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신호탄’ 쏘아졌다
줄서기·야합·정치적편향 청산 외 피의사실 공표금지도
2019년 10월 15일 (화) 15:00 입력 2019년 10월 15일 (화) 16:53 수정
검찰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을 자임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검찰개혁 추진개혁’을 발표한 직후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를 믿고 따랐던 조국 지지자들은 패닉 이상의 충격을 받았으며, 일각에선 “검찰개혁이 또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반면, 조국을 끌어내리기 위해 태극기 부대를 앞세워 똘똘 뭉쳤던 자유한국당은 “사퇴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라며 비난의 화살을 청와대로 돌렸다. 마치, 해묵은 이념논리와 진영논리에 기댄 선동과 막말이 조국 장관을 끌어내렸듯, 이제 문 대통령도 탄핵시키겠다는 각오다. 이렇듯, 조국 장관이 우리 사회에 끼친 파장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그 이상이었다. 헌정사상 여섯 번째로 최단기 장관으로 기록될 조국 장관이 왜 그토록 검찰개혁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는지를 포함해, ‘떡검’ ‘섹검’ ‘검새’란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던 검찰의 적나라한 실상도 함께 파헤쳐본다.
- 2011년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조국 교수.
- 2011년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출처=시사채널 빨간아재>
‘조국 예언’ 현실로
조국 장관은 문재인 정부와 손을 잡기 전부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정권초반에 깨끗하고 강골인 사람이 법무부장관에 임명돼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동시에, 검찰개혁을 이끄는 법무부장관을 낙마시키기 위해, 검찰은 장관의 뒷조사와 소문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2011년 12월 9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주최로 열린 검찰개혁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조국 교수는 이 같이 전하면서, “정권 후반이 되면, (검사들이) 또 다음 정권에 줄서기 때문에 정권 초반에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인물이 법무부에 들어가 검찰개혁을 이끌어야 한다. 나가겠다고 하는 사람(검찰 인사)은 빨리 보내드려야 한다. (검사들이) 집단으로 항명하고 사표를 제출하면 다 받으면 된다”라고 언급해 청중들의 박수를 이끌었다.
특히, 조국 교수는 검찰의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에 대해서도 일침을 놨다.
이와 관련, 조국 교수는 “일본의 경우는 수사권은 모두 경찰이 갖고, 검찰은 기소권만 갖는다. 미국의 경우 중요한 검사장은 선거로 뽑지만 우리는 선거로 안 뽑는다. 독일의 경우 수사를 하고 난 뒤에 혐의가 확인되면 검사는 무조건 기소해야 된다”며 “그런데 한국의 경우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사가 기소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 그 권한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도 자신(검사)이 결정한다. 또, 검사장은 선출되지도 않는다. 이게 한국 검찰이 갖고 있는 막강한 권한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랜저 검사하고 벤츠 여검사 중간에 제네시스 검사가 있다. 제네시스 검사는 지난번에 스폰서 검사로 낙마하셨던 천성관 후보다. 이분이 문제가 됐던 게 제네시스였지만, 이 분이 해외여행을 공짜로 갔다 온 것 때문에 제네시스가 묻혔다”며 “전 세계에 유례없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 그걸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으니까 시민들은 그 사람한테 스폰서가 되려하고 로비를 하는 것이다. 권한은 막강하고 통제가 없는 것이 우리 검찰의 모습이다”라고 비난했다.
문재인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해야”
이 토론회에는 이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던 문재인 현 대통령도 패널로 참석했는데, 그는 정치적 목적의 표적수사와 표적기소의 문제와 함께 검찰 내 줄서기 인사 등의 적폐를 지적하고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 문 이사장은 “정치권력과 검찰의 유착 수단이 결국 검사에 대한 인사를 통해서 이뤄지며, (이러한 유착은) 정치적 목적의 표적수사와 표적기소로 이어지게 된다. 어쨌든 검사가 수사해서 기소했는데 무죄가 되면 당연히 문책을 받아야 하지만, 오히려 그런 무리한 수사와 무리한 기소에 대해서 결과하고 상관없이 인사를 통해서 보상을 받는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검찰 내부에서도 권력에 잘 보이기 위한 줄서기 풍토가 만연돼 있는데, 이를 청산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권력의 비리에 대해 눈을 감는 반면, 반대파를 대상으로 표적수사·기소하는 검찰의 정치적 편향 ▲수사과정에서 마치 확인된 진실인 것처럼 마구 퍼뜨리는 피의사실 공표 등도 인권보호 측면에서 청산의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문 이사장은 “정치권력의 개입 여부를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통해 풀어내야 한다”며 “검사의 잘못에 대해서 견제하고 문책하고 또 처벌할 수 있도록 검사도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조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다음에 들어설 민주개혁정부는 반드시 이를 추진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검찰개혁 물꼬 터
이 토론회에서, 문재인 이사장은 “검찰개혁의 이끌 적임자로 조국 교수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는 게 어떻습니까”라고 말해 청중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로부터 8년 후 문 이사장의 농담은 거짓말처럼 현실이 됐지만, 안타깝게도 조국 장관은 그의 예언대로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에 발목이 잡혀 35일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러나 조국 장관의 거침없는 행보에 철옹성 같았던 검찰도 하나둘씩 무너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줄서기와 야합의 온상으로 통했던 특별수사부의 권한과 역할도 대폭 축소된다. 동시에, 피의사실 공표 금지와 검찰을 상대로 한 구상권 청구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조국 장관은 짧은 재임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일을 해낸 법부무장관으로 국민듣 뇌리에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발표된 법무부의 검찰개혁 추진상활 발표문과 조국 장관 사퇴 발표문를 포함해 검사들 비리 내용은 본보 202호(10월 24일자) 신문 참조
김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