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 KF-21 상상도
지난 4월 9일 한국형 전투기 KF-21 출고식이 성대하게 치러졌습니다. 현재는 KF-21 지상시험이 한창입니다. 내년 중반 초도비행을 시작으로 4년간 비행시험이 예정됐습니다. 그리고 2026년부터 2028년까지 1차 양산분으로 40대를 제작합니다. 2028년부터 2032년까지 80대를 2차로 양산하면 공군은 KF-21 120대를 보유하게 됩니다.
무난한 청사진 같습니다. 하지만 KF-21과 공대지 미사일을 공유할지도 모를 터키의 TF-X, 중국과 파키스탄이 공동 개발한 4세대 JF-17, 헬기 가격의 러시아 스텔스 경전투기 체크메이트(Checkmate) 등 쟁쟁한 경쟁 기종들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KF-21의 장밋빛 미래를 장담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KF-21의 성공을 위한 첩경 중 하나는 무장 강화입니다. 전투기 기체 자체에 손을 대기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경쟁 기종을 압도하는 강력한 공대지 미사일,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해 KF-21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경쟁국의 저가 공세를 뚫고 생존할 수 있는 방책입니다.
방사청이 어련히 대책을 세웠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최근 방사청에 질의해 KF-21 무장 계획을 받아봤는데, 그 계획이란 것이 참 막막합니다. 방사청 계획을 100% 완수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실현된다 하더라도 경쟁 기종보다 몇 걸음 뒤처지는 초라한 결과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방사청의 KF-21 무장 계획
방사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에 따르면 KF-21의 무장은 영국 MBDA의 미티어와 독일 딜 디펜스(Diehl Defence)의 IRIS-T 등 공대공, 그리고 미국 보잉과 레이시온의 GBU 시리즈와 한화의 MK-82, LIG넥스원의 KGGB, 탐색개발 중인 장거리 미사일 등 공대지입니다.
공대공 중 IRIS-T는 사거리가 25km이어서 적 전투기와 겨뤄 제공권을 장악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믿을맨'은 사거리 200km의 미티어입니다. 한번 걸리면 적 전투기가 회피할 수 없는 강력한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입니다.
미티어는 KF-21과 체계통합은 했는데 본 계약은 언제 될지 미지수입니다. 방사청은 기자 질의에 "2026년부터 시작되는 1차 양산 간 장착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차 양산 1호기부터가 아니라, 1차 양산 중간 어느 시점부터 미티어를 달겠다는 것입니다.
KAI가 정부와 기체 양산계약을 2024년 맺는다고 알려졌으니 미티어 계약은 그 이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5년이나 돼야 미티어 계약을 한다는 것인데, 생산 계획 짜고 미사일 만들다 보면 KF-21 1차 양산분 중 몇 대에나 미티어를 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공대공 전망도 우울하지만 제대로 심각한 것은 공대지입니다. 현재 확정된 KF-21의 공대지 무장은 지대지 폭탄류 일색입니다. 적 방공망이 와해된 뒤 KF-21이 적 영공에 진입해서 지상으로 떨어뜨리는 무장입니다. KF-21의 생존성을 보장하며 적 핵심시설을 타격하려면, 또 외국 경쟁 기종을 앞서려면 빼어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이 필수인데 현재 상황은 '국내 탐색개발 중'입니다.
방사청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계획에 대해 "내년 하반기 계약해서 2023년부터 2028년까지 6년간 개발한 뒤 2028년 2차 양산 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차 양산 1호기도 아니고, 2차 양산 중 분명치 않은 어느 시점부터입니다. 게다가 국방과학선진국들도 10년 이상 공들여 개발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6년 만에 뚝딱 해치우겠다는 구상입니다.
전문가들도 그 무모함에 혀를 차고 있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책임분석관은 "미사일 개발도 어렵고 전투기와 통합도 쉽지 않은 과정인데 개발 경험 전무한 우리가 6년 만에 완료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에 KF-21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사정은 이렇습니다. 자칫하다 KF-21은 오래도록 장거리 공대공,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이 없는 '깡통 전투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장거리공대공미사일 개발 주자들
KF-21용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은 LIG넥스원과 국방과학연구소 ADD가 탐색개발 중에 있습니다. 탐색개발은 본격적인 체계개발에 앞서 기술 확보 가능성 타진, 개념 연구 등을 하는 초기 단계의 개발입니다. 업계에서는 탐색개발에 실패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LIG넥스원과 ADD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개발의 기초적 노하우를 쌓았을 테지만 방사청 계획대로 6년 만에 원샷원킬(one-shot one-kill)로 체계개발 성공을 해낼지 누구도 자신할 수 없습니다.
방사청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개발을 업체 주관, 즉 ADD는 빼고 업체가 도맡아 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렇게 되면 LIG넥스원이 당연히 업체 주관 개발을 담당할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 방산업계의 황태자로 떠오른 한화가 강력한 사업자로 꼽히고 있습니다.
한화는 업체 주관 개발을 기다렸다는 듯 터키의 로켓산(ROKETSAN)과 협력해 쏨(SOM)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거리가 200km대로 짧습니다. 터키도 자체 전투기 TF-X를 개발한다는데 TF-X에 쏨을 장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짧은 사거리에 TF-X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미사일은 KF-21에 불리한 경쟁 요인이 됩니다.
KF-21이 선택할 수 있는 제3의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은 타우러스350K-2입니다. 우리 공군 주력 F-15K의 공대지 미사일인 타우러스의 진화형입니다. 타우러스는 사거리가 500km 이상이고 3~4중 항법장치로 적의 재밍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정확도가 높은 데다 수 미터의 강화콘트리트를 뚫고 폭발하는 파괴력으로 유명합니다.
바로 이 타우러스의 크기는 줄이고 사거리는 650km로 늘린 타우러스350K-2를 한·독 공동개발하자고 독일 타우러스사가 공식 제안한 것입니다. 350K-2는 KF-21뿐 아니라 F-15K, FA-50 무장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드레브스타드 타우러스 코리아 대표는 "한국군이 소요만 결정하면 개발에서 생산까지 2~3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두르면 KF-21 양산 1호기부터 타우러스350K-2를 장착할 수 있는데 방사청의 계획에는 없습니다.
객관적 우열 가려 최선의 미사일 선정해야
합참과 공군, 방사청의 최고위직들 대부분은 KF-21 양산 1호기가 나오는 2026년 이전에 현재의 자리를 떠납니다. KF-21의 기존 무장 계획을 고수하다가 임기 다해 직을 떠나면 그만입니다. 그 이후 KF-21의 미래에는 책임이 없습니다.
소극적으로 기존 계획에 매몰됐다가 KF-21도 시장에서 매몰될까 걱정입니다. KF-21은 우리 공군이 120대 쓰자고 천문학적 액수 들여 개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외에 팔지 못하면 KF-21 사업은 실패로 전락합니다.
방사청 무장 계획의 재검토가 시급합니다. 계획을 적극적으로 다시 한 번 점검해서 1차 양산 1호기부터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과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일제히 장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백번이라도 그 길로 가야 합니다. 지금 책임자들은 책임질 필요도 없는 계획에 목매지 말고, 후배들이 신명나게 전투기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취재파일] KF-21의 최종 관문 '미사일 계획', 이대로 괜찮나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