 없으심이 천만다행입니다...
이제 자주 나들이 하시길 기다립니다...
네, 그동안 눈구경하느라 여기 나들이가 뜸했지요. ㅎ
미끄러운 눈길 조심하세여~~!!
보름달 조심하세여~ 구경하다 미끌어지실라!
보름달은 방 안으로 밀려들어오니 눈길에 나서지 않아 좋다는...ㅎ
정선에 보름날 행사에 향수에 젖어 봅니다.
좋은 금요일 되세요.
이제 시골서도 달집태우기 등의 보름놀이는 볼 수 없어 아쉽지요.
정선의 마을어르신들의 행복이 묻어나는 훈훈한 감동이야기
속에 저도어린시절 고향의 향수에 잠시나마 젖어봅니다
여러분들의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 ~
해가 갈수록 어르신들은 쇠잔해지고 젊은이는 오지 않아 걱정인 산골...
모두 오래오래 살기를 기원하지요.
어르신 총무 되셨으면 한턱 내셔야 되는것 아니 것시유
정선이란 이름 만큼이나 아름다운 이야기에
감동먹고 갑니다 달님게 빌었던 소원 꼭 이루시길~~~
님 덕분에 달님께 빌었던 소원 이루어지겠네요. 감사!
눈피해가 없으시다니 참으로 다행스럽네요
어르신들이 아주 좋아하시겠어요
경로당 영계??총무님이라서요 ㅎㅎㅎ
우리 동네에서는 영계가 아니라 애기랍니다.ㅎ
보름날 먹는 약밥이 신라 때 풍습이군요 또 하나 배웠네요 ㅎㅎㅎ
조선조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가 쓴 농가월령가에 나오니 틀림없겠지요.
안그래도 경로당이며 집앞 눈 치우신다고 못 나오실거라 생각했답니다...다행히 그쪽은 폭설이 아니었다니 안심 했었구요...ㅎㅎㅎ총무님 빽으로 그 윷판에 끼고 싶으네요....ㅎㅎㅎ설경속의 보름달도 멋질것 같네요,,,,ㅎㅎㅎ
경로당으로 통하는 길은 모두 치우느라 운동 좀 합니다. ㅎ
말씀대로 눈 위에 내리는 달빛은 아름답다는...
그래도 시골은 보름행사 제대로 하시네요.
도회지에선 그런 행사 다 감춰지고 말았네요.예전에는 풍물패들고 다니더만,,
요즘은 그런 행사도 자취를 감추고,,,,
정선의 여유로움이 참 보기 좋습니다..
아직도 시골은 정월대보름을 큰 명절로 생각합니다.
윷놀이 끝나고 상품으로 양말 한 켤레씩 돌렸지요.
사계절 정선 풍경이 산수화처럼 그려집니다 .
추운곳이라 건강 잘 챙기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눈온 뒤 날씨는 포근하여 내린 눈이 거의 녹았기에 월요일부터는 나무하러 나설까 하는 중...
삭제된 댓글 입니다.
힘으로 하는 일이 아닌 운동이라 생각하며 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