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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창하오 9단 VS 이영구 7단
이영구 7단이 창하오 9단을 지명하자 관중석에서 여기저기 감탄사가 튀어 나왔다. 지난 대회 팬들의 실망스런 목소리를 살짝 기억한걸까? 창하오 9단은 빨리 지명된 것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고 전야제 두 시간 전에 이영구 7단과 함께 농구를 했는데 그때 지명당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며 특유의 넉살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영구 7단도 창하오 9단의 대답에 동조하는 답변이었다. 같이 농구를 하면서 느낌이 왔었고 평소 한 번 정도는 꼭 붙어보고 싶었다는 기사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3. 조훈현 9단 VS 천야오예 9단
바둑황제 조훈현 9단은 중국의 전천후 폭격기 천야오예 9단에게 지명 당했다. 공개석상에서 늘어놓는 입담이 최고라는 소문만큼 인터뷰 내용 역시 청중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이 먼저 뽑히나 내가 먼저 뽑히나 굉장히 궁금했었다던 조훈현 9단은 세 번째로 지명당해 굉장히 놀랍고 즐겁다는 엉뚱한(?) 반응을 보였다. 실력이 가장 낮은 사람이 먼저 지명당하는 게 순리인데 창하오 9단보다 자신이 늦게 지명돼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청중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다.
4. 야마시타 게이코 9단 VS 씨에허 7단
도요타 덴소배에서 세계최강 이세돌 9단을 꺾고 톡톡한 천적 노릇을 한 씨에허 7단은 일본 1인자 야마시타 게이코 9단을 지명했다. 씨에허 7단은 일본 1인자와 둘 수 있어 영광이라 생각하며 과거에 한 번 진 적이 있어서 이번에 꼭 설욕을 하고 싶다는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였다.
5. 유창혁 9단 VS 저우허양 9단
저우허양 9단은 유창혁 9단을 뽑았다. 유창혁 9단은 상대가 맘에 드느냐는 질문에 고바야시 고이치 9단 다음으로 자신이 지명당할 줄 알았는데 상당히 늦게 뽑혔다며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기를 선택한 상대가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감상을 덧붙였다.
6. 황이중 7단 VS 홍성지 7단
지난 대회 준결승까지 치고 올라갔던 황이중 7단은 홍성지 7단에게 포착됐다. 한국물가정보배에서 이세돌 9단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홍성지 7단은 우승을 하고 나서 자신감이 붙었지만 아직까지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7. 이창호 9단 VS 정옌 2단
정옌 2단은 이창호 9단을 콕 찍었다. 예상을 깨고 이창호 9단을 지목한 정옌 2단은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들어 이런 자리까지 설 수 있게 돼 영광이라 생각하고 이창호 9단과 꼭 한번 두고 싶었는데 이렇게 지명까지 할 수 있게 돼 기쁨이 두 배가 됐다며 시종 싱글벙글했다. 이창호 9단에게 흑심(?)이 있어서 지명한 건 아니냐는 김효정 2단의 익살스런 질문엔 어린애처럼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여 청중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창호 9단도 김효정 2단의 날카로운 질문을 피해가지 못했다. 배우자로 여류기사를 생각해 봤느냐는 질문에 오랫동안 말을 아낀 이창호 9단은 바둑을 오래 둬서 그런지 그쪽은 잘 생각해 보지 못했지만 꼭 단정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묘한 여운을 남겼다.
8. 구리 9단 VS 진시영 3단
지명제의 하이라이트는 진시영 3단이 장식했다. 진시영 3단은 중국1인자 구리 9단을 단숨에 지명했고 강자와 두고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마침 구리 9단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었다며 20살 청년의 뜨거운 자신감을 마음껏 표출했다. 구리 9단을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으냔 질문에 아마 로또에 당첨될 확률과 비슷하지 않겠냐며 재치 있는 유머로 받아쳤다.
구리 9단은 지난 대회에서 박영훈 9단에게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번 대회엔 한 걸음 진보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면서 최근의 상승세를 한껏 과시했다. 자신이 세계랭킹에 몇 위 안에 들 것 같은지 물어보자 예전엔 10위 안에는 들 것 같지만 요즘 성적이 많이 좋아 6위 안엔 충분히 끼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솔직한 답변을 했다.
