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거랑 이거랑 색깔이 틀려요."
민기가 노란 자동차와 빨간 자동차를 놓고, 자꾸 색깔이 틀리단다.
"그렇네, 노란 자동차랑 빨간 자동차랑 색깔이 다르네."
몇 번을 '다르다'라는 말로 고쳐서 말해 줘도,
돌아 서면 틀리다고 표현하는 민기.
범인은 당연히 아빠다.
민기와 자동차를 갖고 놀면서, "이거랑 이거랑 틀린 거야."라며 아예 세뇌를 시켜 놓은 거다.
지금은 "이거랑 이거랑 다르네."라며 정확히 표현하곤 하지만,
꼭 이 말을 할 땐 한번 더 생각하는 듯 하다.
틀리다고 하려다가 다르다고 바꿔 말하는 듯...
말이란 처음에 올바르게 가르쳐야 하는데,
이렇게 잘못된 언어를 사용하도록 습관적을 들여 놓으면
고치는 게 더 힘들어 진다.
내가 요즘 말하기 과정을 가르치고 있어서 그런지
유독 이런 말들이 귀에 잘 들어오고 거슬리곤 한다.
그런데, 이 '다르다'를 '틀리다'로 잘못 사용하는 경우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접하곤 하니,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내 남편 뿐만 아니라
주위 아는 엄마들을 만나도 어떤 걸 비교를 하면서 계속 '틀리다'고 표현하는 게 아닌가!
TV 속 인터뷰에서도 '틀리다'로 말을 하고 있고, '다르다'로 고쳐서 자막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
틀리다와 다르다.
어긋나거나 맞지 않다로 표현할 때는 '틀리다'를 사용하고,
같지 않다는 의미로 사용할 때는 '다르다'가 올바른 표현이다.
분명 전혀 어려운 말이 아니다.
이론적으로는 잘 알고 있는데도, 평소 잘못된 언어 사용 습관 때문에 잘못 사용하는 예가 아닐까?
말도 그렇지만,
인터넷 상에서의 맞춤법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
아래는 내가 베베하우스 매거진 리포터일 때
'아이의 언어 습관, 엄마가 좌우한다.'를 연재하면서 정리했던 내용 중 일부다.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는 데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엄마도 잘 틀리는 우리말
모 TV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돼"와 "되"를 구분하기 위해 "해"와 "하"를 넣으면 된다는 방송을 했다. 돼/되 중 어느 것이 들어가야 할지 모를 때, 이 자리에 해/하를 넣어보고 문맥에 "해"가 어울리면 "돼"가 맞는 것이고, "하"가 어울리면 "되"가 맞는다는 것.
예를 들어, ‘안 되나요?’는 [안 해나요(X) 안 하나요(O)]이므로 ‘되’가 맞고,‘안 돼요’는 [안 해요(O) 안 하요(X)]이므로 ‘돼’가 맞다.
많은 이들이 이 방송을 보고, 기막힌 생각이라며 무릎을 쳤을 지 모르지만, 이런 방송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기가 막힌다.
돼는 ‘되어’의 준말이라는 것만 알면 하/해를 넣어 보지 않아도 헷갈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되나요’의 경우 ‘안 되어나요’가 아니니까 ‘안 되나요’로 표기하는 것이 맞고,‘안 돼요’의 경우 ‘안 되어요’의 준말이니까 ‘안 돼요’로 표기하는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엄마들이 자주 사용하면서도 잘 틀리는 우리말을 알아 보자.
+ 단어를 혼동하여 쓰는 사례 +
낳다/낫다
잘못된 사례: * 우리 아이.. 병이 빨리 낳으면 좋겠어요.
* 분유보다는 모유를 계속 먹이는 게 낳겠죠?
* 제가 아이를 나았어요.
아이는 낳아야 하고, 병은 나아야 하며, 헌 것보다는 새 것이 더 낫다.
그런데 간혹 위 문장에서와 같이 낳다와 낫다를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이나 동물이 아이 또는 새끼나 알을 몸 밖으로 내 놓는다는 의미로는 ‘낳다’를 쓰며, [낳으니, 낳고] 등으로 변형된다.
또 [나으니, 나아] 등으로 변형되는 ‘낫다’는 병이나 상처 등 몸의 이상이 없어지다 혹은 서로 견주어 좋은 점이 더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따라서 위 문장을 바르게 고치면 다음과 같이 된다.
