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제목과 달리 이 영화는 "바람"이나 "가족"의 얘기를 하고자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가족의 해체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그 속에서 "쿨하게" 살아가려는 이들(개개인)의 이야기를 하려는 듯하다.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변호사의 애인도, 심지어 죽음을 눈앞에 둔 아버지마저 그러하다. 그런데 아들이자 남편인 변호사만이 쿨하지 못했기에 폭력남편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져버리고, 모든 관계로부터는 내침을 당한다, 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 못했던 이유는 이기심이 아니었을까. 그 이기심의 원인을 캐면 아마 머리속 어딘가에 남아있는 남성우월주의 내지는 가부장적 의식에 가닿을 것 같다.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인간다운 관계는 모두 여주인공을 중심에 두고 이루어져 있다는 것도 특징적이다. 또한 그 상대방들(아들과 옆집 학생)이 아직은 사회(남녀차별사회?)에 본격적으로 편입되지 않은 존재들이라는 것 역시.
그리고 결말이 판타지라는 건, 여주인공의 홀로서기가 판타지라는 것이 아니라 남편의 깔끔한 퇴장이 그렇단 얘기다. 쿨한 척 웃음을 날리며 사라지는 뒷모습.
어쨌든 [싱글즈]와 더불어 "쿨하게" 살아가기 위해선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하게 역설하는 영화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건 당연한 소리이지만.
하나 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엄정화가 "돈"과 "사랑"을 모두 잡으려하고, [앞집 여자]의 변정수가 "가정"과 "불륜"을 동시에 추구하는데 비해, [바람난 가족]의 문소리는 "시아버지-친구", "시어머니-친구", "아들-친구", "옆집 학생-친구"라는 형태로 오로지 쿨한 개인적 관계만 유지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지껏 볼 수 없었던 캐릭터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싱글즈]의 엄정화에서 좀더 나아간 모습이랄까?
아! 그리고 문소리가 폭행당하는 장면은 제게 이렇게 느껴졌답니다. 손가락이 부러지잖아요. 그건 남성성이 부여된 여성...흔히들 아줌마라고 부르는 중성의 뉘앙스가 풍기는 여성의 남근을 제거해주는 장면...그걸 아이러니하게 남성이 제거해주죠. 결국 그녀는 중성에서 여성으로 변하는 거죠. 그리고 그걸 계기로...
첫댓글 남편이 발바닥 부딪히고 껄껄껄 웃으며 사라졌다고 해도, 아내가 넌 아웃이야 하고 쿨하게 남편을 걷어차버렸다 해도, 그 가족, 걱정스럽다. 싱글즈의 동미와 나난이 두려움없이 서른을 기다리는 모습이 불안했던것 처럼...어차피 쿨한'척' 하며 사는거 아닌가?
친구와 영화를 보고 난 뒤 나무아래서 담배를 피우며, 저 가족이 경제적으로 매우 궁핍한 가족이었다면 이 영화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까 생각해봤어요.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바람난 온 가족...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기 위해선 쿨한 척.이라도 해야한다.
영화의 주제와는 별도로, 임상수 감독의 스타일은 별로 맘에 들지 않았어요. 문제 의식이 중요하다고 해서 그 영화가 꼭 좋은 영화라는 법은 없는 것. 황석영 소설이나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도]에 대한 언급도 뜬금없었고.
아! 그리고 문소리가 폭행당하는 장면은 제게 이렇게 느껴졌답니다. 손가락이 부러지잖아요. 그건 남성성이 부여된 여성...흔히들 아줌마라고 부르는 중성의 뉘앙스가 풍기는 여성의 남근을 제거해주는 장면...그걸 아이러니하게 남성이 제거해주죠. 결국 그녀는 중성에서 여성으로 변하는 거죠. 그리고 그걸 계기로...
봉태규와의 섹스신이 처음으로 나오고...하나의 통과의례정도로 생각됬는데요...독립된 한 여성이라는 개체로 다시 태어나는...그리고 누구의 아이인지 불분명한 임신도 하잖아요. 그건 성모 마리아를 생각한...신성한 임신으로 해석했음....제가 좀 오버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