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 새끼를 잡을 수 있다
不入虎穴 不得虎子 (불입호혈 부득호자) <후한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어떤 일을 할 때 용기를 복돋아주는 말로 쓴다.
후한 2대 황제 명제(明帝)는 대외정책으로서 서역 개발에 힘을 쏟았다. 그 첫걸음으로 서기 73년, 서역 개발의 거림돌이던 흉노(匈奴)토벌작전을 과감하게 결행했다. 이때 반초(班超)는 기회가 왔다고 판단하고서 종군을 지원했다. 반초는 서역 탐험으로 빛나는 공적을 쌓은 장건(張騫)을 젊은 시절 책을 통해 알고 나서는 이를 동경하여 자신도 서역에서 활약해 보겠다는 꿈을 품고 있었다. 바로 그 기회가 왔다고 여기고서 하급장교로 출전한 반초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이때의 활약으로 반초는 서역을 다스리는 일에 종사하게 된다.
처음으로 받은 일은 서역의 선선국(敾善國)으로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초가 수석 사절은 아니었다. 사신의 우두머리는 곽순(郭恂)이라는 자로 반초는 호위대의 대장이었다. 외교 사절단의 목적은 선선국을 한나라에 복속시키는 일이었다. 선선국에 도착한 사절단은 처음애는 정중한 접대를 받았으나, 어느 순간 선선국 왕의 태도가 급변하자 자연히 사이가 서먹서먹해졌다. 반초는 선선국에 온 흉노의 사자 때문일 거라고 어림잡았다. 선선국의 왕이 흉노와 한나라의 힘을 저울질해보다가 흉노 쪽으로 붙으려 한다고 본 것이었다.
그래서 반초는 접대를 맡은 관리를 불러서 다그쳤다. 과연 생각한 대로였다. 반초는 이 관리를 협박해 흉노의 사자가 머물고 있는 곳을 대게 했다. 그리고 관리를 감금시켜놓고서는 즉시 부하 전원을모아놓아 얘기했다.
"선선국의 왕은 지금 흉노에게 붙으려고 하고 있다. 이대로 있다가는 우리들은 붙들려서 흉노의 손애 넘어간 뒤 이리의 밥이 되고 말 것이다. 궁지에서 벗어나 목적을 달성해야만 한다."
반초는 한 차례 호흡을 가다듬은 다음 힘주어 말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으면 호랑이 새끼를 잡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길이 하나다. 밤을 틈타 흉노의 막사에 불을 지르는 것이다. 상대를 허둥지둥하게 만든다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 그러고 나면 선선왕도 겁을 먹고서 우리들이 하자는 대로 할 것이다."
그날 밤 반초는 부하를 이끌고 흉노의 막사로 접근해 때마침 불어오는 큰 버람에 불을 놓아 100여명의 흉노를 모두 죽였다. 반초가 흉노 사자의 머리를 선선왕에게 들어 밀자 왕은 겁을 집어먹고서 한나라에 복종하겠다고 서약했다.
반초는 이렇게 해서 서역경략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차차 공적을 쌓아 마침내는 서역도호라는 고관이 되었다.
비상사태 때에는 위험이 따르는 대담한 결단도 필요하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할 점은 일은 신중하게만 한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임기응변으로 일견 무모하게 생각되는 결단을 내리고서 대담
하게 부딪쳐야 할 때가 있다.
이런 때에 직면하고도 위험을 무릅쓰기를 두려워하고서 신중하게만 대
처한다면, 성과를 내기는커녕 도리어 실패를 초래하게 될 수도 있다.
평소에는 신중하게, 비상시에는 대담하게, 반초는 우리에게 이러한 가
르침을 주고 있는 것이다.
( 剛軒 選集 <9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