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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학과 빛의 산책 원문보기 글쓴이: 신의식
사실 어제 정신없이 일하다가 논다고 생각하니 맥이 풀려서 그런지 저녁을 먹기도 전에
온 몸에 몸살이 왔다.
으슬거리고 춥고 팔다리도 쑤셔서 친구내외가 오기 전까지 나는 방에 들어가 한숨 잤다.
자면서 들으니 내 걱정들을 하는데 이번에는 일 안한다고 맹세까지 하였지만
아마 내일아침이면 언제 그랬냐하고 장화 찾아 신고 나설거라고들 했다.
남편은 덧 붙여서 만날 저녁에는 끙끙 앓으면서도 어쩌면 그렇게 산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지
<산에 갑시다> 이 소리만 나오면 벌떡 일어나 언제 그랬냐 하고
산을 날아 다닌다고들 하였다.
나는 속으로 맹세를 하였다.
'이번에는 결코 산에가서 일도 안하고 나물도 안뜯고 아무 일도 안할거야~'
그런데 늦게 와서 잠자리에 들던 친구가
<금자야 나 산 운무도 보고 싶고, 산에서 해 뜨는 것도 보고 싶고
산나물도 뜯고 싶어~ 특히 참나물.....>
그러는데도 나는 냉정하게 거절했다.
<나 이번에는 온전히 놀다만 갈거야 아침에 산에 안갈거니까
벼리아빠하고 산에 갔다 와~>
하고서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게 과연 될까? 내가 몇년동안 금자씨를 보아 왔는데
친구부탁을 거절도 못할 뿐더러 아침에 일어나면 분명히 장화 찾으러 다닐 껄.....>
미명이 부옇게 밝아 오니 나는 어제 언제 아팠는고 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직 밖은 어두워서 거실에 나와 앉아 묵상집을 읽고 책도 좀 읽었다.
이번 휴가에는 요즘 못 읽은 책을 읽으려고 묵상집을 비롯해 세권의 책을 가지고 왔다.
그런데 책을 좀 읽으려니 눈길이 자꾸 밖으로 간다.
밖은 안개가 자욱하다.
그렇다면 산 정상에는 이슬이 꽤 많이 내렸을 것이다.
망설임도 없이 가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친구가 일어나 나왔다.
<산에 갈거야?>
하고 나는 무심한 척 하면서 말했다.
<응 갈거야 가고 싶어 >
하고 명랑히 말하며 그 남편을 깨워서 나왔다.
햇사레님도 우리 이야기를 듣고 나오시고.....
사실 장화도 안 가져 오고 산에 갈 준비도 안해 왔는데 남편이
내 나물가방이며 장화도 챙겨 왔다.
보나마나 산에 가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 바뀔 나를 알았기 때문이리라~
우리가 조금 늦어서 일출은 좀 늦게 보았다.
아쉬움이 없지 않았지만 다른이들은 산에 오는 것만으로 좋아서
일출을 보건 못 보건 큰 상관을 안했다.
같이 간 존철씨 와이프가 고사리밭에서 고사리 꺽는 일을 체험하게 해 주었다.
고사리 꺽는 손맛을 알면 그 꺽는 맛에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된다.
꺽은 고사리는 원주친구에게 밀어 주고.....
이제부터는 내 일을 도와 주려고 이슬 맞은 쑥을 함께 땄다.
전날 보다는 덜 오긴 했지만 이슬은 바지를 적실 정도로 와서
모두들 산뜻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부지런히 손을 놀려 이슬쑥을 따서
한가방 채워 친구남편이 어깨에 매고~
그렇게 길지 않은 산길을 트래킹 하기로 했다.
가면서 길가에 보이는 나물만 따기로 했다.
질경이, 곤드레, 참취, 어수리 등이 아직 연하여 뜯을만 했다.
올해는 가 보지 않았지만 친구가 따고 싶어하는 참나물 군락지를 지나갔다.
길 아래에서 산을 올려다 보니 참나물이 여기저기 보인다.
어떤 것은 도드라져 올라와 나를 유혹한다.
자기 좀 데려가 달라고 하는 것 같다.
사실 내가 10년 가까이 산나물철이면 산나물을 뜯으면서 참나물은 잘 안하는 편이다.
