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파병 첫해 해적 퇴치 신호탄으로 퍼펙트 신화 창조
1만792척 안전항해 지원…실전 경험 통해 전투 능력 강화
지난달 30일 바레인 주둔 연합해군사령부에서 열린 30개 회원국 연합브리핑에서 김상희(오른쪽) 소령이 타국 장교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이헌구 기자 |
청해부대 17진 대조영함 승조원들이 출항에 앞서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다. 청해부대원들은 국가대표 부대원이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국내외 상선 안전항해 지원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사진 제공=이종무 상사 |
2009년 3월 13일 청해부대 1진 문무대왕함이 이역만리 아덴만 해역을 향해 해군 모항(母港) 진해기지를 출항했다. 이로써 대한민국 최초의 전투함 파병이라는 첫 단추가 끼워졌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17진 대조영함이 국내외 상선의 안전항해를 위해 거친 파도를 가르고 있다.
2009년 연합해군사령관 윌리엄 고트니(William Gortney) 중장은 “청해부대 파병은 대한민국 해군에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며 “연합해군과 아덴만 해양안보 증진에 기여한 공로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극찬했다.
청해부대에 대한 고트니 사령관의 평가는 결코 허언이 아니다. 청해부대원들이 5년여 동안 수확한 열매는 연합해군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청해부대는 2009년 4월 17일 아덴만 해역을 항해하던 덴마크 선적 ‘푸마호’를 납치하려던 해적을 퇴치한 것을 신호탄으로 ‘퍼펙트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10월 31일 현재까지 동조 기동 호송 1958척, 원거리 통신 확인을 포함한 안전항해 지원 8834척 등 국내외 선박 1만792척이 피해 없이 아덴만 해역을 통과하도록 지원했다. 이 중 31척을 해적·조난으로부터 구조·보호했다.
청해부대 17진 검문검색대원(UDT/SEA)들이 대조영함 갑판에서 대테러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이종무 상사 |
올해 8월에는 리비아에 거주하던 우리 국민 18명과 영국·독일·이탈리아·스위스·몰타 등 7개국 국민 86명 등 104명을 철수시키는 작전으로 한국 해군의 위상을 높였다.
리비아 재외국민 철수 작전은 2011년에 이어 두 번째다. 청해부대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라는 파병 목적을 달성하고, 우방국 국민의 안전까지 보장함으로써 6·25전쟁 참전국에 보은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13진 왕건함부터는 해양수산부 요청에 따라 인도양 원양어선 보호임무를 추가했다. 2006년 인도양에서 동원호가 해적에게 피랍된 후 참치 조업을 하는 우리 원양어선의 수가 현저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청해부대는 우리 국군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국가대표 부대’로 손색이 없다. 아덴만 여명작전, 한진텐진호 선원 구출, 리비아 교민 철수 작전, 제미니호 선원 구출 작전 등이 이를 증명한다.
청해부대는 또 연합해상훈련을 비롯해 6·25전쟁 참전용사 보은 행사, 외국 상선 응급환자 의료지원, 2009 말레이시아 국제해양방산전시회 참가, 외국군 초청 행사 등 군사외교 분야에도 심혈을 기울여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해군은 17회에 걸친 파병을 통해 5000여 명이 대양작전을 경험했다. 이를 통해 연합해군 지휘, 인질 구출 작전, 함정·헬기 운용, 인원관리, 해외 군수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하우를 축적했다. 특히 아덴만 여명작전 같은 실전 경험은 전투 능력을 강화하는 밑거름이 됐다.
<인터뷰> 주바레인 유준하 대사
“ 아덴만 여명작전 이후 한국 이미지 급상승”
청해부대, 국가 브랜드 가치 끌어올려
현지주민들의 요구로 한글교실 운영
사진=이헌구 기자 |
“예부터 해군력은 그 나라의 국력을 상징하는 척도였다. 청해부대는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미래 해군의 청사진을 보여줬다.”
유준하(사진) 대사는 아덴만 여명작전 성공 4개월 후인 2011년 5월 주바레인 대한민국 대사로 부임했다. 그 때문에 그는 청해부대 파병 효과를 직접 체험한 산증인이다.
“이역만리 타국에 군함을 파병하는 국가는 손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합니다. 청해부대 파병은 우리 국력이, 국가 네임 밸류가, 해군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대변하는 바로미터입니다. 연합해군사령관을 비롯한 각국 해군 지휘관, 외교관들로부터 정말 대단하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부임 초기 어려웠을 때 바레인 정부로부터 적극적인 협조를 받은 사례도 부지기수입니다.”
유 대사는 군함 파병은 군사외교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문화 분야에서도 대한민국을 홍보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수년 전 영국 생활 당시 충무공이순신함과 군수지원함 천지함으로 구성된 해군순항훈련전단이 입항했습니다. 이순신함 뒤쪽에 타국 함정이 정박 중이었는데 우리 함정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때 최첨단 함정을 보유한 해군력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두 번의 청해부대 교대식에 참석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해군은 행사를 위한 행사에만 열중하는 타국과 달리 한국 고유의 멋과 전통을 알리는 데 심혈을 기울입니다. 이로 인해 우리 군함이 주최하는 함상 리셉션은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루고, 외교가(家)에서 회자(膾炙)되고 있습니다.”
주바레인 한국대사관은 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사관 직원 자녀와 기업 주재원 자녀를 위해 개설했다. 그런데 대사관이 한글교실을 운영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현지 주민들의 문의가 폭주했다. 대사관은 현지인 전용 한글교실을 열었으며, 교육생 30여 명이 한글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 대사는 ‘한류’도 한몫했지만 아덴만 여명작전 이후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급상승해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글을 배우는 현지인들은 기업가·학생·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아덴만 여명작전을 성공시키고, 한류 바람을 일으키는 대한민국의 문화와 관습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떤 기업가는 기존 수입처를 한국으로 대체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열매를 맺은 데에는 우리 해군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생각합니다.”
유 대사는 1984년 8월 공군 정보장교로 임관, 3년을 복무했다. 그는 군 생활이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켜준 디딤돌이었다며 장병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현대는 해외 경험이 국력으로 연결되는 글로벌 시대입니다. 우리는 ‘사람’이 유일한 자원입니다. 장병 여러분은 군 생활을 사회와 단절된 시간이 아니라 도전정신을 키우고 꿈을 향해 도약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해외 경험을 쌓는 데 최선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연합훈련·청해부대·순항훈련 등 수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해군은 그런 점에서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국군 장병 여러분은 국격 향상의 원동력이자 통일한국을 이끌어 갈 최고의 자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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