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ling through the dark I found a deer
dead on the edge of the Wilson River road.
It is usually best to roll them into the canyon:
that road is narrow; to swerve might make more dead.
By glow of the tail-light I stumbled back of the car
and stood by the heap, a doe, a recent killing;
she had stiffened already, almost cold.
I dragged her off; she was large in the belly.
My fingers touching her side brought me the reason --
her side was warm; her fawn lay there waiting,
alive, still, never to be born.
Beside the mountain road I hesitated.
The car aimed ahead its lowered parking lights;
under the hood purred the steady engine.
I stood in the glare of the warm exhaust turning red;
around our group I could hear the wilderness listen.
I thought hard for us all -- my only swerving --
then pushed her over the edge into the river.
(William Stafford)
어둠 속의 여행
어둠 속을 여행하다 윌슨 강 도로 변에서
죽은 사슴 하나를 발견하였다.
이럴 땐 보통 협곡 아래로 굴려 내려버리는 게 상책.
길이 좁아 급히 피하려다 더 많은 목숨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미등(尾燈) 불빛을 받아 더듬더듬 차 뒤로 돌아가
죽은 지 얼마 안 된 암사슴의 주검 곁에 섰다.
사슴은 이미 뻣뻣했고 거의 싸늘해져 있었다.
한쪽으로 끌어당겨 보았다. 사슴의 배가 불룩했다.
손으로 옆구리를 만져보고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옆구리가 따뜻했다. 새끼가 그 안에 들어 있었던 것.
목숨이 붙은 채로 가만히 가망 없는 출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산중 길가에서 나는 망설였다.
자동차는 하향(下向)한 주차등으로 앞을 비추었고
보닛 아래에서 엔진은 계속 가르랑거렸다.
나는 붉게 달아오르는 후끈한 배기가스 불빛 속에 서 있었다.
우리를 둘러싼 황야가 귀를 기울이고 있는 듯했다.
우리 모두를 위해 나는 깊게 생각했다---나말곤 위험해선 안 돼--
그러고선 사슴을 길가에서 끌어다 강 속으로 밀어뜨렸다.
생명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해 보는 시. 인간 문명과 자연의 대립 관계도 암시되어 있다.
deer: 사슴. 수사슴은 stag, 또는 buck, 암사슴은 doe, 또는 roe라 한다.
roll them: them은 길 위에서 죽은 동물의 주검들을 말한다.
to swerve: 여기에서는 무언가를 피하기 위해 자동차의 방향을 급히 바꾸는 것을 말한다.
might make more dead: make more lives dead.
stumble: 더듬더듬 걷다.
the heap: 여기에서는 그냥 "커다란 물체".
a recent killing: 죽은 지 얼마 안 된 것.
dragged her off: 한쪽으로 끌었다.
brought me the reason: (배가 불룩한) 까닭을 알 수 있었다.
fawn: 새끼 사슴.
purr: 가르랑거리다.
the glare of the warm exhaust turning red: 자동차 배기가스가 미등의 불빛을 받아 붉은 빛으로 보이는 것을 묘사한 것.
our group: 화자와 죽은 사슴, 죽음 사슴의 뱃속에 있는 새끼, 그리고 자동차.
my only swerving: 나 혼자만이 자동차의 방향을 급하게 바꾼 것.
(손현숙의 http://poetry4you.net에서 인용)
어제 문화센터 영시반에서 배운 시입니다. 전에 한 번 배워 내용은 아는 시이지만, 오랜만에 다시 보니 군데군데 또 모르는 단어가 있네요. 그저 한 번 배운 것은 자꾸자꾸 눈을 마주쳐야 잊어먹지 않는 건데…
William Stafford(1914~1993)는 2차 세계 대전때 징집되었으나 양심적 참전거부로 야외봉사 일을 대신했다고 합니다. 생명에 대한 존중 사상이 그만큼 강한 그이기에, 어느 날 한밤의 고속도로에서 경험한 사슴의 죽음에 대한 영상이 그의 뇌리 속에 깊이 각인되어 이 훌륭한 작품을 남기게 되었겠지요. 이 시의 제목을 단 시집이 전미(全美)도서상을 받은 만큼, 그의 시 중에서 이 시가 가장 유명하다고 합니다.
다른 인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부득이 동물(자연)의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 인간 세상의 당연한 질서이지만, 정말 가슴 아픈 일입니다. 한낮 같으면 동물구조대에 도움이라도 요청해보련만, 아니 우리가 나나 가족 아닌 다른 대상을 위해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배려해줄 수 있는 여유와 관용의 마음을 갖고는 사는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Robert Frost의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과 비교해서 숲(자연)을 바라보며 인간이 이런저런 생각을 가다듬는 시간을 갖다가 또 다시 세상의 길로 바삐 돌아가야만 하는 신호를 주는 ‘말’과 ‘자동차’에 대해, 저녁이나 한밤이면 쉬어야 할 땐데 무엇이 그리 급해 자연의 리듬을 어겨가며 어디로 바삐 가야 했던 것일까에 대해, 아쉽지만 자연에서 눈을 거두고 자기 현실로 결연히 돌아가는 인간의지의 공통점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첫댓글 문화센터 영시반에 대해 좀 자세해 소개해 주시면 흥미롭겠는데요. ^^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는지 하는 것 등도 포함해서요.
전에 밤산책길에 죽은고양이를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끌어 냈어요. 사명감을 느끼며... 오늘 아침산책길에 아는 강아지 죽어 있었고 그어미 슬픈듯 지키는 모습 가슴 아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