생으로 먹는 것 외에는 크게 용도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좀 규모가 작은 편이어서 팔아서 돈을 쓸 정도도 안되고
말려서 묵나물을 하기도 그렇고 향이 좋아 조금씩 뜯어다가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며 산나물의 향이나 맡으라고 할 뿐
다른 나물들처럼 자루로 뜯어 보거나 하질 않은 것이다.
그 시간에 같은 시기에 나오는 곤드레나 취나물을 뜯으면 열배는 많이
뜯을 수 있으니 아무튼지 내 나물목록에서는 거의 제외품목인 것이다.
조금만 뜯기로 하고 산을 올라 갔는데 정말 많았다.
정상부근에는 반대편 산에서 누가 뜯어 갔는데도
재배한 것 처럼 많아서 친구는 감탄을 연발한다.
햇사레님은 사실 처음 보는 것이고 이렇게 직접 뜯어 보는 것도 처음이란다.
사실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참나물은 파드득나물인데
마트에서 그것을 참나물이라고 파는 통에 도시사람들은
그것이 참나물인 줄 알고 있는 것이다.
향긋한 참나물향과 주위의 나무향과 여러가지 꽃향기를 맡으며 행복한 나물뜯기를 하였다.
모두들 한자루씩 나물자루를 챙기고 가던길을 계속한다.
숲에 여러가지 핀 꽃들이 향을 발산하고 있다.
산속의 신사 도깨비부채도 미색의 꽃을 피워내고 나 꽃 피웟다고 자랑을 한다.
등불을 켠것 같은 산목련 함박꽃은 이제 막 망울을 부풀리며 꽃을 피우고 있다.
함박꽃은 북한의 국화라고 한다.
함박꽃은 달콤한 향이 나고 그 꽃안을 들여다 보면 마치 등속에 불을 켜 둔것 같은
느낌이 든다.
첫날밤을 맞은 새악시 빨개진 볼도 닮았고 그 방을 밝히는 수줍은 등불 같기도 한 꽃~
한쪽으로는 물참대가 이제서 꽃을 피우고 있다.
우리가 오른 산이 해발 900m정도 되니 우리동네 보다 늦어서
이제 막 앙증맞은 꽃봉오리들을 터트리고 꽃잎에 아침햇살을 가득 받아 공손히 안고 있다.
친구가 물어 보는 것 마다 척척 대답을 해 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숲해설가 친구가 옆에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아침 숲길을 한시간가량 걸었더니 다리가 뻐근하다.
시간상으로는 세시간이나 걸렸다.
집에 돌아오니 마당에 나와 있던 존철씨가 우리를 맞아준다.
개를 좋아하는 친구가 명길이를 좀 만져 보고 싶어 하는데 별 관심이 없는 명길이는
주인에게만 온갖 아양을 떨고 있다.
존철씨 와이프 은실엄마가 어느새 먼저 내려와서 아침을 지어 놓았다.
된장국도 끓이고 나물도 서너가지 무치고
음식맛도 좋았지만 아침부터 일도하고 산책도 했으니 모두들 꿀맛이다.
남편 아무렴은 일어나 밭에 일을 하러 가고 없었다.
오늘 오지로 가는 휴가길에 친구내외도 같이 가고 싶었지만
쉬는 날 더 바쁜 매장이나 부동산이라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하며
원주로 떠나가고 ......
남은 우리는 아침 낮잠도 한잠 자고 가까운 길 산책도 하며 점심 때를 기다렸다.
낮 열두시
태백 역앞에 있는 태백한우에 모여 점심을 먹은 오늘의 멤버는
함께 봉화로 가지는 못하지만 점심까지만 함께 할 존철씨 내외~
어제 저녁부터 함께 한 햇사레님과 무심님~
안양에서 새벽부터 달려 오신 참새님과 방앗간님~
(참새님은 새벽 6시에 출발해 오기로 했는데 오다가 생각하니
지도를 빠뜨려서 돌아 갔다가 오느라고 조금 늦었다.
참새님은 인간네비게이션이라 차에 네비가 없는데 처음 가는 길이라
일단 지도는 꼭 있어야 해서 1차 돌아가서 가져 오고
한참 오다가 생각하니 방앗간님 핸드폰을 안 가져 왔더라고.....
다시 돌려서 집에 갔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었단다.
분명 잊을까봐 참새님 핸드백에 챙겨 넣었다는데 도대체 행방불명 된 핸드폰~
에이 포기 하고 차에와서 벨을 울려 보니 핸드백에 넣은 핸드폰이
참새님 엉덩이 아래서 울리더라나.....
