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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희 원앤원 대표(오른쪽)가 서울 성수동 사옥의 사무실 일부를 개조해 만든 '북카페'에서 직원들과 차를 마시며 책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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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음식은 뜨겁게,차가운 음식은 차갑게 내고 있는가. 친절하고 정확하게 주문을 받고 있는가. 화장실 문의 자물쇠 상태는 양호한가….'
외식브랜드 '원할머니보쌈'의 가맹점 직원들은 매일 이렇게 직원들 개인과 매장에 '깨진 유리창'이 없는지 점검한다. '깨진 유리창'이란 미국의 홍보업체 레빈 커뮤니케이션즈 오피스의 창업자 겸 사장인 마이클 레빈이 쓴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 나오는 말.고객이 겪은 한 번의 불쾌한 경험,한 명의 불친절한 직원,정리되지 않은 상품,말뿐인 약속 등 기업의 사소한 실수가 결국은 기업의 앞날을 뒤흔든다는 것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다.
따라서 원앤원 직원들은 사소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미리 '깨진 유리창 체크 리스트'로 스스로를 점검한다. 점검 대상은 직원 각자의 기본적인 마음가짐과 매장 경쟁력이다.
각자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경영이념 · 지시 · 명령에 대한 이해와 실행,근무시간 지키기,고객을 대하는 표정과 자세,몸가짐,인사 및 언어사용 등 29가지 항목을 점검한다. 매장 경쟁력 체크 리스트는 더욱 세밀하다. 음식의 맛과 서비스부터 주방과 홀의 청결 및 정리상태,주차장과 화장실 안내 및 청결상태까지 66가지 항목으로 나눠 꼼꼼히 점검한다.
"외식기업은 무엇보다 서비스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읽고 우리도 이를 실천하기로 했죠.고객에 대한 사소한 실수가 우리 매장에서 발길을 돌리게 하니까요. 《디테일의 힘》에도 나와 있듯이 요즘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제품 자체보다도 그것을 둘러싼 관리기술의 차이예요. 세부적인 것을 꼼꼼히 관리하는 기업문화의 차이에서 경쟁력이 결정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거든요. '깨진 유리창 점검표'를 도입한 이후 직원들의 마음가짐부터 달라져 정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
'원할머니 보쌈''박가부대''백년보감' 등의 외식 브랜드를 가진 박천희 원앤원 사장(53)의 말이다.
박 사장은 대기업에 다니던 1975년 장모가 운영하던 작은 보쌈집을 물려받아 전국에 350여개 가맹점을 보유한 외식기업으로 키운 인물.매출 800억원대의 중소기업이지만 직원들의 학습체계는 대기업 못지않게 탄탄히 구축했다. 그 중심은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해온 책읽기다.
"중소기업의 최대 고민이 인재육성입니다. 외식기업 중에서도 외국 브랜드나 대기업 계열사와 달리 저희 같은 한식 브랜드는 입사 선호도가 떨어져요. 사무직도 그렇고요. 그래서 우리 회사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우리 실정에 맞게 교육하도록
다양한 학습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인터넷포털처럼 검색할 수 있는 전사적 지식공유시스템 '아라원'을 구축하고 지식경영의 일환으로 독서경영을 시작했죠."
원앤원의 독서경영 시스템은 종횡으로 촘촘하게 짜여 있다. 전체 임직원은 각자 맡은 일에 따라 공통역량 · 직무역량
강화,자기계발 등 3개 주제로 나눠 책을 읽고 리포트를 내야 한다. 공통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외부 독서통신교육기관에 위탁해 분기별로 전 사원이 공통의 책을 읽고 리포트를 제출한다. 직무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연 2회 팀별로 직무에 맞는 책을 골라 읽고 리포트를 작성,업무에 반영한다.
이에 비해 자기계발을 위한 책읽기는 자유롭다. 1년에 두 차례
개인별로 관심 분야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내면 된다.
신입사원들은 이와 별도로 고객중심,현장중심의 마음가짐을 기르기 위해 《현장이 답이다》《이기는 습관》《깨진 유리창의 법칙》《디테일의 힘》 등 4권의 필독서를 읽고 독후감을 써야 한다. 회사에 제출하는 모든 독후감은 공유되고,읽은 책마다 학점이 부여돼 종합적으로 관리된다.
공통역량 · 직무역량 · 자기계발로 구분한 독서경영이 종적이라면 이와 별도로 사원급,팀장 이상의 중간리더급,사장을 포함한 임원급으로 그룹을 정해 코칭을 받는 것은 종적인 독서경영에 해당한다. 가령 임원급은 매달 한 번씩 한국사,중국사 등 인문학 책을 정해 읽은 다음 발표한다. 팀장급은 독서토론을 포함한 리더십 교육을 1박2일 동안 받고,사원들은 두 달에 한 번씩 워크숍이나 공부모임을 갖는다.
"필독서와 선택도서,코칭에 필요한 독서 등을 하다보면 아무리 안 읽어도 사원은 한 달에 한 권 이상,임원들은 두 권 이상 읽어야 돼요. 사외교육에다 학점제 관리까지 하니까 좀 힘들어하는 직원도 있지만 그래도 해야죠.코칭이 있는 매달 셋째주 수요일이 다가오면 임원들은 주말에도 꼼짝 못하고 책에만 매달립니다. 직원들을 위한
최고의 복지는 지독한 교육훈련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려면 공부해야죠."
원앤원은 최근 서울 성수동의 본사 사옥을
리모델링하면서 직원들을 위해 1층에는 커피숍,2층에는 북카페를 만들었다. 북카페 맞은편의 식당도 점심식사 후에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북카페에는 3000권 이상 책을 비치할 예정.직원들의 책읽기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사장이나 임원이 가더라도 일어나거나 인사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박 사장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하려면 업무역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일하기 좋은 환경,신바람 나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독서경영의 효과를 당장 금전적으로 따지기는 어렵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비금전적 효과가 큰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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