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이 있다.
“교토에는, 입장료 받는 절(寺刹)만 해도 8백 개가 넘는다”
이 한 마디로, 교토 시내에 얼마나 수많은 절이 있는지 알 수 있다.
교토 홍보나 교토 관광 관련 사이트 배경에 어김없이 5층탑(의 윗부분 3층만 드러나지만)으로 등장하는 진언종 총본산 동사(東寺 Tōji)를 비롯해서, “진짜 金으로 지은 것 맞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금각사(金閣寺 Kinkakuji), “은으로 만든 銀閣인 줄 알았는데, 가보니 흑각(黑閣)이더라”라는 배신감을 토로케 하는 은각사(銀閣寺 Ginkakuji), 웅장한 산문이 무로마치 시대 5산(五山) 위의 별격으로 특별대우 받았던 지난날의 위세를 뽐내듯 우뚝 서 있는, 단풍이 아름다운 난젠지(南禪寺 Nanzennji), 탁 트인 전경을 볼 수 있는 난간(舞臺)이 유명한 “꼭 가봐야 할 명소”로 꼽히는 청수사(淸水寺 Giyomizudera)는 이 계절이면 각국의 관광객들과 단체로 몰려다니는 일본 중고등학교 수학여행객으로 붐빌 것이다.
카레산스이(枯山水) 석정(石庭)으로 유명한 료안지(竜安寺 Ryōanji)와 텐류지(天龍寺 Tenrūji)도 인산인해를 이루는 유명 사찰이다.
시내에서 좀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엔랴쿠지(延曆寺 Eenryakuji)가 있는 히에이잔(比叡山 Hieizan)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히에이잔은 여러 “가마쿠라 신불교의 기수들”이 수학했던 곳이다. 정토종의 개조인 호넨(法然), 정토진종의 개조인 신란(親鸞), 일본에 임제종을 펼친 에이사이(榮西) 등이 수행한 뒤에 나중에 하산하여 각 종파의 개조가 되었다. 즉 가마쿠라 신불교의 산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유명 사원 외에 골목마다 동네마다 입장료 없이 들락날락할 수 있는 무수한 절이 있다.
누가 내게 교토에서 가장 좋아하는 절이 어디냐고 물어온다면
망설이지 않고 대덕사(大德寺 Daitokuji)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을 묻는다면 켄닌지(建仁寺 Kenninji)일 것이다(아쉽게도 요즘 켄니지는 붐비는 관광객들로 인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버렸지만...).
그러면 십중팔구는 되물을 것이다.
멋지고 풍광 좋고 분위기 있는 절을 다 두고 왜 하필 멋대가리없는 대덕사냐고...
대덕사, 일단 관광객들로 붐비지 않는다. 경내는 각집 살림하는 수많은 원(院)들, 즉탑두(塔頭, 우리나라의 암자 같은 개념이랄까?)가 있다. (각각의 --원에 입장료 내고 들어가면 멋진 정원도 있고 말차를 마실 수도 있지만)
그냥 입장료 상관없이 경내를 거닐거나 지나다닐 수 있다. 경내를 한가로이 거닐다 보면 보청(普請, 일본에서는 作務)하시는 스님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머리에 흰 수건을 질끈 동여매고 작업복(사무에/作務衣)차림으로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도량을 쓸고, 하수구에 들어가 앉아 잡풀을 뽑고, 정원수 기지치기를 한다든가...땀흘리는 스님들의 풍경을 보고, 처음에는 날잡아서 어쩌다 한 번 하는 대청소날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튿날도 그 다음날도...
그 시간대에 갔더니 여전히 그렇게 작업하고 있던 그 인상적인 장면 때문이다. 켄닌지의 한낮 풍경도 마찬가지였다.(그즈음 우리나라 불교계 신문들의 스님모집광고에 "도량청소를 하지 않아도 된다." "원하면 대학도 갈 수 있고 유학도 보내줄 수 있다."등등 특전이 실리고 있었다.)
새벽 4시 기상하여 밤 10시30분 취침까지
청소시간이 좌선시간보다 더 많이 할애된다고 할 정도로 선종도량에서는 청소와 작업(作務)을 중시하고 있다.
대덕사와 켄닌지는 임제종 사원이지만
일과표를 구할 수가 없어 조동종이지만
영평사 템플스테이 경험자(?)가 일과를 올려둔 데가 있어 소개한다.
4:00 기상
4:15~5:00 좌선
5:00~630 법회
7:00~8:00 아침(小食/현미죽에 매실장아찌)
8:00~8:40 회랑청소
9:30~10:30 청소(作務)
11:00~11:30 근행(お勤め)
12:00~12:40 점심(昼のご飯)
13:50~15:00 청소(作務)
16:30~17:00 근행(お勤め)
17:00~17:40 저녁(藥石)
19:00~21:00 좌선 법강(夜坐or內講)
21:00~22:30 취침(開枕)
출처
https://zenkatsu.site/archives/7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