그래서 결국 여덟시에 출발~
이번에는 제천쯤 오다가 아들의 전화를 받았는데 아들의 지갑이 없어졌다고
혹시 엄마가 안 가져 갔냐고 하더라나
안 가져 왔다고 하고 혹시나 하고 가방을 뒤져 보니 거기 아들의
주민등록이 떡하니 있는 지갑이 들었더라고 한다.
참새님 아들은 이번 연휴에 여자친구와 1박2일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돈이며 카드가 들어 있는 지갑을 엄마가 가져와 버렸으니
아들은 빈털털이 여행~
도대체 놀러 오면서 아들의 지갑을 왜 챙겨 넣었냐구요 ㅎㅎ
그런데 남 흉 보며 웃을 것이 아닌 여기 이사람 백금자
전화도 안되는 곳에 오지여행 가면서 여행가방에 여권 챙겨 넣은 사람도 있어요 ㅎㅎ)
그리고 대전의 경미씨내외
경미씨는 운학에 별장을 짓고 부터는 다른곳 여행을 거의 못하고 산다고 한다.
별장에 오면 맨 할일이고 늘 손님 치루느라 제데로 놀지도 못해서 이번에는
큰 맘을 먹고 부부가 함께 출동이다.
남편 아무렴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고구마밭이며 감자밭에 효소를 주고
시간을 맞추어 왔다.
태백한우는 정말 대한민국사람 1% 만 먹을 수 있는 전통이 있는 유명한 곳이다.
나를 밀어주는 서울에 사는 오라버니께서 일년에 두어번 일부러 내려오셔서
이 태백한우를 우리 부부에게 먹여 주시는데 올해는 외국에 계셔서 못 오신다고
보내주신 것도 있고 삼 팔아 주느라고 애썼다고 존철씨가 금일봉을 챙겨 주신것도 있어서
오늘은 우리내외가 거하게 쐈다.
무심님이 만날 태백한우 이야길 했는데 드디어 소원성취~
마무리는 깔끔하게 냉면으로~
존철씨네는 주말이 제일 바빠서 아쉬운 발걸음을 거꾸로 돌려 정선으로 가고
우리는 차를 달려 봉화로 향했다.
오늘 우리는 일정을 좀 더 효과적으로 실행 하기 위해
계획을 이렇게 짰다.
여자들은 천천히 걸으며 산행 트래킹을 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남자들이 산을 가면 후딱 올랐다가 산 정상을 보고
내려 가기를 원해서 같이 가면 천천히 즐기면서
트래킹을 할 수가 없다 .
특히 오늘 함께 여행을 하는 네명의 남편들이 대부분 그런편이라
여자들은 산정상에서 거꾸로 산을 내려가는 트래킹을 하기로 하고
남자들은 차를 운전해 가서 우리가 묵을집에 짐을 내리고
일부는 닭백숙 할 엄나무를 다려 놓고 일부는 강에가서
물고기를 잡겠다고 했다.
남자들은 그렇게 큰길로 휭하니 길을 내려 가고 ~
나도 가본 길은 아니지만 지난 번 왔을 때 이곳을 지나며 짐작으로 그 골짜기가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트래킹 코스로 잡았는데 몇시간이 걸릴지 혹시 내가 생각한 목적지가 안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약간은 불안 하였지만 시간이 넉넉하니 일단 실행해 보기로 한다.
무엇을 할적에 어려움을 염려해서 시도도 해 보지 않고 포기하는 일이 많은데
우리는 도전해 보는 성격이다.
자유부인이 된 여자들은 임도를 걸어 내려 오며 마음껏 자연을 즐긴다.
숲길에는 오래 된 소나무향이 진동을 한다.
우리가 내려 가는 길에 오래 된 춘양목들이 하늘 높이 솟아 있었다.
그 소나무들을 보노라니 마음이 편해진다.
이곳 봉화의 춘양목은 옛날부터 궁궐의 건물을 지을 때 쓰여져서 서울로
보내 졌는데 큰 나무들을 베는 벌목인들이 그 나무를 존중해서
<어명이요~> 하고 말을 하고 베었다고 한다고 참새님이 설명을 해 주신다.
우리가 트래킹 하는 길 가으로 드릅순이 꽤 많았다.
