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에 다녀간지 한달도 안 되었는데 그새 주위경치가 많이 바뀌었다.
바야흐로 여름에 접어 들고 녹음이 짙어 졌고.

이곳의 작약은 이제야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개미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우리집 작약이 꽃을 피우기 전에도 저렇게 많이 붙어 있었다.
여린 작약이 애처로울 정도로.....

마당가에 함박꽃은 아주 흐드러지게 피었다.
참 오래 피는 꽃 함박꽃
하나가 피었다지면 또 다시 꽃을 피우고.....
그 은은한 향이 마당에 가득하다.
바람이 코를 스쳐 지나갈 때마다 그 향도 함께 지나가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

위에 사진은 남편 아무렴이 심혈을 기울여 찍은 작품이라고 한다.
사진을 찍을 때나 글을 쓸 때에 나름 심혈을 기울이는 경우가 있다.
어떨때는 정말 그 마음이 통해서 그것을 알아 보아 주는 사람이 가끔 있는데
그러면 정말 보람이 느껴지고 기분이 좋다.
집에 와서 사진 정리를 하면서 내가 이 사진이 참 좋다고 칭찬을 했더니
남편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졌다.
집 전체가 균형있게 잘 맞추어졌고
각자 분주히 무엇을 하거나 시간을 즐기는 모습이
자연스레 이 한장의 사진만으로도 이야기 몇편쯤 나올 것 같다.
참새님은 여린 몸에 무거운 짐을 들고 지고 나르고
발걸음도 실감난다.
방앗간님은 저기 뒷짐지고 그냥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일을 하는 중이다.

이번에 우리는 각자 잠잘 짐을 챙겨왔다.
이 댁에 이불이 있긴 하지만 세탁기도 없는 곳에서 빨기도 곤란할까
서로 배려를 한 것이다.
그리고 양념박스는 필수~

모두들 저녁 먹을 준비로 바쁘다.
무심님과 방앗간님은 엄나무를 우려서 백숙 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백숙에 들어 갈 엄나무, 산양산삼 말린 것, 더덕 말린 것등은 존철씨가 협찬을 해 주었다.

토종닭이 이곳으로 오는데도 사연이 있었다.
오늘 모여서 무얼 해 먹을까 의논했더니 다들 백숙이 좋겠다고 했다.
아마도 존철씨 방송 탓인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토종닭을 어디서 구할꼬~
여기저기 알아 보았지만 마땅한 것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시장에서 파는 토종닭을 먹을 판이었는데 친정엄마가 전화를 하셔서는
닭을 가져다 고아 먹으라고 하신다.
어제 아침에 개가 닭을 물어서 알 낳는 암탁과 장닭을 잡아 놓아서
어디 놓을데도 없고 하니 가져다 해 먹으라는 것이었다.
참 적기에 닭을 잡은 친정 개 덕분에 토종닭 백숙을 제대로 먹게 되고.....

집앞 샘터에서는 하하 호호 떠들썩하며 저녁준비가 한창이다.
참새님 소원중에 샘터에서 쌀씻기 , 빨래하기, 설겆이하기 뭐 그런것이라는데
오자마자 소원풀이 중이다.

방앗간님이 협찬할 쌀을 가져 오셨는데 일주일을 먹을 수 있는 분량을 가져 오셨다.

발 담그고 쌈도 씻고 아침에 뜯어 온 참나물을 씻는 중이다.

방앗간님과 운학님은 잡아 온 물고기를 손질하는 중이다.
운학님은 경미씨 남편인데 닉네임이 없어 만날 경미씨남편으로 불리웠는데
너무 길어서 불편하다고 오늘 아예 별장이 있는 곳인 운학으로 닉네임을 잡았다.

알이 통통이 오른 퉁가리를 자랑하고.....
남자들이 족대로 잡아 온 물고기는 생각 보다 많았다.

모두들 바삐 일하는데 나는 모두에게 맛 보여 주고 싶은 귀한 약재가 집 뒤에 지천이라
좀 캐 가지고와서 나누어 먹었다.
태자삼이라고 하는 이 약초는 개별꽃의 뿌리이다.
저렇게 조그맣지만 약효가 대단해서 원기회복에 그만이고 일부에서는 강장제로 쓰는 약이다.
삼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들은 사포닌 성분을 함유하고 있기도 하지만
이것은 딱 인삼맛이다.
그리고 생긴것도 인삼처럼 생기기도 했다.
모두들 한 뿌리씩 맛을 보며 산속체험을 즐긴다.

그런데 매운탕은 즉석에서 마련 된 것이라 뭐 넣을만한 것이 없었다.
운학님은 시내에 나갔다 오겠다고 했지만 늘 있는 곳에서 먹을꺼리를 해결하는
방법을 택하는데 매운탕에는 감자와 참나물을 주로 넣기로 했다.

먼저 먹을꺼리를 좀 마련하기로 하고서 트래킹 길에 따온 드릅순을 넣고
햇사레님이 나물부침을 하고 .....
운학님과 나는 뒷산에 가서 참당귀를 캐 와서 매운탕에 한뿌리 넣고......

다른 것들은 찧어서 술에다 넣으셧다.
당귀를 소주에 넣으니 술 냄새가 안나고 은은한 약초향이 난다고 하는데
운학님 작품이다.

매운탕과 백숙이 익는 동안 부침개로 남자들은 약주를 한잔씩 나누고.....

참새님과 나는 부침개를 한소당 얻어서 먹으며 아랫집 구경 겸
집주인을 저녁 식탁에 초대하려고 가는 중이다.

