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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매] 18
#1. 변식 비밀창고 앞 / 밤
등 뒤에 서 있는 은채의 독기어린 눈빛과 시선 마주치는 일지매.
은채 손에 들려있는 변식의 검 날 끝, 일지매 등에 닿아있다.
은채 : (독기 어린 목소리 부들부들 떨며) ..용서하지 않아. 죽일거야...
변식 : (덜덜 떨며) 으, 은채야.. 애비 검 이리 내... 이리...
은채, 변식의 말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 일지매 찌르려는 순간!
은채가 쥔 검 가볍게 낚아채며 동시에 검 문양 확인하는 일지매. 변식 검에 문양 없다.
흠칫 놀라는 일지매.. 이내 은채 목에 변식의 검 겨누는.
변식 : (싹싹 비는) 사, 살려주게.. 제발.. 내 딸 좀... 제발...
일지매 : (은채 목에 칼 바짝 겨누며) 니 딸 목에 칼 구멍 나는 꼴 보기 싫거든 말해. 누가 시켰어!
변식 : 그, 그게...
일지매, 은채 목에 검 더 바짝 대는데 순간 움찔하며 목을 움직이는 은채. 검 끝에 긁히면서 피 한 방울 뚝.
일지매 흠칫 놀라고, 변식 으아아아~ 소리 지르는.
변식 : 이... 이경섭! 그, 그래, 이경섭 그 놈이 시켰어..
일지매 : 이경섭? 죽은?
변식 : 그, 그래. 이원호는 천우회 회원 중 핵심인물이었네.
이원호, 심기원, 권두형, 김익희, 서영수, 이경섭이 다 핵심인물들이었어...
일지매 : 헌데 왜 이경섭이 이원호를 역모로 몰아?
변식 : 그들은 반정일등공신들이었네. 헌데 유독 이원호가 전하의 총애를 받으니, 이경섭이 질투심에 역모죄인으로 몰아 죽였고...
다른 대감들에게 그 사실을 들켜서...
일지매 : 허면 다른 대감들도 다 이경섭이?
변식 : (끄덕끄덕) 뿐인 줄 아나... 이경섭 그 놈, 서영수 집에 든 도적놈이 모든 사실을 들었다고 의금부까지 쫓아와 죽인
무서운 자일세...
일지매 : (허...기막힌 듯, 부들부들..) 헌데 당신이 왜 이경섭을 죽여?
변식 : 글쎄 난 아니라니까. 내가 왜 그자를 죽이겠나? 믿어주게.. 진심이네. 제, 제발 나만 죽이고 내 딸은 살려주게.
일지매, 은채 목에 겨눈 검 들어, 확 변식의 가슴 가르는.
순간, 비명 지르는 은채.
드러난 변식 가슴. 가슴에 문양 없다. 아, 역시 범인이 아니구나 생각하는.. 일지매.
은채 : (다리에 힘 풀린 듯 주저앉고 마는)
일지매 : 또 누구야? 반정핵심인물 또 누가 있냐고?
변식 : 그 여섯 명.. 더는 모르네.. 정말 더는 몰라... (후 놀란 가슴 진정시키다가 문득 생각난 듯)
호, 혹시 그럼... 자네가.. 이원호의 아들... 이 겸..?
주저 앉아있는 은채, 이원호의 아들... 겸이라는 말에 놀라 일지매 보는..
일지매, 잠시 멈칫.. 하더니 이내 변식의 목에 검 들이대는...
일지매 : (독한 목소리로) 가짜 혈판장을 묻어? 역모로 몰아?
변식 : 지, 진정하게.. 나, 나도 어쩔 수 없었네... 안 묻으면 나와 내 가족을 죽인다니.. 낸들 어쩌겠나... 제..제발 살려주게...
(머리 조아리며 우는)
일지매 : (검 잡은 손 부들부들 떠는)
은채 : (달려와 일지매의 다리를 붙잡는.. 애절하게) 살려주십시오 제발.. 제 아비를...
일지매, 은채 힐끗 내려다보다 잠시 꼼짝 않고 서 있다...
갑자기 자신의 다리에 매달려있던 은채 목덜미를 확 잡아채며 그(은채) 목에 변식의 검 다시 들이댄다.
놀라 눈 커지는 은채.
변식 : 아...아이고고고... 아이고오오오....은채..은채...
일지매 : 입 함부로 놀렸다간 당신 딸, 저승에서나 보게 될 거야.
변식 : (헉- 겁먹은) 걱정말게, 걱정말게.. (손사래 치며) 난 아무것도 모르네... (손으로 자기 입 틀어막으며) 흡! 흡! 흡!
일지매, 변식검 땅에 탁 꽂고 휙- 담 넘어 유유히 사라지는.
변식, 은채야 아이고 피피.. 호들갑 떨고 은채.. 눈에서 눈물 흐르는..
#2. 일지매 아지트 / 밤
천우회 명부집이랑 설계도 등.. 불에 태우는.. 용이.
용이 : 아버지 앞에 끌고 와 무릎 꿇리려 했는데.. 그럴 수 없게 됐어요. (눈물) 아버지... 아버지..
도적질에 사용된 도구들(불에 태울 수 없는 것들) 큰 나무 궤짝에 닥치는 대로 집어넣고
벽 앞에 서는 용이, 보면 매화나무 가족그림..
시선 천천히 옆으로 돌리면 쇠돌집 가족그림(싸리 빗자루 들고 쫓는 쇠돌과 밥그릇 들고 도망 다니는 용이, 단이)있다.
그림 속 쇠돌을 조심스레 만져보는 용이, 그리움 가득한 표정..
용이, 이내 그림들 뜯어 궤짝에 넣고 일지매 갑의 궤짝에 툭 던져 넣는.
아지트 안 빙 둘러보고... 착잡한 표정으로 궤짝 들고 나가는.
#3. 아지트 인근 / 밤 (새벽)
꽤 넓고 깊게 파져있는 구덩이. 궤짝 들어 툭 내 던지는 용이.
삽으로 다시 흙 덮는... 용이의 착잡한 표정.
#4. 매화나무 집 / 매화나무 앞 / 밤 (새벽)
슬픈 눈빛으로 매화나무(은채나무)에 물주고 있는 봉순. 쪼그리고 앉아 얼굴 묻은 채 끅끅... 울기 시작한다.
밖에서 들리는 기척에 물독 껴안고 후다닥 나무 뒤로 숨는...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오는 용이, 문양 새겨진 매화나무 앞에 무릎 꿇는.
용이 : 아버지... 아버지...
봉순, (은채)매화나무 뒤에 숨어 가슴 아프게 용이 보는...
고개 숙인 채 눈물 흘리던 용이 일어나 가려다 은채매화나무 앞에 걸어와 서는. 아련한 눈빛...
문득 나무 앞에 꽂혀있는 팻말 본다. 놀라는 용이. <이 매화나무는 용이거. 접근금지>
순간 두리번거리는데... 나무 뒤에 꼭 웅크린 채 숨어있는 봉순 신발 보이는.
<점핑>
정적 흐르고.. 봉순 이젠 갔겠지? 하고 살짝 고개 내미는데. 동시에 빼꼼 고개 내미는 용이.
으악~ 화들짝 놀라 뒤로 발라당 넘어지는 봉순.
용이 : (뭔가 이상한 듯) 너 여긴 어떻게 알았어?
봉순 : 그, 그냥... 지나가다 우연히... 그래 우연히 들어와 봤어.
용이 : 우연히? 참내.. 이건 뭔데? (팻말 내미는)
봉순 : (아차 싶은)
<점핑>
(은채)매화나무 아래 기대고 어색하게 앉아있는 두 사람.
봉순 : (나무 올려다보며) 이 나무.. 너 주려고 샀다.
용이 : (봉순 보면)
봉순 : 실은.. 이 집을 사줄려고 했는데.. 내 돈으로 택도 없더라고. 에이씨 뭔 놈의 집값들이 그리 비싸?
집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사주께.
용이 : (뭔가 이상한 듯) 너 정말 이 집 어떻게 알았어?
봉순 : 예전에 몰래 따라왔지. 너 울아부지랑 무릉도원 가던 날.
용이 : (아직도 의심 풀리지 않은 듯) 근데.. 니가 왜 이 나무를 사?
봉순 : 너한테 특별한 나무잖아. 그 날 다 봤어. 여기 서서 이 나무 빡빡 문대는 거.
용이 : 뭐? 내가 언제..?
봉순 : (자신감 잃은) ..아니야? .. 다시 팔까?
용이 : (픽- 웃는) 너, 나한테 왜 그래? 왜 이리 잘하는 건데..?
봉순 : (가만 앉아 있다가 용이 손 꼭 잡으며) 절대 이 손 놓지 않을 거야. 내가 지켜줄게.
용이 : (뭐지? 하는 표정으로 봉순 바라보면)
봉순 : (씩 웃으며) 기억 안나? 난 그 노리개보고 단박에 알아봤는데..
용이 : (헉 놀라는) 너...!
멍 하니 봉순 보는 용이... 용이 손 꽉 쥐고 있는 봉순의 손.
이내 슬픈 눈빛으로 그 손 바라보는 용이, 천천히 고개 들어 봉순 보는..
용이를 바라보는 봉순의 따뜻한 미소.
매화나무 아래,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
#5. 당산나무 앞 / 아침
심난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용이. 문득 기척 느끼고 휙 돌아보면.
봉순, 그 뒤에 조금 떨어져서 쭈뼛거리며 따라오고 있다가.. 흡- 따라서 멈춰서는... (마치 공갈을 따라가던 어린 봉순처럼)
용이, 짠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그런 봉순 보다 표정 바꾸며 걸어가는.
용이 : (퍼뜩 생각난 듯 확 돌아보며) 가만.. 그럼 또 니가 가져 간 거야? 어쩐지.. 내가 얼마나 찾았는 줄 알어?
봉순 : 뭐? 노리개? (억울한) 나 아니야.. 잃어버렸어?
용이 : (아닌가.. 하며 실망한 듯 돌아서 가다, 다시 휙 돌아보며) 아 왜 자꾸 따라 와? 니네 집에 가!
봉순 : (울먹) 나.. 갈 데 없단 말야..
용이 : 뭐? 왜..?
봉순 : 집 나왔어.
용이 : 집 나와? 너 아제랑.. 싸웠어? 얼렁 가 잘못했다고 빌어. (하고 뒤돌아가 버리는)
봉순 : (용이 뒤통수에 대고 버럭) 내 손 안 놓는다며? 지켜준다며?
용이 : (돌아보며) 너 울 엄니 얼마나 싸나운 지 알지? 내가 너 지켜주곤 싶은데 울 엄니한테는 너 못 지켜준다.
용이, 빠른 걸음으로 가버리는.
혼자 남겨진 봉순, 심난한 듯 당산나무 앞에 쭈그리고 앉는다. 우울하게 앉아있는 봉순.
봉순 : (중얼거리듯) 나쁜 놈. 지켜준다면서? (하는데 앞에 서는 발. 올려다보면 용이다. 좋아라) 용-
용이 : 따라 와. (집 반대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봉순 : (일단 따라나서며) 집에 안가? 어디 가?
