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별 두엇 떠 있는 초저녁 하늘을 보며 마당을 건너와 저녁밥을 짓는다.
그렇잖아도 뭘 먹을까, 하던 참에
태정이 어머니가 텃밭에서 딴 애호박 두 덩이를 갖고
어둑어둑한 어둠 밟으며 내려온다.
애호박 썰어 참기름 두른 냄비에 볶은 뒤,
마늘 한 숟갈, 고춧가루 약간, 물 한 컵 넣고
자작자작 물 졸아들 때까지 끓인다.
날 궂어 창호지 바른 문짝에 싸락싸락 싸락눈 부딪치는 초겨울 저녁나절
쌀뜨물 받아 새우젓 풀어 끓인 어머니의 호박젓국이 내 피를 만들고 뼈를 키웠다.
오늘은 쌀뜨물 없으니 맹물로 끓인다.
흙냄새 향긋한 애호박이 참기름 새우젓 속에 뒹굴며
제 속에 지그시 품고 있던 진국을 기어이 토해낸다.
이 슴슴하고 따뜻한 호박젓국을 뜨며 어머니를 생각한다.
열무김치 놓고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우는 동안 밤하늘엔 집 나온 별들이 더 많아졌다.
호박젓국은 씹을 틈도 없이 녹고, 입맛이 동해
밥 한 공기 더 뜨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는다.
다시 마당에 나오니 슬하에 저녁마다 된똥 누는 말 안 들어 미운 일곱 살짜리
아들이라도 하나 두고 싶은 적요(寂寥)가 사방에 꽉 차 있다.
어린 아들이라니! 숫국의 삶은 이미 멀어져 버렸으니 그건 분수에 맞지 않다.
그저 새초롬한 앵두나무 두 그루와 어여쁜 시냇물 소리나 키우는 수밖에 없다.
지금쯤 신흥사 저녁 예불 알리는 범종(梵鐘) 운 뒤
설악산 화채봉 능선 위로는 보름 지난 달 둥두렷이 떠올랐을 게다.
첫댓글 아~~호박젓국 끓이면 맛나는데~~모임에 시간이 되면 와주세여~~해가 반짝났네~남쪽은 장마비가 내린다구 하던데
맞아요.남쪽에는 장마비가 내리고 있어요.~~~호박젓국 맛있는데 우리도 한번 해 먹어야겠다. 야 침 넘어 가는 소리 ㅎㅎㅎㅎㅎ
그러게 아쉽십니다 저녁때 잠간 만이라도 얼굴 뵙고 가시면 안되나요? 몇시에 출근이신지요? 뵙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