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강진에 사는 친구 장동찬으로 부터
미니 밤호박이 올라왔다.
개인적으로 호박류를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건강에 좋다고 하여 혹은 시골에 살다보니 어쩔 수 없는 먹을거리인지라
저절로 호박과 가까이 하게 되었다.
본래 도시 생활에 익숙하고 문명화 된 음식에 길들여져
어릴 때 부터 우리 먹을거리 보다는 외래 문물 쪽 음식을 선호하였다.
그런 와중에도 첨가물 없는 음식을 만들어 주시던 친정 어머니로 부터 다양한 음식 문화를 전수받고
나름 미식가라 자처하며 전국을 돌며 맛에의 탐닉을 주저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이즈음에는 그냥 소박한 밥상이 최고 라는 사실을 시골살이 덕분에 터득하게 되었다.
해서 자그마한 텃밭에 이런 저런 먹을거리들을 심어 계절에 걸맞는 야채들로 밥상을 차리는 것이
일상이요 그 덕분에 가짓수 많은 반찬과는 작별을 고하게 되었다.
하지만 올해는 여름 계절의 여왕이라는 호박과 겨울 김장에 쓰여질 단단하고 누르스름한 맷동 호박을
무설재 마당쇠께서 미처 심지를 못해 그냥 어영부영 호박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어 무척 아쉬웠으나
더러더러 무설재를 찾는 지인들이 호박을 가져다 주기도 하고
아침 산책 길에 만나는 허락 받은 호박덩쿨 사이로 마구 자라는 호박잎을 따와
쌈으로 싸서 먹는 별미를 즐기기는 한다.
어쨋거나 그런 와중에
소농이 함께 만드는 소박한 세상을 추구한다는 다올 영농조합의 미니 밤호박이 올라오게 된 것이다.
사실 그 미니 밤호박을 받는 순간
도시적 삶을 버리고 홀연히 문명과 작별을 하고 슬그머니 아랫녘으로 내려가
온갖 좌절과 실패를 딛고 겪어낸 경험을 바탕으로 몇 년간의 귀농 삶터에서 일궈낸 결실이라고 생각하니
밤호박을 받는 그 시간에는 그야말로 울컥이었다.
쉽지 않은 귀농 생활.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의지와 결연한 자세로 온전한 먹을거리를 탄생시키겠다고 협업을 하며
숙제들 하듯이 조심스럽게 이뤄낸 결과물이고 보면 마음 놓고 먹어도 좋을 먹을거리 임은 분명한데
실제적으로도 쪄서 먹어보니 그 맛은 일반 시중에서 판매되는 또는 식당에서 맛뵈기로 나오는 호박맛과는
천지차이....먹어봐야 안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조금씩 맛을 보라고 나눠 줄 요량이던 호박이
어느새 식탁을 점령하고 간식으로 등장을 하게 되더니 결국은 재빨리 찾아든 지인을 빼고는
식신의 입으로 쏘옥...다시 호박 택배를 부탁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좌우지간 맛있다 는 사실을 지면으로 알려주기는 참 그렇지만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무설재 쥔장 이름으로 맛을 보장할 수 있다 는 것이다.
...비가 올 듯 하더니 햇살이 쨍쨍이라
울음을 참느라고 고역을 자청한 친구를 찾아 나서 볼까나.
첫댓글 사진상으로 보면 좀 지나치게 삶은신듯~!ㅋㅋ
우리도 신청해서 유치원 친구들 간식으로 주었는데
맛이 좋아 모두들 불평없이 잘 먹었답니다. 아주 맛있었어요. ㅎㅎㅎ
맞아요...다른 일 하면서 찌느라 잠깐 실수.
그래도 엄청 맛있었다 는.
그런데 아쉽게도 인기가 높아 품절이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