용이 : 오기 싫음 말든가..
용이, 앞장 서 가면... 봉순 좋아라...
용이 옆으로 가 바짝 붙어 손잡으면, 아 놔~ 하며 뿌리치는 용이.
다시 붙잡으며 가는 봉순. 티격태격 두 사람.
#6. 일지매 아지트 / 아침
둘레둘레 보는 봉순. 이미 텅 비어 있는 휑한 아지트.
봉순 : 여기가 어디야?
용이 : (짚풀 한아름 안고 내려오며) 엉. 예전에 울 아부지 쇳대 기술 배우던 데래.. 아부지 따라 몇 번 왔었어..
봉순 : 그래? 근데 나 여기서 자라고?
용이 : (짚풀 깔아주며) 너 강하게 자랐다메.. 니가 고생을 좀 해봐야 철 들어서 아부지랑 빨리 화해하지.
봉순 : (시무룩하게 짚풀 내려다보는)
용이 : 오늘만 참어. 내가 엄니 몰래 이불이랑 밥 좀 싸오께.
봉순 : (그 말에 기분 풀린. 벌러덩 누우며) 아 좋다. 용이의 체취~
용이 : (그 옆에 앉으며 슬쩍) 참.. 넌 어찌 됐냐?
봉순 : 뭐?
용이 : 복수할 사람 있다며? 복수... 했어?
봉순 : (고개 돌린 채) 아직.. (야무지게) 이제 할 거야.
용이 : (걱정스러운 듯 봉순 보는)
봉순 : (독기서린 눈빛)
#7. 폐허가 된 촌락 (어린 시절 봉순이 살던 촌락) / 아침
걸어오는 공갈, 멈춰 서서 주변 돌아보며... 봉순아- 봉순아- 부르는...
당산나무 앞에 서는 공갈. 흙더미에 꽂혀 있는 나무패들 앞에 들꽃뭉치와 단검 꽂혀 있다.
단검 보는. 후- 착잡한 표정의 공갈.
#8. 의금부 판의금부사실 / 아침
안절부절 못하며 서성이고 있는 변식. 중얼중얼 혼잣말.
변식 : 그 박쥐쉐이가 이겸이라니.. 그 놈이 살아있다니.. 그래 그래...당장 전하께..
아냐아냐 그럼 우리 은채.. 그래그래... 그 놈은 이경섭인 줄 알잖아..
송나장e : 판의금부사 나리-
변식 : 누구냣!
송나장e : 사간원에서 오셨습니다.
변식 : 들라해라.
문 열리고, 사간원 사간 들어오는.
송만선 : (인사하고) 사간원 사간 송만선입니다. 교지를 가져왔습니다. (두루마리 내밀면)
변식 : (펼쳐보며 좋아서 입 찢어지는) 이, 이런 성은이.. (소리 지르며) 시완아~~시후야~~ (뛰쳐나가는)
#9. 문정전 앞 / 낮
편전 앞에 서 있는 인조와 그 옆에 사천.
겸사복장 3명 뒤로 겸사복 50명 정렬해 있는. 그 중에 시완과 시후 서 있다.
겸사복장 : 직첩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전하. 신입겸사복 5인 앞으로 나와 전하께 예를 갖추게.
신입겸사복 5명 앞으로 나와 무릎 꿇고 앉는. 그 중에 시완과 시후 있다.
인조, 겸사복장에게 직첩 받아들고, 신입겸사복들에게 건네는.
인조 : (시완에게 직첩 건네며) 자네가 병판의 아들인가?
시완 : (잔뜩 긴장, 자랑스럽게 큰 소리로) 예, 전하. 뼈가 가루가 되도록 전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겸사복장 : (어이없는, 시완 흘겨보며 눈치 주는)
인조 : (허허허-호탕하게 웃으며) 자네가 아비를 아주 많이 닮았구만.
(시후에게 직첩 건네는) 자네가 우리 천이가 추천한 그 자인가?
시후 : (눈 마주치지 못하고 살짝 목례하는)
인조 : (시후 어깨 토닥이며) 내 기대가 크네.
시완 : (분해서 시후 흘겨보는)
인조 : 이제 자네들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과인의 곁을 지키는 겸사복이 되었네. 앞으로 과인을 위해 충심을 다해주게.
신입겸사복들 : (고개 숙이며) ‘예- 전하’
시완 : (눈치 없이 이어 혼자 큰소리로) 충심을 다하겠습니다. 전하.
사천 : (인조에게 다가가) 전하, 방금 도착했다하옵니다.
인조 : (인상 찌푸리며) 그래?
#10. 명정전 앞 / 대전 앞 / 낮
대신들과 함께 대전 앞으로 나오는 인조.
그 뒤를 따르는 겸사복들 중에 시완과 시후 있다. 경호하듯 오버하며 주변 살피는 시완.
대신들 틈에 변식, 그런 시완과 의젓한 시후 보며 뿌듯해하는.
명정문 안으로 들어오는 용골대와 정명수, 이하 수행원들.
인조 : (인자한 미소로) 어서들 오시오.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으셨소.
정명수 :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전하 그간 무고하셨사옵니까?
인조 : (살가운 척 정명수 보고 다시 용골대 보며) 대륙정벌 전쟁 중에 남경(南京)이 이미 평정되었다 들었소이다.
모두가 황제의 큰 복입니다.
용골대 : (보는 혹은 청국어)
정명수 : (거만한) 황제께서 세자의 부음을 들으시곤 놀라고 슬퍼하시어 우리들로 하여금 와서 조위하게 하셨습니다.
또한 이 일로 인하여 전하의 몸이 상할까 염려하고 계십니다.
인조 : (정명수 보며) 황제의 은혜가 망극할 뿐이오.
정명수 : (씨익 웃으며 나지막이) 얼마 전 세자마마의 죽음에 관해 이상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사천 : (그런 정명수 노려보는)
정명수 : 청에서는 그리 건강하던 세자마마께서 조선에 돌아온 지 겨우 두 달 만에 급작스레...
인조 : (인상 찌그러지는...)
#11. 저자 / 낮
걱두와 막쇠, 상인들 모여 앉아 웅성웅성 얘기 중이다.
걱두 : (발가락 만지다 급 흥분) 정명수 그 시끼가? 그 오사랄 잡놈이 왜 또 끼대와.
막쇠 : 그러게. 다신 조선에 발 못 붙이게 한다고 임금이 그랬잖여?
상인1 : 이번엔 용골대 앞세우고 왔디야.
걱두 : 오호라- 그 썩을 잡놈이 용골대 믿고 기 들왔고만~ (발가락에 낀 때 빼며) 이런 발꾸락에 낀 때만치도 못한 놈의 시끼.
에라~ 이거나 쳐 묵어라..
#12. 일지매 아지트 / 낮
이불보따리 등에 메고, 밥보따리 손에 들고 들어오는 용이. 아지트 안 둘러보면
이미 솥단지, 밥그릇, 너덜너덜한 이불, 배게, 철 깡통에 꽂혀진 들꽃.. 심지어 찢어진 죽부인까지 세팅돼 있다.
(웬만한 살림도구 나름 갖춰진)
허- 기막힌 듯 보는 용이.
봉순 : (낡고 서랍 다 빠진 문갑 낑낑대며 들고 오는) 왔어?
용이 : 너 아주 살림을 차렸다.
#13. 환경전 / 편전 / 낮
근심 어린 표정의 인조와 각료 대신들 모여 있다. 인조 옆에 사천 서있다.
인조 : 용골대가 단지 세자의 조제 때문에 왔을까?
김류 : 세자마마에 대한 청황제의 신임이 대단했질 않습니까, 전하!
인조 : (눈치 없는 김류의 대답에 살짝 못 마땅한)
변식 : (눈치 살피며) 정명수 그자에게 필시 다른 꿍꿍이가 있을 듯 싶사옵니다, 전하.
(아하- 생각난 듯) 지금 청은 대륙통일을 목전에 두고 있사온데.. 혹.. 지원 병사를 원하는 것이 아닐까.. 사료되옵니다.
솔선하여 저들에게 병사와 군량미를 보내는 것이 어떠하올른지요. 전하.
김류 : 하오나 전하. 지금 나라에 그럴만한 여력이 없사옵니다.
변식 : (자기 가슴 치는) 답!답!하십니다~
인조 : 내 그대들의 뜻은 잘 알겠네. 지금은 나라에 기근이 가득하고 백성들이 궁핍하여, 과인은 심히 염려가 되네.
허니.. 백성들의 뜻에 따라 행하겠네.
#14. 저자 / 낮
청 지원 병사 모집방 붙이는 관원들.
<대청제국 대륙통일의 영광을 함께 할 지원병 모집. 지원자에게 쌀 열석과 베 열 필을 하사함>
사람들 보며 수군대는. 그 틈에 용이와 대식 걱두, 막쇠 등 서 있다.
용이 분한 듯 보는...
걱두 : 머시여? 놈의 전쟁에 화살받이로 죽는 것이 영광이냐? 지랄발광이다!
오사랄 조정놈들, 지들 새끼부터 그 영광인지 땡감인지 함께 하라 그랴.
상인1 : 칫. 쌀 열석에 베 열 필? 사람 목숨이 고작 쌀 열석이여?
막쇠 : 그래도 지원자 제법 나올 걸? 굶어 디지나 화살 맞고 디지나..
상인1 : 허기사.. 남은 식구라도 살릴라믄 갈 만도 허것구만..
그 옆에서 대식, 쌀 열 석이믄.. 중얼거리며 손가락으로 세는.
용이 : 대식아 가자. (하고 앞장 서 가면)
대식 : (모집 방에서 눈 떼지 못하고 몸만 가는) 응.. 응..
#15. 심덕의 주막 / 낮
터벅터벅 들어오는 용이와 손가락으로 셈하며 따라오는 대식.
용이 들어오다 속상한 듯 술 마시고 앉아있는 공갈 발견하는.
용이 : (놀리듯 장난스레) 보소 보소.. 딸년이랑 싸운 아제 보소.
공갈 : (놀라 용이 보는)
용이 : 대체 왜 싸웠수? 혹시 딸년한테도 사기 쳤수?
공갈 : (다급한) 어딨냐, 어딨냐 우리 봉순이..
용이 : 잘 있소. 밥도 잘 먹고. 너무 먹어 탈이네.. (흘깃 보며 따뜻하게) 어딨는지 갈쳐 드리까? 가서 화해할텨?
공갈 : (시무룩) 아니다. 잘 있는 거 알면 됐다. (일어나 가는)
용이 : 대식아, 대체 둘이 뭔 일.. 어? 이 자식 금세 어디 갔어?
#16. 궁. 홍화문 앞 / 낮
홍화문 옆 담 앞쪽에 길게 줄 서 있는 지원병들, 거렁뱅이들, 남루한 사내들. 양반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청지원병 지원 접수 받고 있는 현장이다)
앞쪽 탁자에 앉은 관원이 이름과 주소 등 인적사항 기록하고 있고.