꼭 잔치집 같다.
마당에서는 전 지지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양은솥에는 닭이 설설 끓고
또 다른 곳에는 매운탕이 끓고.....
예전에 잔치를 하면 모두 다 이렇게 집에서 하였는데 아이들이 구경을 가면 엄마들이
신문지 쪼가리에 얼른 부침개를 한쪽 싸서 들려 주었는데 그 곳에서 석유냄새가
났었던 것 같다.
아무튼지 둘이서 부침개를 뜯어 먹으며 오솔길을 걸어 아랫집에 다녀오니

마당에서는 이미 판이 벌어졌다.

매운탕은 비린맛도 전혀 없이 최고의 맛이었다.

모두들 재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왁자지껄 먹는 사이에 어느새 주위는 어둠이 내려 앉는다.

워낙 묵은 닭이라서 두시간을 넘게 고았는데도 닭은 잘 안 찢어졌다.
국물맛이 끝내 주어서 고기 보다는 국물들을 두어 그릇씩 해 치우고
쌀을 넣어 죽도 쑤어 먹었다.

별 반찬이 없어도 되는 저녁
행복한 마음이 마음 가득 퍼졌다.


새벽부터 일어나 바쁜 하루를 보냈더니 나는 졸리는 것을 참지 못하고
따뜻한 아랫목에서 잠자리에 들고 .....
남편은 오지의 밤하늘을 지나가는 북두칠성을
카메라에 넣어 놓았다.

한잠 자고 일어나니 밖은 아직도 떠들썩하다.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지
연실 웃음보가 터진다.
그 웃음보 중에는 초저녁잠 많은 내 흉도 들어 있고.....

한잠 자고 일어 났더니 벌써 소화가 다 되었다.
햇사레님이 어제 남은 피자를 구어 먹자고 하여 아궁이에 구었다.
이거야말로 아궁이 피자~

나는 그러고 있는데 열두시가 다 된 시간인데도 무얼 하느라 연실 시끌벅적 하다.

저녁이 되니 산골은 쌀쌀해서 아무리 샘물을 좋아 할 지라도
씻으려니 몸이 오싹하고 추워서 참새님이 남자분들에게 애교작전
<오빠야들~ 이쁜 선녀님들 목욕하게 목욕물 좀 데워 주실라요~>

불 때는 일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어떤분이 불을 때 목욕물을 만들었는데,
갑자기 남자분들이 주문이 생겼다.
여자들 목욕신을 공개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목욕신 컨테스트를 해서 1등한 사람은 모든 일 면제~
꼴찌는 내일아침 설겆이에 아침밥등을 책임 지는 것이라는 ......
그런데 뭔가 모르게 여자들이 손해 보는 느낌이기는 한데
이렇게 아내들을 위해서 애써 주는 마음을 충분히 헤아려 희생해 주기로 했단다.

첫번째 선수는 참새님이다
목욕신은 그렇고 아무튼지 씻는 신을 연출하는데
적당히 데운 물에 집앞에 있는 함박꽃을 따서 향나게 띄웠다.


카메라멘 대기 하고 조명도 준비되고 구경꾼들 1.2.3.4 모여 들고~
오늘의 총 감독은 남자중에 막내인 운학님이 맡았다.
카메라 세레를 받으며 멋지게 목욕신을 시작한 참새님~


그런데 감독님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느린 충청도 말씨로 연기지도를 하시는 운학님
완전 필 받았다.
<요렇게 하란 말이요 요렇게 얼굴이 보여야 할 것 아니요 ~>


<아니 아니 그것도 아니여~>
관객 호응도에 맞추시려 감독님 애 쓰신다.

배우와 감독님은 진지하고 관객은 포복절도~

<요렇게 하날 말이여~ 꽃잎을 얼굴에 묻혀 가며~>
<그렇지 그렇지 바로 그것이여~>
<그란디 이게 뭐여 물이 질질 흐르잖어~>
<그래야 실감이 나지..... 잘 하고 있어 오케이~ 오케이~>


2번타자는 경미씨이다.
좀 얌전타입인 경미씨가 안한다고 한참을 빼더니 분위기 맞추려고 준비를 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을 하더니 적극적이었다.
다른이들이 한눈을 파니까
<나 세수 시작해요~>
하고 말해서 또 모두들 뒤집어 졌다.
참새님은 폼크렌싱 담당이다.
뭐니뭐니해도 거품이 나야 제격이라고......

50넘은 여자들이 맨얼굴 내 놓는 것
금기사항인데 모두들 노는데 반해서 그런것도 안 가린다.
3번타자 햇사레님도 무사히 컨테스트를 통과하고 ~


이제 내 차례인데 이런 호화로운 목욕신은 처음이라 가슴이 떨린다.
언니들이 주체측 농간이라고 야유를 보낸다
제일 젊다고 꽃잎도 많이 넣어주고 꽃봉오리만 넣었다고 남자들에게~
하지만 두고 볼 일이다.

감독 맘에 안들어서 계속 엔지 중~
결국은 땅바닥에 주저 앉고.....

후레쉬 발전기를 돌려 가며 응원을 해 주었건만
연기력 부족에 화장품을 잘 안쓰는 관계로 탈락~
꼴찌를 먹어 내일 아침 설겆이에 아침밥 담당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웃고 떠들며 시간은 벌써 자정을 넘어 갔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 모든 과정을 뒤에서 마음껏 웃지도 못하고
지켜 보던 주인아저씨
그 중간에 나에게 와서 조그만 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꽃잎은 왜 띄우고 하는 거에요?>
괜히 멋으로 하는 줄을 모르고 하도 몸에 좋은 것 약초들을 찾아 대니
특별한 무엇이 있는 줄 아셧나보다.
꽃물에 세수하고 이쁜 맨 얼굴로 툇마루에 앉아서 기념촬영을 한다.
꼴찌를 했어도 참 즐거운 일이다.

첫댓글 봉화에 가면 기억이 나는 여인이 있따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