나는 가는 길에 나물을 보아도 오직 트래킹만 즐기려고 베낭을 가져 오지 않았는데
혹시나 하고 핸드백 같은 가방을 뒤졌더니 아니나 다를까 꽤 큰 비닐봉지가 나왔다.
그리고 참새님이 주위를 둘러 보더니 갈고리 모양의 나무 막대기도 하나 구했다.
그래서 드릅순을 따며 내려 갔다.
그냥 걷는 것 보다 다양한 체험을 하며 갈 수가 있으니 재미롭다.
참새님 혼자 안되서 조금 키가 큰 경미씨가 돕고 있다.
꽤 커다란 꽃 백당나무도 꽃을 피우려고 준비중이다.
거의 접시만큼 커다란 꽃송이인데 밖에 보이는 것은
곤충과 나비들을 불러 들이기 위한 헛꽃이다.
가운데 있는 자잘한 꽃이 진짜 씨앗을 맺는 꽃인 것이다.
백당열매는 가을에 빨간색으로 열리는데 약성도 좋아서 한약재로 쓰거나
나 같은 경우에는 효소발효액을 담아서 쓴다.
지나는 길에 매발톱도 꽃을 피웠다.
조그만 꽃이라 잘 보이지도 않지만 매발톱 닮은 꽃모양이 특이하고도 예쁘다.
길을 지나며 작은 꽃에게도 말을 건내고 사진도 찍어 준다.
낮은 곳에 땅을 보고 있으니 누가 보아 줄 것인지.....
보라색 붓꽃이 청초히 핀 길가에 앉아 음료수와 간식을 먹었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노래도 불러가며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으니
마음 편하고 즐거운 일이다.
어디서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서 돌아 보니 사위질빵이 하얗게 꽃을 피웟다고
자랑하고 있다.
햇사레님이 사위질빵에 대한 전설따라 삼천리 이야기를 해 주신다.
옛날에 사위를 무척이나 아끼는 장모님이 계셧는데
다른이들은 모두 일을 하는데 사위만 안 시킬수는 없으니
남 보기에 일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이 가늘고 튼튼치 못한 맬빵이
끈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핑계김에 일을 안하고 놀 수 있었다나......
햇사레님은 반 숲해설가이다.
가끔 내가 수정만 해 드리면 되니 요즘은 같이 다니면
나는 묵묵히 있고 햇사레님이 다 하는 편이다.
거의 목적지에 가까이 내려 왔다.
생각 보다 시간이 많이 안 걸려서 옆길로 들어가 있는 작은 암자에 들리기로 했다.
지난번에 왔을 때 나는 나물 뜯으러 가느라고 못 와 보고
햇사레님과 희망님 내외분만 오셨었는데 그렇게 멀리 보이는 풍경이 멋지다고 하여
일부러 산을 올라 보았다.
침엽수가 길가로 늘어선 산길을 올라갔다.
팔에 느껴지는 시원한 감촉이 좋았다.
암자가 가까이 왔을 때 먼저 우리를 반겨주는 것은 오래 된 돌배나무였다.
수령이 얼마나 되었을지 가늠도 되지 않는 커다란 돌배나무
그곳에 꽃이 피었을적에 그 향이 얼마나 좋았을까
참새님이 여인의 향기를 발하며 한바탕 안아 준다.
암자라기 보다는 일반 가정집 같이 보인다.
화단에는 각종 계절을 달리 해 피어날 꽃들이 있었고
작은 연못이 하나 있으며 그 연못가로 복숭아나무가 한그루 있었다.
저쪽 산밑에 또 다른 정자가 하나 있고 그것이 다였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절이었다.
풍경소리 달그랑 달그랑 하고 바람에 실려 오고......
우리는 마음껏 떠들며 조용한 절이 시끌벅적하게 구경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안에서 스님 한분이 나오셧다.
그리고 암자 구경을 시켜 주셧다.
그렇게 높지 않은 골짜기에 자리 했는데도 불구하고 멀리 저 멀리까지
보이는 전망을 가진 곳이 참 신기하고도 속이 확 트였다.
이곳 저곳 보여 주신 스님께서 온길에 뒷동산에 있는 고사리를 꺽어 가라고 하셨다.
그렇지 않아도 고사리 꺽는 시기를 그냥 놓쳐서 아쉬워 했다는데 모두들 신났다.