떡 먹으며 어슬렁거리고 있는 대식. 줄 서 있는 사내들 얘기 중이다.
삼득 : 지가요.. 동상만 열둘이어요. 무뢰배 잡놈질해도 몇 푼 못 벌고..
기냥 이 한 몸 확 화살받이 되서, 엄니랑 동상들 배 따닷히 채워줄라고요. 헌데 성님은 왜 왔수?
강우 : (울컥) 나는 쌀 팔아서 청국에 끌려간 울 큰형님 찾아올라고.
대식, 중얼거리듯 ‘청국에 끌려간?’ 하더니, 결심한 듯 맨 앞줄에 팍- 끼어들어 기록 중인 관군 앞에 서는.
대식 : (결연한 표정) 지원할거요. 남문 심덕 주막에 사는.. (하는데)
삼득모e : (울부짖듯) 야 이놈아, 삼득아~~ 죽을라고 환장했냐~~
대식 돌아보면, 버티는 삼득과 삼득 끌고 나오려는 삼득모.. 실랑이 중이다.
삼득 : 엄니, 암 걱정마요. 내가 다 쓰러뜨리고 썽썽하게 돌아오께.
삼득모 : 너 화살받이 돼서 죽고 싶냐? 못 가. 이놈아! 너 죽고 우리 배 채워 뭐해- 차라리 여기서 에밀 죽이고 가, 이 놈아~
삼득모 끌어내는 병사들.
사람들, 보면서 웅성웅성.. 겁먹은 강우 등 주춤주춤 줄밖으로 나와 버리는.
대식 역시 그 모습에 겁먹은 듯 주춤하는.
관군 : (짜증) 야 이놈아, 지원할거야, 말거야~
대식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예? 예?
#17. 환경전 / 편전 / 낮
사천의 보고를 듣고 있는 인조.
사천 : 지원자 수가 아직 턱 없이 부족하옵니다. 전하. 명분 없는 전쟁의 화살받이는 되고 싶지 않다며..
인조 : 그래?
사천 : 또한 흉년이 계속 되어 군량미 조달도 턱 없이 부족하다 하옵니다.
인조 : (난감한) 허면 어쩌나. 내가 정명수에게 이미 다- 주겠다 약조를 해 버렸는데.. 뭐 하는 수 없지...
사천 : (바로 알아들은 듯 목례하고 나가는)
#18. 사천의 연무장 / 밤
단 위에 올라서있는 사천. 그 양 옆에 횃불 밝혀져 있고. 사천 옆에 서있는 무이.
단 앞쪽으로.. 연무장 백 명이 넘는 사천의 부하들.
사천 : (낮고 건조한) 지금부터 도성 밖으로 간다.
#19. 도성 밖 몽타주 / 밤
- 거지촌. 여기저기 널부러져 자고 있는 거렁뱅이들.
기척 없이 다가가 잠든 사내들의 입 막고 휙- 끌어내는 부하들.. 날렵하고 소리 없이 순식간에.
- 방 문 확- 열면. 잠들어있는 일가족. 잠든 사내 입 틀어막고 소리 없이 순식간에 밖으로 끌어내는데..
옆방 문 끼익- 열리고 내다보는 할아버지 목에 칼 들어오는.
무이 : (할아버지 목에 칼 들이대며) 발설하면..
- 창고에 숨어있는 사내 붙잡아 끌고 나가는 사천의 부하들.
- 사내 입 틀어막고 질질 끌고 가는 부하들. 울며 졸졸 따라 나오는 아이, 엄마 쫓아 나와 아이 끌어안는데.. 목에 칼 들어오는.
사천 : (낮고 차가운) 발설하면.. 이 아일 벨 것이다.
#20. 저자 / 낮
걱두와 막쇠, 상인들 모여 앉아 웅성웅성 얘기 중이다.
막쇠 : 그르케 많이 지원했담서?
상인1 : 훈련도감 앞에 가 봤더니,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더라고.
걱두 : 한양 인근서 몽창 지원했댜. 우리의 예상을 뒤엎고. 이건 반전이여, 반전.
용이 : (걸어오며) 대식이 못 봤어요? 어제부터 계속 안 보이네?
헐레벌떡 뛰어오는 심덕. 아이고 용아.. 용아...
심덕 : (다리에 힘이 풀리는 듯 주저앉으며) 아이고~ 이를 어쩌면 좋으냐.. 대식이 그 놈이.. 지원을 했단다..
용이 : (놀라) 지원이요?
심덕 : (울먹) 쌀 팔아서 청에 끌려간 지 애비 구해온다고..
걱두,막쇠 : 그게 뭔 소리여? 참말이여?
용이 : (다급하게 달려가는)
#21. 훈련도감 안 마당 / 낮
목화신 신고 내려다보고 있는 훈련대장. 만족한 듯.
그 앞에 흥견 서있는.
훈련대장 : 역시 왕실 화혜장이 만든 신이라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흥견 :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대장님.
마당 한 쪽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청 지원병사들. 안쓰럽게 쳐다보며 가는 흥견.
무리 속에 있던 대식, 걸어오는 흥견 발견하고, 후다닥 고개 돌려 몸 웅크리는. (안 들키려는 듯)
흥견, 사람들 틈의 풀어헤쳐진 대식의 머리 발견하고 어? 어? 하며 고개 숙여 유심히 보다가..
흥견 : (놀란 표정) 대식아!
#22. 훈련도감 안. 문 앞 / 낮
대식을 끌고 나가려는 흥견. 버티는 대식.
흥견 : (버럭) 대장님께 얼마나 부탁한 줄 알어? 내 보내주신 대잖아.
대식 : (확- 뿌리치며) 놔! 청국행 배삯이 얼만 줄이나 알어? 나 팔아도 못 사.
공짜로 청에 갈 수 있는 기회잖아. 쌀 열석이면 청국에 끌려 간 울 아부지 데려 올 수 있대.
흥견 : (답답한) 대식아..
대식 : (단호한) 걱정마. 울 아부지 찾기 전엔 나 절대 안 죽어.
흥견 : (난감한 표정으로 보는)
#23. 훈련도감 앞 / 낮
사람들 웅성웅성 모여 있는데..
그 틈에 #19에서 목에 칼 들어왔던 할아버지, 아이 안은 아낙, 두려운 듯 말없이 떨고 있는.
사내 : (할아버지에게) 아드님도 지원했소? 말리지 그러셨소.
덜덜 떨며 아무 말 못하는 할아버지. 아이 안은 아낙, 슬프게 할아버지 쳐다보는.
정신없이 달려오는 용이. 훈련도감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막아서는 병사.
용이 : (애원하듯) 제 벗이 저 안에 있어요~ 잠깐만 보고 올께요. 예?
병사 : (용이 밀쳐내며) 여기가 어디라고, 썩- 물러가!
용이 : 쟤가 저기 있을 애가 아니에요. 가봐야 군량미만 축내지. 청국 가면 사고 칠 놈이라니까요.
아, 저 놈 군량미로 떡 해먹을 놈이라니까~ (하며 떼쓰는데)
흥견e : 용아!
용이 : (훈련도감에서 나오는 흥견 보고) 성! 여기 웬일이야?
흥견 : 대식이 보러왔냐?
용이 : (다급한) 어. 봤어?
흥견 : 그래..
용이 : 좀 데리고 나오지.
흥견 :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 절래절래) 그 자식.. 독 품었더라. 이번 참에 청에 가서 지 아부지 꼭 모셔온다고..
말려도 소용없어. 우리가 알던 대식이가 아니야.
흥견 한숨 내쉬는데 흥견의 팔을 가만히 잡은 손, #19. 할아버지다.
할아버지 : 젊은이.. (애절한 표정) 내 새끼도 한번 보게 해주면 안되나?
#24. 훈련도감 뒤쪽 담장 아래 / 낮
기막히고, 황당한 표정의 용이와 흥견.
할아버지, 쪼그려 앉아.. 아이고 내 새끼. 내 새끼..할아버지 꺽꺽 울고 있고..
흥견 : (벌떡 일어나며) 이런.. 미친..
할아버지 : (흥견에게 매달려) 제발.. 제발.. 그러다 우리 아들 잘못되면..
용이 : (역시 흥견 잡으며) 성, 참아.. (눈빛 매서운)
하는데, 시끄러운 소리 들리고.. 돌아보면,
뒷문으로 들어가는 수레. 곡식 가득 담긴 수레 끌고 가는 병사들 붙잡고 절규하는 농민들.
농민1 : 자식들은 화살받이로 죽고, 우린 여기서 굶어 죽으란 말이오..
농민2 : 이 흉년에 겨우 건진 곡식인데.. 차라리 나를 죽이고 가져가시오.. 나를 죽여..
병사, 뿌리치며 들어가고. 주저앉아 통곡하는 농부들 보고 있는 용이.
용이 : (심각한) 청엔 언제 보낸대?
흥견 : 보름 후에 궁에서 용골대 환송연회가 열리는데, 그거 끝나고 다음날 바로.
용이 : (눈빛 사나워지는)
#25. 일지매 아지트 인근 숲 / 낮
모종 담긴 바구니 들고 걸어오는 봉순.
봉순 : (철푸덕 앉으며) 여기다 상추도 심고 시금치도 심고.. 나중에 용이 상추쌈 해줘야지.
(호미로 땅 파기 시작하는데 잘 안 파지는)
<점핑>
봉순, 서서 이마에 흐르는 땀 닦으며 내려다보면 널찍하게 일궈진 밭.
흐뭇하게 보며 다시 옆쪽 땅에 앉아 호미로 파기 시작하는데.. 호미 푹- 들어가는. 너무 쉽게 파지는 땅.
봉순 : (갸웃하며) 어.. 여기 누가 팠던 자리 아냐?
#26. 숲속 / 낮
용이, 결연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27. 일지매 아지트 인근 숲 / 낮
미친 듯이 손으로 흙 파내는 봉순. 이미 제법 모습 드러낸 구덩이. 쉬지 않고 손으로 긁어내는데.. 서서히 드러나는 궤짝.
봉순, 궤짝 위 흙 손으로 치우고 뚜껑 뜯어내는. 허억- 놀라는 봉순, 궤짝 안 보면 맨 위에 놓인 일지매 갑의..
떨리는 손으로 들어 보다... 순간, 천천히 뒤돌아보는 봉순의 시선 앞에..
용이, 놀라는 표정.. 용이시선 따라 구덩이쪽 보면. 이미 파헤쳐진 구덩이. 궤짝 없다. (봉순이도 없는 거 아시죠?)
#28. 일지매 아지트 / 낮
바닥에 궤짝 놓고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봉순의 멍-하니 생각에 잠긴 얼굴.
궤짝 열린 채 안에 들어 있던 물건들 헤집어져 있다.
용이 : (후다닥 내려오다 당황스런) 보.. 봉순아..
봉순 : (천천히 고개 들어 용이 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서 있는 용이 지나쳐 밖으로 나가려는)
용이 : (순간 봉순의 팔 확 붙잡는)
봉순 : (팔 잡은 용이 손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진지하게) 놔, 이거.
