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면서 벚꽃이 떨어지면서 흉물이 되어간다.
벚꽃은 비와는 전혀 어울리지 못한다.
맑은 하늘과 햇볕과 친숙하다.
묵호의 거리가 모처럼 밝게 빛나다가 비가 망쳐놓았다.
그렇더라도 나는 원망하지 않는다.
묵호는 시타마찌(したまち,下町)의 거리다.
밝음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동경의 야마노테센(山手線)은 서울의 지하철 2호선에 해당한다.
야마노테센 밖을 보통 동경에서는 ‘시타마찌’라고 하고, 안쪽을 ‘야마노테’라고 한다.
시타마찌는 하류사회, 즉 서민동네다. 대표적인 곳이 우에노(うえの,上野])다.
한편 일본 상류가 거주하는 도쿄의 부자 동네 즉, ‘야마노테’는 왕궁 남쪽 또는 남서쪽에 몰려 있다.
서울지하철 2호선과 비슷한 순환선인 야마노테센(山手線) 안쪽 10 여곳에 부자 동네가 흩어져 있다.
17세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에도막부 이후 형성된 야마노테 지역은 지대가 높으며 쇼군(將軍)을 중심으로 다이묘(大名)와 무사가 거주하는 지역으로 이후에도 상류사회 거주지로 발달해 왔다.
지금도 야마노테는 정치 문화 교육의 중심지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다.
시타마찌의 대표 장소 우에노는 재래시장 아메요꼬가 옆에 있다. 지금도 아메요꼬는 변신을 거듭하여 흥행 중이다.
우에노는 우에노 공원과 우에노 동물원이 있다.
우에노 공원은 몇 백년 된 벚꽃나무가 있고, 커다란 연못이 있다. 연못 주위 벤치는 노숙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내가 다녔던 동경대는 우에노가 바로 지척이다.
그래서 휴일이면 우에노로 많이 놀러 다녔다.
나는 동경 시절 신주꾸(新宿)나 하라주꾸(原宿)보다 우에노(上野)가 좋고 편했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강릉역 앞과 묵호의 거리와 분위기와 비슷한 것 같다.
강릉역 앞의 창녀촌과 강릉역을 들락거렸던 사람들 같은.
그리고 사춘기 시절의 묵호의 거리 같은.
검은 나라 묵호항 같은.
마치 서울 종로 2가 뒷골목 같은.
내가 배운 서민 경제학 같은.
그런것들이 시타마찌(したまち,下町)다.
모처럼 시타마치 묵호의 거리에 잠시 밝게 피었던 벚꽃이, 비와 함께 사라지고 있다.
나는 영원히 시타마찌 묵호의 사춘기 소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