스님이 따라 다니며 여기도 꺽으시요 여기는 놓쳤네요 하는 동안
나는 다른 곳이 궁금해서 사진도 찍고 돌아 보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
모두들 까르르 넘어가고 스님도 간간이 하하 웃으신다.
횡재한 고사리 ~
모두 같이 뜯은 것을 참새님에게 몰아 주기로 했다.
스님은 채마밭에 가꾸어 놓은 아욱도 뜯어 가라고 하시고
컴프리도 뜯어다 부침을 해 먹으라시며 여간 인심이 좋으신 것이 아니다.
그런데 참새님이 무슨 내 칭찬을 해 놓으셨는지
나에게 뭘 물어 보신단다.
보기에는 저래 보여도 숲해설가에 산림교육 전문가에
약초도 모르는 것이 없다고 스님에게 자랑을 했다는데
그럼 주위에 있는 것 중에 평소 궁금했던 것 한가지만 물어 보겠다고 하셨다.
비슷한 식생대에 있는 것은 다 아는 편이라
별 생각없이
<예 물어 보세요>
하고 자신있게 대답을 했다.
그런데 스님이 물어 보시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입에서만 맴돌고 도대체 생각이 안났다.
대답을 못하고 끙끙대다가 할 수 없이 다른이들에게
<이게 뭐지요?>
하고 물었더니 참새님이
<그거 소루쟁이 아니야>
한다.
맞어 맞어~ 그제야 생각이 난다.
스님은 그렇게 자랑을 해 대더니 별것아니네 싶었는지
더는 물어 보지 않았다.
아이고 망신~
요새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엊그제 현충일에 서울에 사는 지인이
암환자 한분을 우리집에 보내셨다.
나에게 언질을 좀 주시지 그냥 있으면 만나 보고 오고
못 만나면 다음에 만나지 하고 왔다는 손님이었는데
그 지인이 평소에 어지간히 자랑을 했었나 보다
암선고를 받고 효소요법을 해 보려고 다른 곳에서
백초효소를 사서 마셨는데 그 지인이 기왕 백초효소를 드실거면
우리나라에 그 방면에 일인자가 있으니 그 분것을 드시라고 했단다.
무척 기대를 하고 왔는데 그날 하필 나는 산에 갔다가
머리는 산발을 하고 얼굴에는 때국물이 졸졸 흐르고 옷도 오래 입어서
온통 풀물이 잔뜩 들어서 상거지 모양이지
손은 새카맣지 ......
첫만남이 그랬는데 집도 수리중이라 어지간히 어지럽다.
그런데 그 분이 아마도 암에 좋은 약초들을 공부해서는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 보는데
그날따라 물어 보는 것마다 모르겠는 것이었다.
백화초 또 무엇......
그 이는 더 이상 물어 보지 않았다.
처음에는 백초효소를 사러 오신 모양이었는데
다음에 또 오겠다고 그냥 가셧다.
그 이야 처음 만나는 사람이니 그렇다고 치고 소개한 사람이
얼마나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하셨다는데 참 별것 아닌 지식에
별 것 아닌 모습에 ......
대단한 숲해설가 백금자를 자랑했던 같이 가신 분들은 그래도 나를 알기에
부끄러워 하지 않으셨다.
내려 오는 길에 보니 지난번에 꽃을 피웠던 오미자가 열매를 맺고 과육을 키워가고 있었다.
새순을 피운 층층나무는 마치 꽃을 피운 것 같다.
길 양쪽으로는 향기로운 함박꽃이 여기저기 낮게 꽃을 피웠다.
이번 여행에 처음으로 함께 한 경미씨가 참 즐거워 하는 모습이 보기좋다.
재미있는 시어머니 이야기로 모두들 즐거웠다.
지금은 돌아 가셨지만 막내아들을 세상에 없는 아들로 여기셨다고 하니
아는 이들은 경미씨가 무엇을 이야기 했을까
짐작이 갈 것이다.
세시간여의 트래킹 길에 얻은 수확물이 손마다 가득이다.
참새님은 어릴 때 이는 것을 잘해서 머리에 무엇을 이고도 손톱도 깍을 수 있다고 한다.
목적지인 집에 돌아 오니 남자들이 반겨준다.
양은 솥에는 닭백숙을 할 엄나무가 펄펄 끓고 있었다.
첫댓글 며칠전에 보았던 백당나무꽃
제 마음이 힐링되는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