용이 : (애절하게 보는)
봉순 : (진지하고 뻔뻔하게) 궤짝 들고 오다 매화침 떨어뜨렸단 말야. 가 주워와야지.
용이 : (안도의 눈빛) 봉순아..
<점핑>
한쪽 벽에 매화나무집 그림과 그 옆에 쇠돌 가족그림 붙이는 용이.
봉순, 반대편에서 일지매 갑의 옷걸이에 걸고 있는. 검은 옷 가슴부분에 사선으로 꿰맨 흔적 보며..
봉순, 혼잣말.. 뭐야, 빈하게.. 먼지 후- 불고 갑의 가슴보호대 닦는 봉순.
봉순 : 이야, 빤질빤질하네~ (신기한 듯 만지는) 근데 이런 건 어떻게 만들었냐?
용이 : (시선은 쇠돌집 가족그림) 울 아부지 옛날에 대장장이 일도 하셨어. 내 학비 번다고 안 해본 일이 없거든.
그때 가르쳐 주셨어. 울 아부지 말씀이.. 자고로 사내는 기술이 있어야 쓴다고.. (말끝 흐리며 눈물 그렁이는)
봉순 : (가슴 아프게 용이 보는)
용이 : (봉순 보며) 봉순아.. 이제 그만 집에 가라.
봉순 : 왜..? 나 절대 아무한테도 말 안 할 거야.
용이 : .. 니네 아부지 걱정 많이 하셔. 얼른 가.
봉순 : (주저하듯 망설이는)
용이 : 나.. 혼자 있고 싶어.
봉순 : (눈치보다) 알았어.. 갈게. (나가는)
혼자 남은 용이, 벽에 붙은 그림 보며..
용이 : 아버지.. 저.. 할 일 남은 거죠?
이윽고 용이, 붓으로 힘차게 글씨 쓰는. 붓 탁- 놓고, 벽에 종이 척- 붙이면.. 큰 글씨로 <宮> 써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매화침 휙- 던지면..
#29. 홍화문 앞 / 낮
날아와 홍화문 기둥에 탁- 박히는 화살. (매화그림 종이 묶인)
수문병사들 놀라 주위 두리번거리며 살피다 화살 뽑는.
수문병사, 화살에 묶여있는 종이 확- 펼치는 순간!
#30. 문정전 / 편전 / 낮
인조 손에 매화그림 그려져 있는 일지매 경고장 들려 있다.
한자로 적힌 경고장. (내용 : 보름 후, 내가 궁에 간다 -> 十五日 後 我去)
경고장 보는 인조의 얼굴.
김류 : 전하- 그 도적놈이 일부러 연회날을 노린 것 같사옵니다.
이민훈 : 연회를 미루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전하.
인조 : (찡그린, 여유있게) 그깟 도적놈 하나 때문에 연회를 미뤄서야 쓰겠느냐. 예정대로 준비하거라.
(하며 미소 짓는데, 종이 들고 있는 손은 부들부들 떨리는)
사천 : (떨고 있는 인조의 손 보는)
변식 : (눈치 보는)
#31. 궁. 사천의 집무실 / 낮
앉아있는 사천. 수사기록부 종이를 넘겨가며 보고 있는.
강민학 : (앞에 서서 차트 짚어가며 신나서 설명하는. 차트에는 일지매에게 털린 북촌 사대부가 조직도. 속사포처럼)
보시는 바와 같이, 처음엔 심이열, 정명수, 박정, 김련, 이시백대감까지 천우회 회원 집만 털었습니다.
여기서 갑자기 일지매가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이때 한편에선 사망설도 있었습니다만..
청사신관 봉기 때 요란뻑적지근하게 등장해서, 이때부터 민중의 영웅으로 거듭났습니다.
아- 자칫 죽을 뻔 한걸 판의금부사나리 따님이 화살로 구하셨 (순간 흡- 입 가리는..이런 실수닷!)
사천 : (예리한 눈빛으로 보다 모른 척 하면)
강민학 : (눈치보다 다시) 봉기 이후로는 백성들의 공공의 적! 일명 탐관오리 3인방이라 불리는 김우진, 김갑수, 정형구 대감 집이
쫙 털리는데 이들은 또 천우회 회원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천우회 회원집도 털었습니다.
(예리하게 바라보는 사천 시선 느끼고 한 풀 꺾여) 이상은 다 변나장, 아니아니 겸사복님이 수사를 한 결과고,
저는 그저 보고서만..
시후e : 부르셨습니까.
강민학 : 그럼 저는 이만. (하고 눈치 보며 슬금슬금 나가는)
사천 : (수사기록 보며) 다른 집에선 물건만 훔쳤는데 천우회 회원 집에선.. 뭔가 뒤진 흔적이 있다..?
시후 : (머뭇거리는)
사천 : 찾는 물건이 있단 말이냐?
시후 : 확실하진 아닙니다.
사천 : 알았다. 나가봐라.
시후, 나가면 사천 뭔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그때 무이 들어온다.
사천 : 변식대감 여식에 대해 알아 보거라. 당장! 일지매와 관계까지. 전부!
#32. 저자 / 낮
터벅터벅 걸어오는 용이. 저쪽에서 들리는 희봉 목소리. '자- 자- 단돈 한냥! 빨리들 거쇼'
사람들 웅성웅성 모여 있고, 그 속에 걱두와 막쇠도 있다.
2개의 통에 들어있는 홍매가지들과 백매가지들. 홍매가지통(성공)에는 '승' 백매가지통(실패)에는 '패'.. 한글로 적힌.
희봉 : (양손에 홍매가지와 백매가지 들고) 일지매가 성공한다~ 하면 이 홍매가지! 실패한다~ 하면 이 백매가지!
기회는 딱- 한번! 어여 걸어들 보쇼-
걱두 : (맨 앞줄에 서서) 하여간 이놈들.. 장삿속은 타고 났구만. (아- 탄식.. 아까운 듯) 내가 한발 늦었다.
하는데 앞 다투어 홍매가지 집어드는 사람들. 걱두와 막쇠도 질세라 홍매 집어드는.
아주까리파들, 사람들에게 돈 받느라 정신없고 그세 순식간에 홍매가지 동 났다.
사람들 사이로 쑥- 들어와 백매가지 집어 드는 손.
사람들, 뭐야? 하며 거의 동시에 고개 휙-돌려 째려보면.. 앗, 용이다.
용이 : (백매가지 든 채 자기머리 톡톡 치며) 아놔, 생각이란 걸 해봐요, 생각을~
궁이 어떤 덴디~ 내가 들간다~ 하믄 어서옵쇼~ 하고 맞아주까봐? 에이그~ 궁을 너무 만만히들 보셨어~
걱두 : (용이 뒤통수 퍽- 치는) 에라~ 이놈아! 니놈이나 생각을 좀 허고 살어라. 우리 일지매님이 어떤 분인디..
막쇠 : 맘만 먹으믄 못 터는 데가 없어부러.
걱두,막쇠 : (홍매가지 높이 쳐들며 동시에) 그 분은 일지매니께!
사람들, 우와- 일지매니께... 멋져부러.. 환호하고..
그 모습 지켜보는 용이의 얼굴에 심난한 표정 스친다.
#33. 인조의 밀실 / 낮
인조 : (인상 찌푸리며) 일지매와 연모하는 사이라..?
사천 : 예. 지난번 청사신관에서 활을 쏘아 일지매의 목숨을 살린 일로 병사들은 물론 도성 안에 소문이 파다하옵니다.
사람을 시켜 은밀히 알아보니 확실한 듯하옵니다.
인조 : 그래.. 그럼, 잡아와.
사천 : 하온데.. 그것이.. 변식 대감의 여식이라..
인조 : (황당한 표정) 뭐? 변식? 참 내.. 걸리적거리는 건 치워야지.
#34. 의금부 판의금부사실 / 낮
제주목사 발령 적힌 두루마리 펼쳐보며 분노로 부르르 떨고 있는 변식.
변식 : 제..제.. 제주? 이런!! (두루마리 구기며 뛰쳐나가는)
#35. 편전 앞 복도 / 낮
사천과 변식.. 변식은 흥분한 상태다.
변식 : (길길이 날뛰며) 어찌 내게 이러실 수 있단 말이오.
사천 : 전하께서 오늘은 몸이 편찮으시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변식 : 나한테 이러시면 곤란하지.. 내가 그 동안 어찌 했는데.. 이원호 역모 건부터 세자마마까지...
사천 : (휙- 째려보면)
변식 : 제주~? 제주목사? 차라리 유배를 보내라 하시오!
사천 : 너무 섭섭해 마십시오. 다 생각하신 바가 있으시겠지요.
변식 : (부르르) 생각은 무슨.. 단물 쓴물 다 빨아 잡수셨으니 날 내치시겠단 속셈 아니신가?
사천 : (무섭게 노려보며) 그러게 따님 단속을 잘 하셨어야지죠.
변식 : (깜짝 놀라 흠칫)
사천 : 아드님들이 궁 안에 있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사천, 씩씩거리며 가는 변식 뒤통수 싸늘하게 보다 돌아서면 시후 서 있다.
사천 : 니 아비를 내치신 걸 원망하느냐?
시후 : (싸늘하게) 제 아비가 아닙니다.
사천 : (놀라 보는) 무슨 소리냐?
시후 : 제 친아비는 죽었습니다...
사천 : (물어보려다 마는)
시후 : 저 분은 모르십니다. 제 어미가 귀히 자라라 속이셨습니다.
사천 : 키워준 정도 있질 않느냐?
시후 : ...(대답 못하는)
사천 : 무사에게 뜨거운 피는 필요 없다... 명심하거라. (가는)
시후 : (보는)
#36. 쇠돌의 초옥 / 낮
평상에 앉아 곰곰 생각 중인 흥견.
플래시 / 14부 56씬.. 흥견, 쇠돌이 가져온 글씨 읽어주는..
흥견 : 빵빵하신 분들한테 주문 들어 왔네요.
쇠돌 : 오갑수... 정형구... 김우진...
- 흥견의 작업실.. 혼자 작업 중인 흥견 (새로 촬영분) 급히 뛰어 들어오다 자빠지는 걱두, 벌떡 일어나 호들갑스럽게..
걱두 : 흥견아.. 어저께.. 오갑수, 정형구, 김우진 대감집이 털렸댜.
흥견 : 예?
마당으로 들어서는 용이, 흥견 보고..
용이 : 성, 웬일이야? (흥견 옆에 앉는)
흥견 : (무심한 듯) 어.. 신발 재료 좀 살게 있어서. 근데 참~ 이상해.
용이 : 뭐가?
흥견 : 내가 지난번에 연회날짜 얘기했잖아. 훈련도감 앞에서.
용이 : 어.
흥견 : 근데, 그게.. 아직은 궁 안 사람들만 알고 있는 거거든. (용이 흘낏 보고) 근데, 일지매가 어찌 알고,
그날 궁을 턴다고 했을까? 설마.. 일지매가 궁에 있는 사람은 아닐테고. (용이 얼굴 바짝 들이대며) 참 이상하지?