* 우리 아이.. 병이 빨리 나으면 좋겠어요.
* 분유보다 모유를 계속 먹이는 게(것이) 낫겠죠?
* 제가 아이를 낳았어요.
맞히다/맞추다/마추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힐 일이 많다. 그런데, 주사를 맞추러 가거나 마추러 간다는 엄마들도 있다. 주사는 맞거나 맞히는 것이지 옷을 맞추거나 크기를 맞추는 것이 아니므로, 주사를 맞히러 갑니다, 주사를 맞혀야 합니다와 같이 표기해야 옳다.
담다/담그다
‘담다’는 어떤 물건을 그릇이나 부대같은 데 넣는다는 뜻이고, ‘담그다’는 액체 속에 집어 넣거나 술, 간장, 김치 등을 익거나 삭게 하려고 재료를 버무려 그릇에 넣는다는 의미다.
그런데 김치를 직접 담궈 먹거나 담아 먹는다고 잘못 쓰기도 한다.
‘김치를 담그다’가 맞는 표현이기 때문에 김치는 직접 담가 먹어야 맛있고, 배추김치가 맛있게 잘 담기면 다른 반찬이 필요없다.
~든(지)/~던지
하든지 말든지, 어찌나 춥던지와 같이 ~든지와 ~던지는 다르게 사용된다.
무엇이나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할 때는 ‘~든지’를 쓰며 ‘먹든지 말든지 혹은 먹든 말든’과 같이, ‘~든(지) ~든(지)’의 꼴로 쓰인다.
지난 일을 회상하여 막연한 의심, 추측, 가정의 뜻을 나타내거나 ‘어찌나 ~던지’의 꼴로 쓰여 지난 일이 다른 일을 일으키는 근거나 원인이 됨을 나타내는 것은 ‘~던지’다. ‘뭘 샀던지 생각이 안 난다. 어찌나 냄새가 지독하던지’와 같이 쓸 수 있다.
~(으)로서, ~(으)로써
‘~(으)로서’는 지위나 신분 또는 자격을 가지고의 뜻을 나타낸다.
엄마로서, 아빠로서, 학생으로서
‘~(으)로써’는 ‘~을 가지고’의 뜻을 나타낸다. ‘~로’와 같으나 이유, 수단, 조건이 더 확실함을 뜻한다.
신념과 용기로써 시련을 이겨 내자 (*참고 - 신념과 용기로 시련을 이겨 내자)
+ 잘못된 말을 만들어 쓰는 사례 +
치르다/치루다
‘돌잔치를 치루었어요 혹은 치뤘어요’와 같이 표기한 글을 종종 발견한다.
언뜻 보면 제대로 쓴 것 같지만, 잘못 표기한 예에 해당된다.
돌잔치나 백일잔치를 치를 때는 ‘큰 일이나 중요한 일을 겪어 내거나 끝내다’는 의미의 치르다(치르니, 치러)를 사용함으로 ‘돌잔치를 치렀어요.’라고 써야 한다.
괜찮다/괘(괴)않다
얼마 전부터 감기에 걸려 고생하던 아이가 괘(괴)안아졌다고 말하고 쓰는 엄마들이 있다. 아마도 괜찮다라는 말을 괘(괴)않다로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올바르게 고치면 ‘아이의 상태가 괜찮아졌어요’고, 이보다 좋은 표현은 아이의 상태가 좋아졌어요,(다 나았어요, 건강해 졌어요.)가 된다
맡기다/맞기다
아이를 놀이방에 잘 맡겨야 하는데, 잘못 맞기면(?) 안 된다.
종종 ‘맞기다’로 잘못 쓰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를 놀이방에 맡길 때는 ‘맡기다’를 사용해야 한다. ‘아이를 놀이방에 맡겨야 하는데요.어디가 좋을까요?’ 라고 써야 한다.
안쓰럽다/안스럽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는 아이가 무척 안쓰럽다. 이 때 사용하는 안쓰럽다가 안스럽다로 잘못 표기되는 경우가 있는데, 발음 역시 ‘ㅅ’이 아닌 ‘ㅆ’으로 발음해야 한다.
바람/바램
소망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바램은 잘못된 말이다. ‘바라다’에서 나온 명사형은 ‘바람’이 올바른 사용법. 따라서 ‘엄마의 바람은 민기가 건강하게 자라는 거란다’라고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