9. 리저 4단 VS 박정환 2단
15살의 나이로 대회 최연소 본선티켓을 따낸 박정환 2단은 리저 4단을 골랐다. 몇 년 후에 자신이 세계초일류 기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으냔 질문에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고 어떻게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인지 앞만 생각할 뿐이라는 명쾌한 대답을 했다.
10. 이세돌 9단 VS 스위에 4단
LG배 본선에서 활약했던 쓰위에 4단은 전기우승자 이세돌 9단을 파트너로 지명했다. 쓰위에 4단은 이세돌 9단과 붙게 돼 상당히 기쁘고 제 기량을 최대한 발휘해 멋진 바둑을 두고 싶다며 만면에 미소를 머금었다.
11. 목진석 9단 VS 딩웨이 9단
목진석 9단은 딩웨이 9단이 지목했다. 목진석 9단은 타이틀과 인연이 계속 없는데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고 전야제 전에 한국 기사들과 중국 기사들이 친선으로 농구를 했는데 한국 기사들이 이겨서 좋은 결과를 예감하고 있다며 한국 기사들의 선전을 예고했다.
12. 저우루이양 5단 VS 윤준상 7단
윤준상 7단은 저우루이양 5단에게 지목받았다. 저우루이양 5단은 한국에서 김주호 8단을 많이 닮았다는 얘기를 듣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청중들의 웃음을 피하고 싶은지 얼굴이 빨개 지며 반색을 했다.
13. 다카오 신지 9단 VS 루이 나이웨이 9단
다카오 신지 9단도 재미있는 답변을 했다. 통합예선에서 일본기사들이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해 자신을 비롯한 모든 기사들이 반성하고 있으며 다음 대회 때는 통합예선에 직접 출전해 본선에서 다른 기사들을 지명하고 싶다는 인상적인 얘기를 했다.
14. 박영훈 9단 VS 콩지에 7단
지난 대회 유창혁 9단에게 진 기억이 있어 기회가 됐다면 유창혁 9단을 지명했을 거라는 콩지에 7단은 어떤 기사라도 상관없다는 맘에 박영훈 9단을 선택했다고 한다. 지난 대회 준우승자인 박영훈 9단은 본선에 올라온 기사들 모두가 막강한 실력이라 욕심을 버리고 편안한 맘으로 두겠다는 여유로운 대답으로 응수했다.
15. 조한승 9단 VS 리캉 6단
조한승 9단은 특유의 겸손함으로 대응했다. 꽃미남 타이틀이 이젠 지겨울 것 같은데 후배 기사 중 누구에게 자신의 별칭을 넘겨주고 싶은가란 질문에 꽃미남이란 별칭은 자신의 실력이 워낙 약해서 팬들이 애교스럽게 지어준 것이고 진정한 꽃미남은 옆에 있는 박정상 9단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16. 박정상 9단 VS 왕시 9단
마지막 순번인 왕시 9단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박정상 9단을 파트너로 맞았다. 최근 중국 기사들의 성적이 워낙 좋아 삼성화재배에서도 중국 기사들의 선전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하자 박정상 9단 역시 예전에 진 적이 있는데 다시 만나 무척 반가운 맘이고 지난 번 패배를 설욕하고 싶다며 강한 승부욕을 불태웠다.
한중 신예들의 겁 없는 도전! 과연 그 결과는?
12회 대회 때 처음으로 도입된 지명제는 한국 신예들이 강자들을 꺼리면서 팬들의 자자한 원성(?)을 산 바 있다. 지난 대회와 다른 양상을 보인 지명제는 초반부터 한국 신예들이 강자들을 지목해 눈길을 끌고 있는데 과연 이들의 겁 없는 도전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분명한 건 팬들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준 것이고 이들의 도전이 실리를 포기한 명분이기에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겠다.
중국기사들의 상승세도 초미의 관심사다. 얼마 전에 끝난 도요타덴소배에서 한국기사들을 줄줄이 물리치고 결승 형제대결을 벌이게 된 이들이 삼성화재배에서도 한국 기사들의 숲을 뚫고 혁혁한 전과를 세운다면 올해 벌어진 한중대전은 중국 쪽으로 무게가 쏠리겠다. 팽팽한 힘겨루기를 해주기 위해선 어느 정도 선에서 견제가 필요하다. 한국 기사들의 분발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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