용이 : (당황하며) 그러게 좀 이상하네. 첩자가 있나? 아놔, 배고파. 일편단이는 어디 갔나? (부르는) 엄니, 엄니-
흥견 : (일어나는 용이 탁 잡으며) 너, 진짜 털거야?
용이 : (헉- 놀라 당황하는) 성...
흥견 : (역시 놀라고 기막힌) 저, 정말 너야? 니가 정말 일지매야..?
#37. 일지매 아지트 / 낮
용이 들어오면, 가짜 문표(궁 출입증) 열심히 만들고 있는 봉순.
용이 : (깜짝 놀라며) 너 뭐야, 안 갔어?
봉순 : (가짜 문표 들어 보이며) 짠~! 어때, 똑같지? 진짜 같지?
(*문표: 네모난 모양의 나무 조각 앞에 부신(符信)이란 글씨 새겨져 있다.)
용이 : 이건..?
봉순 : (용이 앞에 문표 내밀며) 궁 출입패. 궁은 사대부 담장이랑 차원이 달라. 너 못 넘는다~ 이걸로 당당히 들어가.
용이 : (벙 찐 표정) 너..
봉순 : 장안에 소문이 자자하드라. 나도 턴다에 걸었으니까.. 너 실패하면 (주먹 쥐어 보이며) 디진다!
용이 : (문표 들여다보며 감탄하는) 너 어떻게 이런 걸 다 만들었냐.
봉순 : (으쓱) 내가 달리 부녀사기공갈단인 줄 아냐? 이거 말고도 족보면 족보! 홍패면 홍패! 내가 못 만드는 게 없다.
용이 : 이야~ 너 대단하다~
봉순 : 돈 버는 일이면 다하지. (칭찬에 기쁜) 내가 예비용으로다가 더 만들어 주께.
<몽타주>
- 긴 줄을 돌돌 말아가며 준비하고, 나무 깎아 화살 여러 개 만드는 용이.
- 한켠에서 나무판을 슥슥 톱질하며 가짜 문표 만드는 봉순.
봉순, 용이에게 톱밥 후- 불고.. 켁켁 대는 용이. 좋아라 웃으며 뒤로 발랑 넘어지는 봉순.
- 용이, 화약선이 감겨져있는 목곡(홈이 있는 나무통 일종의 도화선)을 죽통에 끼우고 그 가운데 화약 넣는.. (시한폭탄 만들기)
- 돌아보면 문표 만들다 문표 손에 쥔 채 엎드려 잠들어 있는 봉순. 짠한 듯 보는 용이.
용이 : (잠든 봉순 내려다보며) 미안해 봉순아.. 나 때문에.. 니 오라버니.. 그래, 내가 지켜줄게.
(봉순이 손 위에 자신의 손 포개며) 절대 니 손 안 놓을게.
용이, 주변 둘러보다 유리 조각들 집어 뭔가 그리기 시작하는.
#38. 동굴 앞 / 밤
둘레둘레 걸어오는 봉순. 뭐야? 어디로 오래는거야?
동굴 발견하는 봉순 어? 저긴 가?
#39. 동굴 안 / 밤
봉순 안으로 들어오다 동굴 구석에 앉아 뭔가 만들고 있는 용이 발견하고 뛰어오면, 후다닥 뭔가 뒤로 숨기는 용이.
봉순 : (반가운) 용아! (두리번거리며) 숲속에 이런 데도 다 있네..
용이 : (보는)
봉순 : 자! (5-6개의 가짜 문표 건네며) 어때? 뭐, 또 필요한 거 없어? 말만 해. 내가 다- 만들어 주께. (하며 옆에 앉는)
용이 : (가짜 문표 받아보며) ...봉순아..
봉순 : (진지한 용이 표정에) 어? 왜? 가짜같애? 들키까? 다시 만드까?
용이 : 잠깐 뒤돌아 서봐.
봉순 : 응? 왜?
용이 : 우씨. 나 쉬 마려 그래. 쌀 거 같어.
봉순 : 어, 싸~ (하고 빤히 보다) 으이그, 알았어. (큭큭 뒤돌아서면)
용이, 뒤에 숨긴 육각등롱 꺼내 등롱 아래 촛불 집어넣으며 안쪽 줄 잡아당기면
뒤돌아 서 있던 봉순 얼굴, 순간 멍해지는. 동굴 천장 아래 빙 둘러 보이는 6개의 그림... (환상적으로)
자신에게 죽 먹여주던 어린 봉순 /
겸이 꽉 잡은 봉순의 손 다리 위에서 용이 등에 업혀가는 봉순 /
밥 떠먹여주던 봉순 무인도 달빛 아래 나란히 누워있는 용이와 봉순
매화나무 아래 나란히 앉아있던 용이와 봉순.
그림들 몸 돌리며 보는 육각등롱 6면이 위로 펼쳐져 있는.
육각등롱에 붙어있는 유리에 그려져 있는 그림(용이가 직접 그린)이 불빛에 반사되어 동굴 천정 쏘는 형상이다.
그림들 보는 봉순의 눈에서 눈물 그렁... 그런 봉순 옆모습 보고 있는 용이.
봉순 : (감동한 듯 용이 돌아보면)
용이 : (봉순 옆에 서는.. 동굴 위 그림들 보며) 맘에 들어?
봉순 : (끄덕끄덕) 응.
용이 : 나.. 궁 털고... 대식이랑 억울하게 잡혀간 사람들 구하고 나면.. 친어머니 찾아서, 지금 어머니랑 같이 한양 뜰 거야.
봉순 : (놀라고 서운한..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어? 그.. 그래?
용이 : (잠시 그런 봉순 보다가) 같이... (잠시 쉬었다) 갈래?
봉순 : (놀래는)
용이 : (말 꺼내기 어려운 듯) 나.. 마음에 담은 사람.. 아직 다 못 지웠는데... 아마 한참 걸릴텐데...
어쩌면 평생 가슴에 품고 살지 모르는데...
봉순 : (보면)
용이 : 그래도.. 나랑... 갈래?
봉순 : (눈물 그렁.. 미소 지으며 고개 끄덕끄덕) 응...
동굴 속 그림 보고 서 있는 용이와 봉순. 그들의 추억이 서린 그림들..
#40. 일지매 아지트 / 낮
탁자 위에 궁지도 펼쳐져 있고 지도 보고 있는 용이와 흥견.
용이 : (감탄하는) 우와~ 이게 궁 지도야? 어떻게 구했어?
흥견 : 내 몸에도 일지매 피가 흐르나 봐. 도편수 작업실서 훔쳐왔다. (찡긋 웃으며) 우린 이제 공범이야.
용이 : (고마운)
흥견 : 이게 반정성공하고 지금 임금이 임금 된 기념으로 만든 지도라 제일 정확하대. 이 정도는 돼야 제대로 궁을 털지.
용이 : 응. (지도 보는)
봉순, 산딸기 담긴 소쿠리(밑으로 약수 똑똑 떨어지는) 들고 들어오며..
봉순 : 용~ 이거 먹고 해~ 약수에 씻어온 거야. (하나 집어 들어 용이에게 들이밀며) 자, 먹어봐- 먹어봐-
(산딸기 담긴 소쿠리 밑으로 뚝뚝 떨어지는 약수, 지도 적시는)
용이 : (피하며) 아씨- 이따..
봉순 : (더 들이대며) 빨리 먹어봐- (눈 부라리며) 존 말할 때 먹어잉-
용이 : (젖은 지도 보고 소쿠리 급히 밀쳐내며) 야.. 야.. 저리 치워!
흥견, 일부분 이미 젖어버린 지도 들고 울상.
봉순, 미안해서 저고리 소매로 지도 위 물기 문대며 어뜨케.. 어뜨케..
으이그~ 구박하는 용이. 흥견, 그런 모습 보며 픽 웃는.
#41. 사천의 처소 / 낮
사천 뭔가 곰곰 생각 중인데 시후 들어오는.
시후 : 부르셨습니까?
사천 : (돌아보며) 니 누이가 일지매와 연모하는 사이라는 걸 알고 있었느냐?
시후 : (흠칫) 헛소문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사천 : (보는)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시후 : (뭔가 짐작한) 무사에게 뜨거운 피는 필요 없다, 그 말씀 가슴에 새겼습니다.
사천 : (고개 끄덕이며 일어난다)
#42. 일지매 아지트 / 낮
혼자 남은 용이. 벽에 붙은 궁지도 보며, 사도시에서 상의원, 옥천교.. 하며 중얼중얼 동선체크 하는데..
문득 용이 시선 한 곳에 멈춰지는.
궁지도.. 약수에 젖은 자리에 뭔가 희미하게 드러나는.. 문양 조각의 일부분이다.
이게 뭐지? 하며 의심스런 표정으로 가까이 들여다보는 용이. 희미하게 드러난 문양 조각의 일부.
#43. 염료전 / 낮
매대 위, 각종 색깔의 염료가 든 통들 진열돼 있고, 주인에게 묻고 있는 용이.
용이 : 아니 갑자기 없던 게 나타나더라고요?
주인 : 어.. 물에 젖었었지? 약수?
용이 : 예? 아, 예..
주인 : (씩 웃으며) 자색이지? 일부러 감춰서 썼네.. (장난스레) 으이그~ 연서 받았어?
용이 : (무슨 말인가) 에?
주인 : 어~ 먹 대신 자초즙으로 글씨를 쓰고, 그 위에 초를 바르면 글씨가 사라지거든.
연서 쓸 때 딴 사람 못 보게 그런 장난질을 하기도 하지.
용이 : 그럼 어떻게 하면 다시 보이는 건데요?
#44. 일지매 아지트 / 밤
벽에 붙어있는 궁지도. 큰 붓 담겨진 약수통 들고 지도 보며 서 있는 용이.
주인e : 약숫물 발라봐. 약수가 초랑 상극이라.. 마르고 나면, 자색이 다시 보일게야.
지도 전체에 붓으로 쓱쓱- 약수 바르는 용이.
#45. 객점 / 마구간 앞 / 밤
마구간에서 말 끌고 나오던 은채, 그 앞에 나무(일지매가 있던) 바라보며 슬픈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는..
이내 한숨 쉬고 일지마 머리 쓰다듬다가.. 순간, 기척 느끼고.. 돌아보는 은채, 공포어린 눈빛.
#46. 일지매 아지트 / 밤
벽에 붙여진 궁지도. 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용이.
물기가 마르면서 지도 위에 서서히 자색(자줏빛)의 뭔가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용이, 눈 점점 커지며 놀라는.
지도에 드러난 여섯 개의 문양조각! (문양검에 있던 바로 그 문양 조각들) 그 위로 완성된 문양 CG 겹쳐지는!!
용이 : (헉 놀라며) 어? 이 문양.. 뭐야.. 그럼.. 문양 검이 궁에?
- 번쩍 퀵 플래시
일지매 : 또 누구야? 반정핵심인물 또 누가 있냐고?
변식 : 그 여섯 명.. 더는 모르네.. 정말 더는 몰라...
