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의 ‘이상함’, 더 나은 사회로 만드는 힘 있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문지원 작가-유인식 PD 기자간담회
영화 ‘증인’ 지우, 변호사 된 설정… “슴슴한 스토리, 큰 반응에 놀라”
“자문 교수들 적극 지지도 큰 힘”
자기 세계에 다른 사람 초대해 성장… 이준호와 러브라인도 중요한 장치
“자폐 특성 사람들이 귀엽게 봐줘”… 자폐아 부모가 올린 댓글보고 울컥
26일 간담회에 참석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문지원 작가(오른쪽)와 유인식 PD. 박은빈을 캐스팅하기 위해 1년간 기다린 유 PD는 “박은빈이 연기하는 영우는 매력적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박은빈 포에버”라고 외쳤다. 문 작가는 “커피숍에서 우영우에 대해 토론하거나 버스에서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을 보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가 싶다. 하루하루 행복하다”고 했다. ENA 제공
“제목에 들어간 ‘이상한’은 우영우(박은빈)를 한마디로 보여줍니다. 이상하다는 단어는 부정적 의미도 있지만, 창의적인 생각과 더 나은 사회로 만드는 힘이 있다고 봤으니까요.”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26일 열린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기자간담회에서 문지원 작가가 말했다. 유인식 PD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이가 변호사로 활동하는 소재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힘들었다”며 “음식으로 따지면 평양냉면처럼 ‘슴슴한’ 편이어서 이렇게 반응이 클 줄 몰랐다”고 말했다. 유 PD는 ‘낭만닥터 김사부’, ‘자이언트’를 연출했다.
지난달 29일 시청률 0.9%(닐슨코리아)로 출발했던 이 드라마는 21일 8회 시청률 13.1%를 기록하며 연일 화제의 중심에 오르고 있다. 넷플릭스에선 15일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5위에 올랐고, CNN비즈니스가 ‘우영우 신드롬’을 보도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반향이 크다.
드라마의 시작은 문 작가가 시나리오를 쓴 영화 ‘증인’(2019년)이었다. 드라마 제작사인 에이스토리에서 “영화에서 자폐성 장애인으로 나오는 증인 지우(김향기)가 커서 변호사가 되는 설정의 드라마를 써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렇게 드라마가 탄생했다.
우영우는 회전문에서 나오지 못하거나 대화 도중 갑자기 고래 얘기를 꺼내는 등 느닷없지만 사랑스럽다. 문 작가는 “독특한 사고방식이나 엉뚱함, 강한 정의감, 올곧음, 특정 분야에서 해박한 지식이나 기억력 등 자폐로 인해 강화되는 특성이 매력적이라고 느꼈다”며 “자문 교수님이 ‘자폐인들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초점을 맞추는 걸 지지한다’고 해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우영우와 이준호(강태오)의 러브라인도 중요한 장치다. 문 작가는 “자기 세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영우가 다른 사람을 자기 세계에 초대하고 발 맞춰 가는 건 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준호도 장애가 있는 여성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영우를 향한 준호의 마음은 고양이를 산책시키며 한 발 뒤에 떨어져 위험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드라마에는 악인이 나오지 않는다. 문 작가는 “영우는 천재적인 기억력이라는 극단적인 장점과 자폐라는 약점을 한 몸에 가졌다. 가장 큰 어려움은 자폐와 그로 인한 편견이기에 특별히 악역을 설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드라마 흥행을 이끈 일등 공신으로 박은빈을 꼽았다. 유 PD는 “박은빈 배우의 아이디어가 가미되지 않은 장면이 없을 정도다. 현장에 와서 연기하는 걸 보고 거기에 가감하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제작진에게 큰 힘이 된다. 유 PD는 “자폐아를 키우는 어머니가 ‘박은빈 배우가 연기하는 자폐의 특성을 사람들이 귀엽게, 매력 있게 봐주는 걸 봤다. 내 아이에게서 나만 느끼고 있다 여겼던 빛나는 부분과 귀여움이 사회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구나 생각했다’고 올린 댓글을 보고 눈물이 났다”고 했다.
우영우는 고래를 너무나 사랑해 드라마에는 매회 고래가 나온다. 문 작가는 “감독님이 영우의 내면세계를 그리는 장면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룡 기차 자동차 중 시각적으로 미장센을 풍성하게 해 줄 것 같아 고래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소셜미디어 등에서 우영우의 말투와 행동을 따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유 PD는 “캐릭터를 사랑하다 보니 따라 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다만 드라마를 만든 이로서 편안하진 않다.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니 조심성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을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다. 다른 자폐인의 고통이나 잠재된 영역까지 모두 표현하기에는 드라마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16부작인 드라마 전반부는 ‘우영우가 진짜 변호사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무게중심이 실렸다.
“후반부는 ‘우영우가 훌륭한 변호사가 되어가는 과정’에 초점을 둡니다. 어떤 변호사가 훌륭한 변호사인가에 대한 질문에 이상하고 남다른 존재로서의 영우 나름대로 대답을 찾아갈 겁니다.”(유 PD)
김태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