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172명 서명 받아 유인태 의원 대표발의
유흥식 주교 “죄 용서하는 선함과 자비 필요”
“법의 이름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살려야 합니다!”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7월 6일 오전 국회에 제출됐다. 반생명 흐름이 짙어가는 우리 사회에서 어떤 반향을 낳을지 주목된다.▶관련기사 3면
유인태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정두언 의원(새누리당) 등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 의원 172명의 서명을 받은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공동발의했다”고 밝혔다. 유흥식 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와 천주교인권위원회(이사장 김형태) 위원 등 종교계 지도자들이 함께해 힘을 실었다.
종교인 대표로 나선 유흥식 주교는 이 자리에서 “근본적인 반성과 변화가 시작되지 않는다면 어떤 강력한 처벌로도 통제 불가능한 불법과 야만의 정글로 변할 것”이라며 “남의 탓이라며 투쟁하기보다, 종교인·정치인·온 국민이 각자 자기 자리에서 반성할 때 광란의 기차는 멈춰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톨릭교회는 강도 높은 반성과 쇄신의 각오로 용서와 화해, 섬김과 나눔의 실천을 통해 보복과 분노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하느님께서 심어주신 선함과 자비의 마음이 잔인함과 죄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변화하겠다”고 말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유인태 의원은 “국제엠네스티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 198개국 가운데 140개국, 즉 3분의 2 이상이 법률상 또는 사실상 사형폐지국가이며 사형존치국은 58개국에 불과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UN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이자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그 책임을 실천에 옮길 때”라며 “이제는 ‘법’으로 사형을 폐지할 때가 온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이제 우리는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고, ‘인권선진국’의 대열에 오를 기회의 문 앞에 서 있다”며 “이번 19대 국회가 ‘생명존중 국회’, ‘인권존중 국회’로 역사에 남을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사형제도폐지특별법안에 서명한 의원을 정당별로 보면 새정치민주연합 124명, 새누리당 43명, 정의당 5명이다. 이들은 헌법 10조가 보장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법전에 가둬두지 않고 삶 속에서 구현하고자 이 법안을 준비했다. 아울러 향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최종 통과하기까지 관심과 동참을 촉구했다.
사형제도폐지특별법안이 국회의원 과반의 서명을 받아 발의됐지만, 국회 벽을 넘어설 지는 안개에 가려있다. 앞서 제15대 국회를 시작으로 제18대 국회까지 사형제도폐지특별법안이 발의된 바 있지만, 여론의 무관심에 좌초돼 매번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국민 여론의 관심이 이번 사형제도 폐지법안의 국회처리 향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는 지난 2월 사형폐지 염원이 담긴 8만5637인의 서명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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