용이 : 그래, 누군가 더 있어..!
#47. 사천의 처소 / 차양 안 / 밤
어둠 속.. 사천, 정좌한 채 앉아있다. 그 옆에 시후 서 있다.
시후 : 제가 하겠습니다. 제게 맡겨 주십시오.
사천 : ..누이... 아니냐.
시후 : (건조한 말투) 저와는 상관없는 아입니다.
사천 : 정녕 할 수 있겠느냐?
시후 : (단호하다) 맡겨 주십시오.
어둠 속에서 사천의 손, 단검을 내민다. 시후 꼭 받아 쥔다.
#48. 사천의 처소 / 차양 밖 / 밤
차양 걷고 나오는 시후.
의자에 포박되어 있는 은채 보인다. 탈진한 은채. 머리칼 흐트러진 채 이마에 흐른 땀에 들러붙어있다.
은채 힘겹게 눈 뜨는데...시후다.
은채 : (놀라는) 오, 오라버니...
건조한 표정으로 은채 보는 시후.
두 명의 부하들, 결박되어 있던 은채의 손을 풀어 한쪽 손을 의자 앞 탁자에 올려놓고 꽉 잡는다.
시후 : (덤덤한 목소리) 물러가 있거라!
부하들, 방을 나가면.. 시후, 탁자 앞에 올려진 은채의 손목을 꽈악- 붙잡는다.
부들부들 떨리는 은채의 손. 은채 슬픈 눈으로 시후를 올려다본다. 그 눈빛 피하는 시후.
사천e : 마지막으로 묻겠다. 일지매는 어디 있느냐?
은채 : 모른다지 않소. 내 어찌 그런 도적놈 따위를 안단 말이오.
흔들리는 시후의 눈빛.. 그러나 은채의 눈빛은 결연하다.
차양 속의 사천, 시후에게 고갯짓 하면, 시후 손에 들린 단검을 든다.
시후, 은채의 손을 내려다본다. 가늘게 떨리는 은채의 손...
사천e : 쳐라!
시후 손에 들린 단검이 휙- 손가락을 내리찍는.
단검 쥔 시후의 손에 피가 튀고, 은채, 끅끅 거리며 오열하기 시작한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시후의 서늘한 표정.
#49. 저자 / 밤
용이, 두리번거리며 달려오는.
용이 : 봉순아- 봉순아- 얘가 갑자기 어디로 사라진 거야? 지 아부지랑 화해하러 갔나? 봉순아- 봉순아-
사람들 모여서 웅성웅성하고 있는.
용이, 그 앞 지나는데.. 사람들 얘기소리.
걱두e : 뭐? 은채 아씨가?
용이 : (순간 멈춰서는)
막쇠 : (울먹) 그려. 우리 아씨랑 일지매랑 그렇고 그런 사이였대..
걱두 : 그럼 니네 아씨는 일지매 얼굴도 봤겄네잉. 시상에... 그나저나 아씬 어떻게 되는겨?
막쇠 : (울면서) 칵- 죽여 버린댜~ 아씨---
놀라 그 자리에 굳어버린 듯 선 용이, 충격 받은 멍한. 미친 듯 뛰어가는.
#50. 심덕네 주막 마구간 / 밤
힘없이 말똥 치우고 있는 공갈, 순간 멈칫하더니 그대로 멈춰서는.
공갈 뒤편 어둠속에 손 부들부들 떨며 단검 들고 서 있는 봉순.. 원망의 눈빛, 눈에 눈물 그렁하다.
공갈, 체념한 듯 다시 말똥 치우기 시작하는데 눈에 눈물이 그렁인다.
봉순, 단검 든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 위로 봉순의 목소리..
봉순e : (울먹) 용아. 미안해. 나 울 부모님, 울 오라버니 죽인 원수를 용서할 수가 없어. 그래서 너랑 같이 못 떠날 것 같애..
봉순, 공갈을 찌를 듯 손 높이 치켜들었다가... 차마 찌르지 못하고 힘없이 손 내려뜨리는..
봉순, 돌아서는데..
심덕 : (뛰어오며) 공서방. 공서방~
봉순 : (후다닥 몸 숨기는)
심덕 : (호들갑스럽게 들어오며) 얘기 들었어? 시상에 나라에서 일지매 잡는다고 변대감댁 아씨를 잡아갔디야~
공갈 : (순간 놀라는 표정, 두리번거리며 봉순 찾는데 이미 안 보이는)
#51. 객점 / 마구간 앞 / 밤
뛰어 들어오는 용이. 마구간 앞에 서 있는 일지마.
용이,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하다 문득 나무 위 나뭇가지에 묶여있는 쪽지와 작은 무명 주머니 발견하는.
후다닥 올라가 쪽지와 무명주머니 떼 내는 용이.
주머니에 축축이 베어있는 피.. 피 묻은 주머니 열어보고 경악하는 용이.
부리나케 쪽지를 풀어 보는 용이의 얼굴 위로..
사천e : 심사숙고해서 골랐는데, 선물이 마음에 드느냐. 이번에는 그녀의 목을 선물해주마.
여인을 살리고 싶거든.. 목멱산 원은사 뒤편, 조지서로 오거라.
용이, 급히 일지마 끌고 나가려는데.. 두 팔 벌리고 그 앞을 확- 막아서는 봉순.
봉순 : 가지마! 널 죽일 거야!
용이 : 안가면 그녀가 죽어!
봉순 : (말고삐 잡으며) 안 죽여! 널 잡기 위한 미끼야.
용이 : (처참한 심경) 이미... 손가락을 잘랐어.
봉순 : (놀라는)
용이 : (가슴 아프게 보는) 미안하다. 봉순아.
봉순 : (눈물 그렁이며) 떠난다며? 엄니랑 떠난다며? 나 데리고 떠난다며... 지금 가. 지금 떠나자. 내가 니네 엄니 모셔오께.
용이 : 나 때문에 죽게 놔 둘 순 없어.
봉순 : 너 거기 가면 죽어. 죽일 거란 말이야.
용이 : ...(아무 말 못하는)
봉순 : (참았던 눈물 주룩 흐르는) 그럼 나도 가.
용이 : (놀라 보는)
봉순 : 널 지킬 거야. 널 위해 죽을 각오 돼있어.
용이 : 봉순아.. 살아 줘.. 날 위해...
봉순 : (눈물) 그 아씨... 너한테 뭐야?
용이 : (말없이, 천천히.. 왼쪽 가슴에 손 얹는)
봉순 : (주체할 수 없는 눈물.. 포기한 듯 꽉 쥐고 있던 말고삐 놓으며) 가라! 가! 가 니 심장 찾아와...
잠시 말없이 봉순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말에 올라타는 용이. 어둠을 뚫고 달린다.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용이. 그 모습 바라보는 봉순의 눈에 눈물 하염없이 흐르는.
봉순 : 그럼 내 심장은.. 내 심장은.. 두고 가...
#52. 조지서(造紙署) 앞 / 밤
어슴푸레한 달빛 사이로 줄에 매달린 크고 널따란 한지들..
사샥- 사샥- 잽싸고 가벼운 발걸음.. 한지 위에 스윽- 비치는 검을 든 인영(그림자).
순간 그 위를 홰엑- 긋는 날카로운 검 날. 순식간에 반으로 쩍- 갈라져 떨어지는 한지.. 한지에 비치던 인영 사라진.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검을 고쳐 잡는 사천의 부하. 등 뒤에 서리는 묘한 기운에 문득 뒤로 돌면,
부하의 등 뒤, 한지에 비치는 검은 그림자..
부하의 검이 다시 한지 위를 쎄엑- 그으면.. 역시 한지만이 반으로 찢겨진 채.. 어느새 그림자는 사라지고 없다.
이윽고 한지마다에 어리는 수많은 인영들.
일제히 검을 들어 자기 앞에 놓인 한지를 훼엑- 가르면.. 짜작- 갈라져, 바닥으로 축 쳐지며 너덜대는 한지들.
그러나 그 어느 한지 뒤에도 나타나지 않는 존재. 서로 낭패인 듯한 눈빛 마주치는...
순간, 한지를 훽~ 가르는 또 하나의 검 날.
순백의 한지 위에 날카로운 핏빛선이 쫘악-- 생겨나며.. 윽- 소리와 함께 푹 주저앉는 한 명의 부하.
부하들 일제히 돌아보면.. 달빛에 번쩍 빛을 발하는 검 날... 검 날 끝에 걸려있는 목젖. 파르르 떨리고.
헉- 헉 대는 거친 숨소리. 이어지는 목소리...
일지매 : 여자는 어딨느냐?
어깨를 베인 부하 목을 감고, 부하 목에 바짝 검을 겨누고 있는... 일지매다.
일지매 : (소리치는) 여잔 어딨냔 말이다!
그때, 삐거덕-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쏟아져 나오는 환한 불빛..
눈살 찌푸리며, 불빛 쪽 바라보는 일지매. 일순 경악하는.
<점핑>
결박된 채, 바닥에 무릎 꿇려있는 일지매. (조지서 문 닫혀있는)
일지매 앞에 서 있는 사천과 시후, 사천의 부하들.
사천, 일지매 앞으로 다가오더니.. 일지매 복면 확- 벗기는.
일지매 얼굴 쏘아보는 사천과 지지 않고 마주 보는 일지매. 두 사람 눈빛.
일지매, 순간 시후 보는데.. 시후, 아무 표정 변화 없다.
사천 : (시후 돌아보며) 끌고 와! (하고 휙 돌아 조지서로 들어가는)
시후 : (일지매 일으키려 잡으면)
일지매 : (간절한 눈빛으로 시후 보며) .. 보이고 싶지 않아...
시후 그런 용이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다, 벗겨진 복면 주워 다시 용이 얼굴에 씌워주는.
경계하는 용이 눈빛과 무표정한 시후 눈빛 마주치는.
#53. 조지서(造紙署) 안 / 밤
대형 솥에 펄펄 끓는 잿물.
카메라 시선, 끓는 잿물의 뜨거운 김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등 뒤로 손이 묶인 채, 허공에 몸이 매달려 있는 은채.
천장 도르래에 연결된 줄로 위태위태 지탱하는. 입에는 재갈 물려져 있다.
그 아래 닥나무를 썰었던 대형작두통과 허공 위, 날을 세우고 있는 작두날.
조지서 바닥에 무릎 꿇려있는 일지매. 안타까운 표정으로 은채 올려다보는.
허공에 매달린 은채도 걱정스럽게 일지매 내려다보고 있다.
사천 : 대체 니가 궁을 털려는 이유가 뭐냐?
일지매 : 이유? 억울하게 붙잡혀간 백성들! 억울하게 빼앗긴 곡식!
사천 : (동요 없이 물끄러미 쳐다보며) 니가 진짜 궁을 털려는 이유! 대체 네가 훔치려는 물건이 무어냔 말이다.
일지매 : (흠칫, 이내 당당한) 난 그저,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다.
사천 : 진실? 무슨 진실?
일지매 : 당신이 그토록 궁금해 하는.. 그리고 내가 그토록 찾는.. 그 물건에 진실이 있지.
사천 : (피식 웃는다) 손가락으론 부족했던 모양이구나. 네가 정녕, 저 여인의 목마저 갖고 싶은 게지. 묶어!
#54. 심덕네 주막 / 밤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는 봉순. 심난한 듯 앉아있던 공갈, 봉순 보고 놀라는.
다짜고짜 공갈 붙잡고 늘어지는 봉순.
봉순 : (다급하고 절박한) 용이.. 우리 용이 좀 살려주세요. (눈물 주르륵 흐르는) 제발...
공갈 : (무슨 일인가 싶다가... 이내 안타까운 눈빛으로 봉순 보는)
#55. 조지서(造紙署) 안 / 밤
허공(낮은 위치)에 손 묶여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일지매. 그의 발에는 육중한 세 개의 쇠추 달려 있다.
사천 : (낮고 건조한) 이제 저 여인의 목숨은 온전히 네놈에게 달려 있다.
네 발에 달린 추들을 모두 빼내면, 저 여인이 어찌 되는지.. 보이느냐?
일지매 천장 위를 올려다보면 자신을 감고 있는 줄, 큰 도르래에 연결되어 있고, 중앙 천장의 도르래 통과해서 다시 연결되는 줄.
그 줄에 은채 역시 쇠추에 달린 채 매달려 있다. 두 사람이 도르래를 사이에 두고 같은 줄에 연결되어 있는. (마치 저울처럼)
사천 : (차분한 어조) 정녕 말하지 않겠느냐?
일지매, 슬픈 눈으로 은채 바라보면 은채 역시 눈물 가득 고인 채 일지매 보는.
사천 : 내가 성격이 급한 편이라.. 셋의 기회를 주지... 하나!
부하, 일지매 발에 매달린 쇠추 하나 빼는.
순간, 일지매의 몸이 위로 쑥- 올라가고, 은채의 몸 아래로 쑥- 내려가는.
일지매 : (당황하며) 그냥 나를 베면 될 거 아니냐!
사천 : 내가 말이다. 성격이 급할 뿐 아니라, 궁금한 것도 못 참는 성격이거든. 둘!
#56. 사천의 연무장 / 밤
공갈 : (사천 부하 목 틀어잡고 칼 들이댄 채) 사천, 어디로 갔느냐.
#57. 조지서(造紙署) 안 / 밤
일지매, 발에 달린 쇠추 하나 빠지며 몸이 더 높이 올라가고 은채 몸 더 아래로...
뜨거운 김에 땀 비오듯 쏟아지는 은채.
은채와 펄펄 잿물을 번갈아 보는 일지매의 눈빛 심하게 흔들린다.
일지매 : (다급한) 먼저 저 여인을 풀어 줘! 그럼 대답 하겠다.
사천 : (여전히 차분한 말투) 잊었느냐? 나는 이미 둘을 세었다. (곧이어 한 치의 감정변화 없는 낮은 목소리) 셋!
마지막 추가 막 떼어지면서.. 은채 몸, 잿물을 향해 아래로 툭 떨어지는.
#58. 사천의 연무장 밖 / 밤
안절부절 못하고 기다리며 서성이는 봉순, 담 휙 넘어 나오는 공갈.
공갈 : (다급한) 알아냈다. 내 가서 구해 올 테니 너는 주막에서 꼼짝 말고 기다리고 있어. (봉순 눈 보며 다짐받듯) 알았어?
봉순 : (마지못해 고개 끄덕이는)
공갈 어둠속으로 뛰어가는.. 그러나 이내 몰래 뒤쫓아 가는 봉순.
#59. 조지서 안 / 밤
아래로 툭 떨어지는 줄.. 잿물이 끓는 쇠솥 바로 위에 아슬아슬하게 멈췄다 다시 쑥 올라가는 은채.
일지매 발에 달린 줄을 잡아 당기고 있는 부하.
후.. 안도의 한숨 내쉬는 일지매.
사천 : 천하의 일지매가 제법 놀랬나 보구나..
부하 : (일지매 다리에 다시 추 하나 매달고 줄 놓는)
사천 : 마지막으로 묻겠다. 네가 훔치려는 물건이 대체 무어냐?
은채 대롱대롱 매달려있고, 탈진했는지 거의 움직임 없다.
일지매, 분노의 눈빛으로.. 사천 노려보는.
사천 : 너에게 저 여인이 그리 소중하지 않은 모양이구나. 좋다. 내 그만 죽여주마! 추를 빼라!
일지매 : (당황스런) 조, 좋아. (비통한) 내가 찾는 물건은..
사천 : (긴장한 눈빛)
일지매 : 여기 있다. (문신 새겨진 쪽에 손 대는) 내 심장에..
사천 : (무슨 말인가?)
일지매 : 나도 거짓말 따윈 하지 않아. 저 여인의 목숨을 걸고 맹서하지.
흥미로운 눈빛의 사천, 눈짓 주면 옆에 있던 부하 천천히 일지매를 향해 다가서는.
잔뜩 긴장한 일지매의 표정.
#60. 조지서 앞 인근 / 밤
조지서 앞에 보초 서고 있는 사병들 보이고, 인근 나무 뒤에서 살피고 있는 공갈..
그때 두리번거리며 공갈 찾는 봉순. 저만치 보초 서 있는 병사들 보이자.. 그들 향해 달려가는 봉순,
그런 봉순 발견하고 놀라 뛰쳐나가는 공갈.
이미 사병들과 싸우는 봉순. 공갈, 봉순 감싸고 사병들을 물리치며 봉순을 밖으로 밀쳐내는...
밖으로 내쳐진 봉순, 쓰러져 있는 사병의 검 주워 다시 사병들 틈으로 들어오는.
공갈, 그런 봉순 다시 멀리 밀쳐내며 ‘가!’ 소리 지르는.
공갈 사병들 제압하는데.. 그 수가 제법 많다.
봉순, 잠시 주춤하며 조지서 쪽 보다 어디론가 달려가는.
#61. 조지서 안 / 밤
사천 부하, 일지매 옷을 확 잡아 뜯으려는 순간.. 머리로 부하를 확 들이받는 일지매.
순간 사천의 부하 휘청하고, 일지매 자신의 묶인 손 사이로 부하의 목을 집어넣고 다리로 부하의 몸을 꽉 잡는다.
밧줄 묶인 손으로 부하 목을 꽉 조르는 일지매.
부하와 일지매. 두 사내의 무게 때문에 은채 몸이 위로 쑥 올라가고...
버둥거리는 부하, 목 조여 캑캑 거리는.
순간 다른 부하들 검을 빼들고 일지매에게 일제히 접근한다.
일지매 : 꼼짝 마! 움직이면 이 놈 목이 부러질 거다. (일지매의 팔 사이에 끼어서 운신 못하는 부하를 향해) 단검을 빼!
일지매에게 잡혀있는 부하, 허리춤 더듬어 단검을 빼면,
일지매 : 잘라... 천천히..
부하, 단검 든 손을 위로 올려 천천히 일지매의 손 매듭을 자르기 시작한다.
검을 겨누며 틈을 노리는 일군의 사천 부하들.
동요 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천과 시후.
이윽고 조소하는 사천.
일지매 손에 묶인 매듭이 천천히 잘리면서.. 일지매, 자신의 손가락들을 이용해 줄 윗부분을 서서히 움켜잡는데...
매듭이 거의 다 잘리는 순간.. 일지매와 은채 사이에 이어진 줄을 향해 정확히 날아오는 검(사천의 검이다).
놀라는 일지매와 은채.
사천의 검, 막 줄을 끊으려는 순간, 그 검 쳐내는 또 다른 검, 시후의 검이다.
사천 놀라 시후 돌아보고, 일지매도 은채도 모두 시후 보는.
그때, 일지매 손을 묶은 매듭이 다 풀리고..
일지매, 여전히 부하를 다리 아래 낀 채 조심스레 줄을 잡고 도르래 기둥 쪽으로 끌고 가 그곳에 줄을 묶어 고정시키는.
사천의 부하들 일제히 일지매를 둘러싸고..
일지매, 부하를 놓아주고, 옆에 놓인 닥나무 집어 들어 도르래에 묶인 줄을 지키기 위해.. 부하들과 한판 대결을 펼친다.
사천 : (지켜보며) 죽이지 마라! 무조건 생포해! (시후에게 다가가) 무슨 짓이냐?
시후 : (사천을 향해 검을 겨눈다)
사천 : (놀라는)
순간, 도르래 기둥에 묶였던 줄이 힘을 이기지 못하고 조금씩 끊어지려 하고 동시에 줄이 후드득.. 휘청거리는 은채..
부하들과 싸우던 일지매, 줄이 끊어지려는 것을 뒤늦게 목격하고, 도르래를 향해 가려하지만
덤벼드는 부하들 틈을 뚫고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안타깝게 도르래 줄 바라보며 부하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일지매.
일지매, 은채의 상황을 돌아보다, 방심한 틈을 이용한 부하들의 검에 의해 손에 들린 닥나무가 동강나고..
부하의 발길질에 대형 작두 통 위로 쓰러지는 일지매. 작두 위에서 벌이는 몸싸움...
한편 사천과 시후는 계속 팽팽한 긴장감 속에 서 있다.
이윽고 맨손의 사천, 시후를 공격하고.. 검을 든 시후, 사천을 상대로 싸우기 시작한다.
작두통 위에서 일지매와 엎치락뒤치락 몸싸움을 하던 부하, 작두 장치를 건드리고..
순간 움직이는 대형작두의 칼날... 작두통 위에서 싸우고 있는 일지매를 향해 휙- 떨어지는..
그와 동시에 도르래 기둥을 버티지 못하고 막 끊어지는 줄.
사천의 공격을 막아내던 시후, 순간 돌아보는.
도르래에서 툭 끊어지는 밧줄... 동시에 은채 몸을 지탱하는 줄 떨어지는데..
순간 잽싸게 날아들어 줄을 잡아채는 손. 시후다.
사천부하와 엉겨 싸우면서 내려오는 대형작두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그 순간 작두통을 내리찍는 무시무시한 작두날..
박힌 작두날을 사이에 두고 다시 사천부하들과 싸우는 일지매.
온 몸으로 줄을 잡고 버티는 시후, 얼굴 시뻘개지는...
사천, 놀라 시후의 모습을 바라보고.. 시후 옆으로 천천히 다가가는.
사천 : 그래, 얼마나 버티는지 한번 보자꾸나.
힘겹게 버텨내는 시후.
심하게 흔들리는 은채 몸.. 은채, 차마 눈을 감는다.
사천부하들을 물리친 일지매, 줄 잡은 채, 힘겹게 견디고 있는 시후 본다.
하지만, 다시 일지매를 둘러싸는 사천의 부하들.
일지매, 은채 쪽으로 뛰어가려 하지만 사천의 부하들이 막고 있는.
순간 도르래 천장 쪽에 대롱대롱 매달린 짧은 줄 발견하는 일지매.
옆에 세워진 닥나무 단을 발판으로 치고 천장 쪽으로 뛰어올라 줄 잡는데 성공,
도르래를 이용해 휘이익- 은채 쪽 창틀에 아슬아슬하게 착지하는.
한쪽 발을 창틀에 고정시키고 은채의 몸에 묶인 동아줄 잡으려 하는데... 손에 잡힐 듯 말 듯... 쉬 - 잡히지 않는.
줄잡고 있는 시후 손 부들부들 떨리고.. 자꾸 미끄러져 가는 줄..
은채를 향해 계속 손을 뻗어보는 일지매, 순간 몸이 기우뚱하고.. 둘 다 쇠솥에 떨어질 아슬아슬한 상황..
은채를 향해 손 뻗는 일지매를 향해 날아오는 검들. 은채 몸에 감긴 줄을 잡을 뻔하다, 날아오는 검 피하느라 놓치고 마는.
일지매, 안타까운 표정으로 은채를 본다.
묵묵히 지켜보던 사천, 부하에게서 검을 받아 시후 공격하기 시작하는.
시후, 한손으로 줄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사천의 공격 힘겹게 막아내는.
은채 몸을 감은 줄 심하게 흔들리고.. 좀처럼 닿지 않는 일지매의 손.
일지매 : (땀이 비오듯) 조금만, 조금만 더 견디세요. 내가 구해 낼 테니.
은채 : (포기한 듯 일지매 보며) 됐습니다. 이걸로 됐습니다.
그저 마음을 확인한 걸로 되었습니다. 그러니 그냥 달아나시어요... 어서..
일지매 : (안타깝게 보다 단호하게) 아니요. 예전에 눈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허망이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맹서했습니다. 다시는.. 다시는.. 넋 놓고 보내지 않겠다고...
#62. 일지매 아지트 / 밤
봉순, 황급히 용이의 빨간 봇짐에 검은 옷(일지매 초기복) 담는.
일어나 봇짐 메더니 허리에서 단검 꺼내들고 한 손으로 댕기머리 끝을 잡아 쥐는 봉순.
결연한 표정으로 망설임 없이 댕기머리 확 잘라버리는. 바닥에 떨어진 봉순의 댕기머리.
뛰어나가는 봉순.
#63. 조지서 안 / 밤
투두둑- 내려가는 줄.. 은채 더 아래로 내려가고. 시후 손에서 피가 뚜두둑. 줄이 자꾸 미끄러진다.
줄이 거의 손에서 빠져나가려는 순간... 줄 잡으려는 일지매의 필사적인 노력...
시후를 향해 내리치던 사천의 검, 시후 대신 시후 손에 들린 줄 자르는.
일지매를 향해 날아드는 단검. 줄이 끊어짐과 동시에 은채를 낚아채며 동시에 날아오는 단검 잡는 일지매.
그러나 사천이 끊어버린 줄이 도르래를 타고 주르르 미끄러져가면서 아래로 쑥 빨려 내려가는 은채의 몸...
일지매의 손에서 빠져나가는 은채.
놀라는 일지매의 얼굴. 순간 단검으로 줄을 확 끊는 일지매. 이 모든 상황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64. 숲속 / 밤
미친 듯이 뛰어오는 봉순, 헉헉 거리며 가는.
#65. 조지서 안 / 밤
하, 하- 일지매의 거친 숨소리. 무언가 집어삼킨 듯... 펄펄 끓는 잿물...
창틀에 앉아 있는 일지매 서서히 눈을 뜨면. 그의 품에 무사히 은채가 안겨있다.
안도의 한숨 내쉴 틈 없이, 은채 안고 나무 창틀 밖으로 튀어나가는 일지매.
사천, 재빨리 쫓아 나가는. 그 뒤를 이어 시후, 사천부하들 쫓아 나간다.
공갈, 안으로 뛰어 들어와서 보면 마지막 사천부하 나가고 있다.
창문 쪽으로 쫓아가려던 공갈, 그때 밖에서 공갈을 쫓아온 사천부하들.
다시 그들과 싸우는 공갈. 싸우면서도 걱정스러운 듯 일지매가 나간 창문 쪽 흘깃거리며 보는.
#66. 조지서 뒤편 / 대나무 숲 / 밤
은채 손을 잡고 도망치는 일지매. 무섭게 쫓아오는 발소리.
대숲 사이에 바짝 엎드려 몸을 숨기는 일지매와 은채. 쫓아오는 부하들 지나가자 반대 방향으로 뛰기 시작하는.
그때 쉭- 대나무들을 가르며 일지매의 옷자락을 베는 검 날.
놀라 몸을 돌리는 일지매의 가슴팍을 향해 들어오는 검!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대숲 사이를 나뒹구는 일지매...
검날 계속해서 무서운 속력으로 대나무를 베며 일지매를 공격한다.
넘어져 있는 일지매. 베인 대나무 중 날이 퍼런 대나무 하나를 움켜쥐며 서서히 몸을 일으킨다.
대숲 한가운데 마주서는 두 사내. 일지매.. 그리고 시후다.
마주선 두 사내의 팽팽한 긴장감... 매서운 바람... 헉헉 대는 숨소리...
일지매 : 왜 도왔소?
시후 : 착각마라. 널 도운 게 아니다..
이윽고 시후, 두 손으로 검을 쥐어 모아 일지매의 인중을 중앙으로 세워들고, 일지매도 대검을 들어 시후를 향해 겨눈다.
시후 : 널 잡고 싶었다. 미치도록...!
일지매 : 난 찾아야 할 물건이 있어. 그 전엔 잡히지 않아. 결코!
날렵하게 뛰어오르는 시후와 일지매.
두 사람이 몇 번의 합을 나누고, 날아오르는 시후의 검이 날카롭게 대나무들을 후드득 가른다.
일지매 위로 후드득 쏟아지는 대나무들... 순간 대나무에 어린 핏방울...
시후 베어 쓰러진 대나무들 앞으로 걸어가는데... 순간, 대나무들이 파파팍- 일어나며 시후 몸을 친다.
넘어지는 시후. 순간 검을 놓치고... 이윽고 시후 목을 파고 들어오는 대나무 검 날.
가슴팍을 얇게 베인 일지매가 숨을 헉헉 거리며 겨눈다.
시후 : 베라!
일지매 : (천천히 대검을 수평으로 가르는)
은채e : 안 됩니다.
일지매 : (보면)
은채 : 오라버닐.. 그냥 보내주세요... 제발...
시후 : 뭘 꾸물거리느냐. 베라!
일지매 :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아.
시후 : (보는)
일지매 : 사람을 살리는 검을 쓰라고... 내 아버지께서 그리 말씀하셨다.
시후 목에 겨눈 대검을 거두고, 은채를 데리고 돌아서는 일지매.
일지매 따라가는 은채. 안타까운 표정으로 시후 돌아보는.
바닥에 떨어진 검을 집어 들고 일어서는 시후.
시후 : (소리 지르는) 다시는 내 눈 앞에서 등을 보이지 마라.
일지매,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는.. 저만치 소리치는 시후 보인다.
시후 : 그땐 등 뒤에서라도 너를... 벨 것이야! 내 앞을 막는 자는 부처든 벗이든..!
일지매, 은채 데리고 뒤돌아 가는.
시후, 둘의 뒷모습 보며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시후.
시후 : (슬프게 중얼거리는) 형제든.. 벨 것이야..
#67. 숲속 동굴 안 / 밤
화톳불을 피우고 앉아있는 일지매와 은채.
일지매, 은채 이마에 난 상처에 으깬 약초진물 발라주며.
일지매 : (걱정스러운) 흉이 남겠습니다.
은채 : 저도 이녁에겐 흉으로 남겠지요... 보고 싶지 않은 흉칙한 흉터... 나와 같은 처지의 이 흉을.. 저는 소중히 간직하렵니다.
일지매, 문득 품에서 조심스레 피 묻은 주머니를 꺼내며 가슴 아픈 얼굴로 은채 바라보다...
은채의 손으로 시선 내려가는데... 흠칫 놀라는... 은채의 양손 모두 은채의 새끼손가락이 온전하다.
놀라 은채 보는 일지매. 은채 눈에서 눈물 한 방울 뚝 떨어진다.
#68. 대나무 숲 / 밤
어둠 속.... 대나무 숲을 가르는 세차고 매서운 바람. 그 한가운데 서 있는 시후.
검을 꽉 쥔 시후의 손... 새끼손가락이 없다.
은채e : 오라버니 손은 여인네의 손보다도 고왔습니다.
플래시 - 시후 단검 내리 찍는데, 잘리는 손가락. 은채의 손을 잡은.. 시후 자신의 새끼손가락이다.
은채 놀라보고 오열하고, 시후 애써 아무런 표정 짓지 않는다.
다시 대나무 숲. 무릎 꿇고 있는 시후. 그 앞에 사천 분노한 눈빛으로 서 있다.
사천 : (배신감에 치를 떠는) 네가 어찌 내게...
시후 : (꼼짝 않고 앉아있는)
사천 : 그 기집을 연모하느냐.
시후 : ...
사천 : (허리에 찬 검 휙 빼드는)
#69. 동굴 앞 / 밤
수십 명의 사천의 부하들, 발소리 죽이며 조심스럽게 동굴 앞으로 겹겹이 죽- 둘러서는...
인근 나무 뒤에 숨어있는 봉순, 들쑥날쑥 잘려진 머리는 어깨 위로 풀어 헤쳐져 있다. (마치 용이의 머리스타일과 흡사한)
동굴 앞을 빙 둘러싸고 사병들, 서로 눈짓하며 막 동굴 안으로 들어가려는 데...
순간 후다닥 풀숲 헤치는 소리.... 동시에 돌아보는 사천 부하들 저쪽이다- 하고 우르르 쫓아가는...
반대편에서 뛰어오던 공갈, 놀란 표정 짓다 이런 낭패인 표정. (봉순임을 눈치 챈)
급히 사천 부하들 달려간 쪽으로 뛰기 시작하는.
#70. 동굴 안 / 밤
은채, 시후 손가락이 담긴 무명주머니를 자신의 품에 넣는다.
착잡한 마음으로 그 모습 바라보는 일지매.
일지매 : (일어서며) 여기는 안전하니, 잠시 기다리세요. 금시 사람들을 보내겠습니다.
은채 : 가지 마세요... 나가면 위험합니다.
일지매 가야 합니다. 난 꼭 찾을 게 있어요.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나가는 일지매. 은채 뒤에서 일지매를 꼭 끌어안는다.
일지매의 등에 얼굴을 묻는 은채. 일지매 눈빛이.. 어깨가... 흔들린다.
은채 : 내 첫 연정이었습니다. 내 마지막 연정일 것입니다. 허니... 한번 만..꼭 한번 만.. 얼굴을 보여 주십시오.
평생 그리움이라도 품고 살 수 있게..
일지매, 서서히 은채를 향해 돌아선다. 은채를 보는 슬픈 눈...
일지매의 얼굴을 향해 서서히 손을 올리는 은채. 은채의 손. 일지매의 복면을 막 벗기려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